"정부가 주장하는 재정규모는 GDP의 28%이지만 실제 재정규모는 GDP의 38%이다."
얼마 전 중앙일보에 이런 내용의 탐사기획 보도가 실렸습니다. 물론 보수언론에서 주장하는 '작은 정부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사겠지요.
하지만 복지수준이 바닥을 헤매는 한국에서 "정부의 씀씀이가 미국과 일본 수준"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지요. 실제로 <중앙일보>의 통계에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 보도를 "국가 기본통계를 훼손하는" "위조지폐"에 비유했네요. 예산처의 한 관료는 이는 "무지의 소산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깔린 악의적 보도"라며 분개했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에서도 <중앙>의 보도는 왜곡보도라는 입장을 내놨네요.
어떻게 28%가 38%로 늘어난 걸까요? 인천대 경제학과의 황성현 교수에 따르면, "어떤 기관의 활동에 시장성이 없을 때만" 정부 산하기관으로 잡아야 하는데, <중앙일보>에서 웬만한 공기업은 다 정부 산하기관에 집어넣고 그 씀씀이를 산출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전문성이 부족한 취재팀이 일부 전문가들만의 이야기를 듣고 국가의 기본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하루아침에 1년에 77조원을 더 쓴 정부로 만든 것도 언론의 건전한 비판과 감시 기능에 속하는지 묻고 싶다." 황성현 교수의 지적입니다.
통계의 오류에 대한 지적들이 쏟아져 나오자 <중앙일보>, "장관들의 거친 언행 도를 넘어섰다"며 지면을 장관들 언행에 관한 비난으로 도배하고 있네요. <중앙일보>에서는 먼저 자신들이 내놓은 통계가 옳았는지부터 되살펴보고, 장관의 거친 언행 따지는 건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네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따지다 말고 갑자기 남의 말버릇 붙잡고 늘어지는 것. 논리학에서는 이런 걸 '논점일탈의 오류'라 부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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