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만난 야생더덕

말로만 듣던 야생 더덕을 만났습니다

등록 2006.04.25 08:49수정 2006.04.25 10:2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야생에서 자라는 더덕의 모습
야생에서 자라는 더덕의 모습조태용
전방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 중에는 더덕에 대해 한마디씩 안 하는 분이 없을 정도로 더덕은 군대 이야기에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입니다.


근무 중이거나 행군 중에 더덕향기가 나서 더덕을 캤는데 "엄청 크더라" 든가, 아니면 "엄청 많더라" 이런 식의 이야기 말입니다. 저의 경우 부산에서 근무해서 더덕구이를 알고 있을 뿐 더덕이 어찌 생겼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근처에서 살다 보니 더덕이 어찌 생겼는지 모른다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지리산이 코 앞에 보이는 곳에 산다면 야생 더덕 정도는 찾을 수 있어야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덕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묻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지인의 산에 일이 있어 함께 산 길을 오르는데 이것이 야생 더덕이라며 손으로 더덕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더덕의 모양을 모르니 한눈에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떤 것일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가리키는 손끝을 보니 덩굴나무 순처럼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아 이것이 더덕이구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니 손으로 건들면 향기가 난다고 해 '톡' 치고 냄새를 맡아보니 더덕 특유의 향기가 진하게 퍼집니다.

주변에 풀이 없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변에 풀이 없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조태용
야생 더덕은 10년을 커도 손바닥보다 크기 어렵다고 합니다. 숲이 아직은 풀이 많지 않아서 더덕이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도 몇 뿌리가 보입니다. 더덕도 한 곳에 무리 지어서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이 캤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더덕 옆에는 야생 취나물이 보입니다. 지리산에는 취나물이 꽤 많은 편입니다. 취나물은 재배한 곳과 한 발만 떨어져 야생에서 자라도 그 향과 맛이 천지 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재배한 것만 판매하는 곳에서는 야생의 것을 팔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야생의 것을 맛본 사람은 재배한 것을 쉽게 구별하고 맛도 없다고 항변하기 때문이라는데 도공이 최고의 도자기를 깨버리는 이유와도 닮아 있습니다.


지리산 야생 취나물
지리산 야생 취나물조태용
돌아오는 길에 야생취나물을 조금 뜯어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쌈을 싸서 먹어보니 지리산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더덕은 너무 작아서 맛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리산의 취나물만 먹어도 맛있는 저녁 식사가 되었습니다.

야생더덕을 이제서야 알고 나니, 어렸을 때 "서울 사람들은 벼도 모르고 쌀밥을 먹는다"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자신이 매일 먹는 쌀이 벼에서 나는지도 모르고 옆에 벼가 자라고 있어도 이것이 벼인지 잡초인지 구분을 못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가 막혔던 것입니다.


매일 더덕을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리산을 지척에 두고 살면서 더덕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어 지리산에 사는 사람으로써 좀 체면이 선 것 같습니다. 더덕도 모르는 사람에서 탈출했으니 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4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5. 5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