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패배로 끝난 협상

‘6월 지명신청 연기’라는 일본의 요구 끝내 관철

등록 2006.04.23 08:48수정 2006.04.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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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동해 수로 측량계획으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이 일시 봉합되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차관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부 사무차관 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양측은 22일 다음과 같은 합의를 했다.

▲일본측은 6월 30일까지 예정된 동해 해양과학조사를 중지한다.
▲한국측은 독도 부근 해저의 한국식 지명을 국제수로기구(IHO)에 등재하는 일과 관련하여 충분한 준비를 거쳐 적당한 시기에 하기로 한다.

일본이 지금 당장 독도 수역 탐사를 시도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한국측이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한국측의 패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패배

이번 협상을 통해 일본이 얻은 것은, 한국이 6월에 IHO에 한국식 지명을 등재하는 것을 막은 일이다. 그리고 일본이 얻은 수확은 실질적인 것이다.

한국이 얻은 것은, 일본이 동해에 대한 해양과학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확은 실질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정부가 해경 등을 앞세워 주권적 대응을 하면 일본의 해양과학조사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얻은 수확은 굳이 일본에게서 얻을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일본이 주지 않더라도 한국정부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토지의 진정한 소유자인 A가 소유권 등기를 위해 등기소에 가려 하자, B가 이를 막으며 "네가 지금 당장 등기소에 가지 않으면 너희 집 마당을 조사하지 않겠다"고 제의한 것과 같다. 한국은 그러한 제의를 받아들인 셈이다. B가 자신의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면 될 일이지, 그런 합의를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일본이 한국에게서 얻은 것은 실질적인 것인데 반해, 한국이 일본에게서 얻은 것은 실질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두 가지는 서로 등가 관계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서로 교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이 일본에게서 받은 선물은 그야말로 '공허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서로 교환될 수 없는 것을 교환했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일본에게 패배한 것이다.

한국은 '공허한 선물'을 받았다

한국이 충분한 준비를 거쳐 나중에 다시 지명신청을 하면 그때는 일본이 가만히 있을까? 일본이 그때도 반대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일본은 자신들이 먼저 일본식 지명을 등재하기 위하여 어떻게든 기회를 봐서 해저 지형을 조사하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양국 간 갈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이번에 홍역을 치르더라도 지명신청을 강행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다.

당장에 홍역을 피하기 위해 사태를 봉합하긴 했지만, 이번 협상은 분명 실패한 협상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을, 일본의 요구에 응해 다음으로 미루고 만 것이다.

이번에 한국이 밀렸기 때문에, 일본은 다음번에도 한국의 등재신청을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협상은 실패한 협상인 것이다. 마라톤협상의 '월계관'은 일본이 쓰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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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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