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전문점 연씨보이차. 이곳에는 지역이나 성씨를 딴 상호가 많다.이웅래
제남 차 도매시장 안에는 한 가지 종류의 차만을 고집해 판매하는 전문점이 꽤 있다. 이런 전문점은 대개 자신의 고향에 보유한 생산지에서 직접 재배·가공·판매하는 곳이라 보면 된다.
그래서 상점이나 차 이름을 보면 '연씨보이차', '안서철관음'처럼 자신의 성씨나 고향의 이름을 따 상표명이나 점포명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중국 절강성에 있는 천도호(千島湖)는 이름 그대로 호수 안에 1천 개의 섬이 있는 인공호수라고 한다. 물이 맑고 공기가 좋다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녹차가 꽤 유명하단다.
직접 재배·판매하는 차 전문점의 자존심
처음 찾아간 곳은 '천도호운차'라는 간판을 내건 점포다. 이곳에서도 철관음이나 오룡차, 보이차, 일조설청(日照雪靑), 화차까지 판매하는데 녹차가 주 판매상품이라 한다.
천도호운차의 등화 사장은 첫마디부터 천도호 자랑이다. 물이 맑고, 경치가 좋으며, 공기도 아주 좋단다. 그런 곳에서 생산되느니 만큼 품질 역시 우수하다고.
녹차는 우리도 흔히 마시는 차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녹차의 판매는 점점 줄고 있다고 울상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녹차 가격이 다른 차에 비해 비싸다는 점 때문이란다. 봄에 딴 차만을 선별해 일본으로 꽤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판매량 감소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녹차를 마시지 않느냐, 한국에 판매하면 어떻겠느냐'고 내게 묻는다. 어설픈 지식으로 한국에 보성이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생산된 녹차가 품질이 아주 좋고, 녹차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건 순전히 TV나 매스컴에서 귀동냥한 어설픈 지식이다. 녹차 산지라면 사실 보성밖에 모른다. 티백으로 된 녹차 외에는 별로 마셔본 적이 없는 나는 아직까지 녹차의 진정한 맛과 향을 모른다. 설록이니 작설이니 하지만 약간 다른 것 같다는 느낌 외에는 구별도 못하겠고, 계룡산 갑사에 갔을 때 그곳 찻집에서 우전을 조금 비싼 값에 마셔본 경험이 고작이다.
등 사장은 능숙한 솜씨로 녹차를 우려내 잔에 따라준다. 이곳의 점포들은 손님이 가면 으레 자신들이 파는 차를 시음하게 해준다. 머그잔과 비슷한 잔에 마시는 일반인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대개 조그만 잔을 쓴다. 일단 첫 잔을 들어 향기를 맡고 한 모금 입에 넣어 혀로 살살 돌리면서 맛을 음미하란다. 흉내는 내보았지만 느껴지는 건 비릿한 풀냄새(이것 역시 무식의 소치다)와 은근한 향기 정도다.
통역을 위해 동행한 분이 그곳을 나서면서 정말 좋은 차라고 거든다. 나이가 드시고 차를 아는 분이라 아마 마신 후에 입 안에 남은 향기를 음미했던 모양이다.
다음에 들른 곳은 일종의 건강보양차를 파는 상점이다. 이곳의 노소혁 사장은 차로 건강증진이나 성인병을 예방 또는 호전시키는 건강차를 개발·판매하고 있는데 위생부에서 그 성분과 효능을 인정받은 유일한 곳이라고 자랑한다(중국 위생부에서 비준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