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구원, 솟대한지숙
기분 내킬 때 훌쩍 떠나는 여행이지만 유독 마음이 기울어 갔던 곳을 또 찾게 되는, 마음자리에 따뜻하게 맴도는 곳들이 있다. 해남의 땅끝마을로 향하는 발걸음이 잦은 이유이기도 한데, 몇 년 전 첫 발걸음 이후 해마다 한 번씩은 즐겨 찾았나 보다.
땅끝마을에 가면 이젠 어느 정도 낯이 익어 눈 맞추고 조근거릴 곳들이 제법 많다. 그 가운데 하나, 전망대 오르는 길 오른켠으로 너르게 펼쳐진 바다에 오롯이 떠 있는 섬을 떠올린다.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앉아 내가 찾을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는 섬. 짙푸른 하늘을 떠안고, 품속 가득 바람을 끌어안고, 파도마저 잠든 바다에 고요히 엎드린 그 섬 말이다. 작년 1월의 겨울 여행에서도 그렇게 정겹고 푸근한 모습으로 만난 섬과 나, 반가움에 섬을 향한 그리움부터 덥썩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