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발병 전 박인희 씨의 가족의 즐거운 한 때. 두둑한 인격살과 기름진 모습으로 중년 남성의 표준 체격이었던 시절의 박인희씨.박인희
3년 전, 그는 위암 3기 환자였다. 친구들로부터 그가 위암에 걸렸다는 전해 들었을 때는 문병을 가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박인희씨의 가족들은 환자가 받을 충격 때문에 친구들이 문병오는 것조차 꺼린다고 했다. 친구들 역시 선뜻 그를 문병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라는 위암을 한창 나이인 40대 초반에 걸려버린 친구를 만나는 일은 누군들 자화상을 보는 것 같지 않았으랴.
그 해 겨울, 우리 가족이 새로 생긴 찜질방에 갔을 때였다. 찜질방의 아늑한 조명 아래서 유난히 빛나는 민머리가 눈에 띄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가 주위에 있는 사찰에서 온 스님일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남편이 그와 반갑게 악수를 하는 것이었다.
"야, 인희야, 좀 어떠냐? 치료는 잘 되고 있는 거냐?"
그동안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를 하는 중이라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스님이었다. 그는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답지 않게 표정이 밝았다. 우리가 실제 암 환자인 그 앞에서 '암'이라는 병명을 쓰기가 뭣해서 우회적인 표현을 쓰는 동안 그는 거리낌 없이 '위암'이라는 단어를 쓰며 그동안의 투병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가 암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보험사에서 해주는 건강 검진 서비스를 받던 중에 이상을 발견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암은 자각 증상이 없어서 조기 발견이 어렵다고 한다. 박인희씨의 경우도 자각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건강 검진을 받지 않았더라면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를 찜질방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우리는 그의 완치에 대해서 반신반의 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5년 전, 그들의 후배들 중 한 명이 같은 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전력이 있었고, 그동안 우리 주변에서는 암으로 마흔 살도 되기 전에 세상을 버린 사람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암에 걸려서 완치된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박인희씨의 암 극복기에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 같았다. 그날 친구들 사이에서는 박인희씨의 암 투병기는 단연코 화제였다. 이제 40대 중반에 들어선 대한민국 성인 남자들에게 암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이야 말로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날 그와 즉석에서 이루어진 일문일답 내용을 정리한다.
- 그동안 투병을 하시면서 암에 이르게 된 원인을 분석해 보셨나요?
"2003년 7월 25일에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을 했고 8월 8일에 수술을 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의 직위와 진급 관계로 고민도 많았고 석사 학위 논문을 쓰던 중이었던 것도 그랬고.
병원에서 진단을 할 때 의사가 당시 3년간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냐고 물었던 것을 보면 스트레스가 암의 가장 큰 발병 원인인 것 같아요. 내 성격 자체가 그런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해서 술을 많이 먹었던 것도 한 원인이었겠죠."
- 어쨌든 현재는 위암이 완치된 상태인데요. 그동안 건강관리를 하신 비법이 있다면요?
"처음에 병원에 있으면 문병 오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한 보따리씩 싸가지고 와요. 온갖 좋다는 약재는 다 구해 와서는 먹어보라고 하죠. 그것들을 순서대로 먹다보면 하루해가 저물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발병 초기에 조심해야 할 것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에요.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왔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가족, 친지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고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하고 활동 범위를 더 넓혀야 합니다. 좋다는 것을 다 섭취하기 보다는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