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머피의 법칙' 극복할까

[분석] 한나라당 공천비리, 서울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

등록 2006.04.13 22:14수정 2006.04.1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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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세훈 전 의원. 한나라당 공천비리가 터진 지금, 서울시장에 도전중인 그의 기상도는 '일단 흐림'이다.

오세훈 전 의원. 한나라당 공천비리가 터진 지금, 서울시장에 도전중인 그의 기상도는 '일단 흐림'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늘은 참 우울한 날입니다."

13일 오전 서울시정 구상 발표를 위해 국회 기자실을 찾은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인사말이다.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지방선거 공천 관련 금품 수수 의혹이 터진 뒤 오세훈 전 의원의 기상도는 '흐림'이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정치개혁 관련 법안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한나라당 정개특위 간사로 나서 개정 작업에 힘을 실었던 그다. '오세훈법'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당이 불법대선자금 모금으로 '차떼기당'이란 오명에 휘말렸을 때, 이 같은 강도 높은 정치개혁을 주도하며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 인적쇄신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런데 또 터졌다. 그가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온지 일주일도 안돼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현대판 매관매직"이라며 '제2의 차떼기' 사건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는 "'오세훈법'을 만든 오 후보가 공천잡음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오세훈 "참 우울한 날"...
강금실 "우리당, 가난할 정도로 깨끗"


오 전 의원은 일단 말을 아꼈다. 그는 "참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다만 한나라당이 노력하는 자세는 인정해달라, 역대 어느 당도 공천과정 비리를 스스로 밝혀서 수사를 의뢰한 것은 처음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부패 비리에 대한 지도부의 단호한 의지를 평가해 달라는 얘기였다.

오 전 의원에 이어 강금실 전 장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 전 장관 역시 정책 발표를 위해서 모처럼 국회를 찾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한나라당 공천 비리에 대한 입장에 모아졌다.


"조금 놀랐다. 참여정부 들어서 가장 주력한 것이 정치환경의 깨끗한 변화이고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제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고 놀란 것이 당이 가난할 정도로 깨끗하다는 점에 감동을 받았다.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정치인들이 청렴하고 투명한 것만큼은 동의가 되어야 한다. 더이상 그런 부분이 의심받는 정치는 기초가 안된 것이다. 투명해져야 누가 거짓말을 하냐 진실하냐를 경쟁할 수 있다. 안타깝다."

'강금실 상품' 외에 지방선거에 별다른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선 호재다. 특히 최근 오세훈 전 의원이 강 전 장관을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조바심을 내던 차, 서울의 요지인 서초구(김덕룡)와 중구(박성범)에서 공천 비리가 터진 것은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다.


열린우리당은 뉴스가 터지자마자 12일 밤늦게 당의장 주재의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지도부는 "한나라당이 스스로 환부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은 평가한다"면서도 "몸의 독버섯 같은 환부는 한 두개 제거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이어선 안된다"며 한나라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지방선거 기상도] "그렇다고 우리당 찍을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양당은 이번 공천 비리 사건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악재가 계속되는 당 지지율 하락에 낙폭을 크게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사무총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은 "충격적이다, 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한길리서치는 지난 11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 1월 38.4%로 40%에 육박했던 지지도가 2·3·4월 연속 3개월 동안 하락해 29.6%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 원인에 대해선 "이명박 시장의 '황제테니스' 사건 등으로 그동안 30%+∝를 주도한 ∝ 요인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지지도의 '마의 40% 벽'을 깰 수 있었던 이명박 효과가 사라진 게 결정 요인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최연희 성추행 사태, 크고 작은 공천 잡음 등의 영향도 작용했다. 악재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이다. 서울시의 상암동 DMC 특혜분양 사건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가운데 과거 '차떼기당'을 연상시키는 중진급 의원들의 공천 비리가 터지면서 한나라당으로선 다시금 골수지지층만 남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바랬던 지지층에게 '구태를 반복하는 당, 변화하지 않는 당'의 인상을 남기면서 다시 부동층으로 돌아서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열린우리당도 마냥 환영할 처지는 아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무능한 여당, 부패한 야당의 구도가 다시 짜여지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의 부진 속에 한나라당의 부패·탄핵 정당이란 이미지가 희석되어 왔지만 다시 차떼기 악몽이 되살아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문제를 일으켰지 열린우리당이 자생적으로 경쟁 우위에 선 것이 아니"라며 "지방선거에 일정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흐름을 바꿨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즉, 이번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찍지 않을 이유는 생겼지만 그렇다고 열린우리당을 찍을 이유가 만들어 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시장 선거 기상도] 당락엔 직접 영향 없지만...

a 강금실 전 장관. 한나라당 공천비리가 그에게는 호재일 수 있겠지만, 당선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강금실 전 장관. 한나라당 공천비리가 그에게는 호재일 수 있겠지만, 당선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양당이 최대 전략지로 사활을 걸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나라당에겐 오세훈 전 의원이 가세하면서 경선 열기가 고조되고 당에 활력이 붙은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사건이다. 당내에선 주가가 최고조로 오른 오 전 의원에 대해 "관리만 제대로 해도 이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세훈 효과'에 힘입어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일순간 8.3% 급상승하기도 했다.(1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발표)

이번 사건이 후보 개인의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의 지지도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오세훈 개인이 '구악'이란 이미지가 있지 않기 때문에 일부 영향을 주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이미지와 후보 개인의 이미지가 '분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직격탄은 아니라는 얘기다.

되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 전 의원의 탄핵 발언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004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기권표를 던진 2명 중 한명이 '오세훈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지만, 오 전 의원은 최근 "탄핵 찬성 옳았다"며 이 같은 세간의 '기대'를 불식시켰다. 여당은 곧바로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며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커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식이 존재한다"며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나타난 '제2의 차떼기' 망령. 본인의 의지를 드러낸 탄핵 찬성 발언. 탄핵과 부패라는 한나라당을 상징해온 두 부정적 이미지의 뇌관을 '돌아온 오세훈'이 안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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