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EEZ에서 밀리는 일본, 한국에게 화풀이?

<산케이신문>, 중국측 ‘도발’에 대한 해상보안청의 늑장대처 지적

등록 2006.04.18 10:39수정 2006.04.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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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일 EEZ가 갑작스레 부각된 지난 14일부터 일본에서는 중·일 EEZ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한·중·일 3국이 동시에 EEZ 문제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4월 18일자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의 ‘도발’에 대한 일본정부의 위기관리체제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의 EEZ '도발'에 대한 해상보안청의 늑장 대처를 두고 위기관리체제의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는 <산케이신문>의 보도.
중국의 EEZ '도발'에 대한 해상보안청의 늑장 대처를 두고 위기관리체제의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는 <산케이신문>의 보도.<산케이신문> 홈페이지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측이 이미 지난 3월 하순 동지나해(동중국해) 인근 해상에 대한 선박(중국측 작업선박 제외)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공시했는데, 일본 해상보안청이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서 이를 즉시 파악해 놓고도 4월 16일에 가서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면, 한·일 양국의 EEZ가 독도 주변 수역에서 겹치는 것처럼, 중·일 양국의 EEZ도 동지나해 가스전 부근에서 겹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춘샤오·돤차오·핑후·톈와이톈 등 총면적 2만2천㎢에 이르는 4개의 가스전이 있다. 일본이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삼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자국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에까지 뻗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일 EEZ 문제와 관련하여, <산케이신문>이 소개한 그간의 경과과정을 일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내용은 어디까지나 일본측 주장임을 참고로 해두기 바란다.

(1)3월 하순 : 중국 해사국(海事局) 홈페이지, 동지나해 인근에 대한 선박(중국측 작업선박 제외) 항행을 금지하는 공시 발표.
※선박 항행 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역은 중국이 핑후 가스전 확장 작업(9월 30일까지)의 일환으로 해저 파이프라인 및 케이블 매설 공사를 벌이고 있는 해역(일본 <교도통신>).
(2)3월 하순 : 일본 해상보안청, 위 해사국 홈페이지에서 공시 내용 확인.
(3)같은 날 : 일본 해상보안청, 중국 해사국에 사실관계 확인하는 이메일 발송.
(4)1주일 경과 후 : 중국 해사국, 핑후 가스전 공사 자체를 부인하는 이메일 발송.
(5)4월 13일 오후 8시 : 일본 해상보안청, 독자적 경로를 통해 중국측의 항행 금지 조치를 확인하고, 위 수역을 통과하는 일본 선박에 대해 경보 발령.
(6)4월 13일 오후 9시 : 일본 해상보안청, 국제해사기구(IMO) 규정에 따라 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9개국에 위 경보 통지.
(7)4월 14일 : 일본 외무부, 해상보안청의 의뢰에 따라 중국측에 사실관계 조회(照會).
(8)4월 16일 : 일본 외무성, “일본의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고 UN 해양법협약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중국측에 전달. 이에 대해 중국측은 “오키나와 해구까지가 중국의 EEZ”라는 종래의 입장을 반복함과 함께 “신속히 회답하겠다”고 통지.
(9)4월 16일 오후 : 해상보안청, 정보 당국을 통해 총리에게 사실관계 보고.


위 사싵관계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미 지난 3월말에 중국 해사국의 공시 사항을 확인해 놓고도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다가 4월 13일부터 뒤늦게 대응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해상보안청 측은, 3월 하순에 중국 해사국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메일을 발송했지만(위 3번 일지) 중국측이 1주일이 넘도록 회답을 보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핑후 가스전 공사 자체를 부인하는 메일(4번 일지)을 보냈기 때문에 제때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4월 9~12일 도쿄에서 열린 북·미 핵문제 비공식 6자 접촉 때문에 EEZ 문제가 표면화되기 힘들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고 위 신문은 전했다.


그간의 경과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해상보안청이 2주일 이상이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다가 뒤늦게야 총리에게 보고한 것은, <산케이신문>의 표현처럼 일본의 위기관리체제에 일정 정도의 문제점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일 EEZ가 혹 중·일 EEZ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 보아야 하겠지만, 이 같은 중·일 간의 사정을 놓고 볼 때에 일본이 이번에 한국에 대해 도발적인 행동을 취한 데에 혹 다른 동기가 더 있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만들고 독도 주변수역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중요한 측면 외에도, 부수적으로는 일본 해상보안청이 자신들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한·일 간의 문제를 부각시켰을 가능성이 있음도 배제할 수 없다. 자신들이 중국측에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약화시키기 위해 ‘만만한’ 한국에게 도발적인 행동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일본은 자신들이 한국에 대해 도발적 행동을 취함으로써 중국에 대해 ‘무언가’를 보여줄 수도 있다. 상대하기 어려운 중국에게 강공책을 구사하는 것보다는 ‘만만한’ 한국에게 ‘본때’를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중국을 의식해서 한국에 도발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대응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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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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