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일본 대권경쟁의 제물?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일본의 눈'으로 본 독도도발

등록 2006.04.24 10:11수정 2006.04.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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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인근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대한 일본의 탐사계획으로 인해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무부 1차관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왼쪽)이 만나 협의를 하고 있다.
독도 인근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대한 일본의 탐사계획으로 인해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무부 1차관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왼쪽)이 만나 협의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모두가 미봉이라고 말한다. 맞다. 한일 외무차관의 합의가 꿰매다 만 것이라면 언젠가는 마무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은 다음 달부터 재개하기로 한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획정 협상에 관심을 쏟고 있다. 차제에 분쟁이 근원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둡다. '안개 속'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차라리 '어둠 속'이라고 하는 게 맞다. 그럴 이유가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획정의 관건은 독도다. 유엔 해양법상 독도는 암초로 돼 있다. 암초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계획대로 배타적 경제수역 기점을 울릉도에서 독도로 바꾸려면 그곳에 주민을 거주시키거나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그럴수록 한일간의 분쟁이 격화된다는 점이다. 역시 핵심 중의 핵심은 영토 주권이다. 독도를 어느 나라의 섬으로 확정하는가가 관건이다.

'지금 이대로'가 아니라 '근원적인 해결'을 원한다면 한일 양국의 협상에 모든 걸 걸 수는 없다. 어차피 한일 협상테이블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건 수십 년의 독도 분쟁사가 증명한다.

국제적 공인이 해결책이지만 이 또한 가능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지난 18일 '강제분쟁 해결 절차의 선택적 배제선언서'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 기탁했다. 이로써 일본이 독도 분쟁을 국제사법법원에 가져가려는 시도를 거부할 근거를 확보했다. 국제사법법원이 해결의 장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렇게 될 수도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독도와 미국의 이해관계


그럼 방법이 뭔가? 한일 양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제3의 힘'이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사대적이다. 결코 양보할 수 없고, 오직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할 영토 문제에 제3국이 끼어드는 길을 여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국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윤병세 외교부 차관보가 지난 14일 방한 중이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만나 미국의 관심을 촉구했고, 이 메시지를 전달받은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지난 17일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을 만난 데 이어 지난 19일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중재를 시도했다고 한다. 미국은 또 일본에 우려의 뜻을 전했고 이에 따라 야치 외무차관이 아베 관방장관을 설득해 결국 방한 협상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두 개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 미국이 나선다 해도 역할은 '대화 주선'으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둘, 미국이 한 걸음 더 뗀다 해도 역할은 '현실 고착'으로 역시 한정된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독도 영토주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뜻은 더 이상의 분쟁이 없도록 독도를 한 나라의 영토로 확정하는 외교문서에 도장을 찍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독도가 어느 나라의 영토로 확정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미국에게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독도문제가 한일 두 나라에 미칠 정치적 파급력이 중요하다.

가정해 보자. 독도를 '한국령'이나 '일본령'으로 확정할 경우 어떤 현상이 빚어질까? 승리한 나라와 패배한 나라 모두 정치적 격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지형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이는 한일 두 나라 모두 정치적 불안정성을 고조시키고 결국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을 배가시킨다.

미국이 중요시하는 건 바로 이점이다. 미국이 중심에 서고 한일 두 나라가 좌우에 포진하는 '학익진'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

미국이 균형관계를 깨뜨릴 이유는 전혀 없다. 완급을 조절하는 게 상수다.

아베 장관의 도발과 지지율 하락

'포스트고이즈미'를 노리는 일본 정계의 실력자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최근 들어 그의 위치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04년 7월 11일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당원들 이름 위에 붉은 장미꽃을 꽂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와 박수를 치고 있는 아베 신조(오른쪽).
'포스트고이즈미'를 노리는 일본 정계의 실력자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최근 들어 그의 위치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04년 7월 11일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당원들 이름 위에 붉은 장미꽃을 꽂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와 박수를 치고 있는 아베 신조(오른쪽).AP/연합뉴스
그렇다면 한일 양국은 뭘 믿고 다음 달부터 배타적 경계수역 경계 획정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을까?

다른 나라가 거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고,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그래도 남는 건 적잖다. 독도 도발을 감행한 일본의 입장에서 보자.

일본 외무성은 내부 보고서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반일감정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고 치자. 그럼 일본은?

이번 독도 도발을 주도한 장본인은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다. 그는 아소 다로 외무장관,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과 함께 '포스트 고이즈미'를 노리는 일본 정계의 실력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의 위치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의 독도 도발은 이 와중에서 나왔다. 이것이 뭘 뜻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고이즈미는 오는 9월에 총리직을 내놓겠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대권 싸움이 목전에 다가온 상태에서 독도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한일 외무차관의 합의가 일본의 대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획정 협상은 5월부터 시작되지만 그 타결 시점은 전혀 내다볼 수 없다는 점, 하다못해 결렬 여부도 9월이 되기 전에는 쉽게 점칠 수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도 9월이면 낫다. 일본은 내년에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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