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삶을 철학의 삶으로 바꿀 때다

현대 정몽구 회장 구속 방침을 보면서

등록 2006.04.27 17:41수정 2006.04.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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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오직 '돈'이다. 아침 인사란 게 고작 “부자 되세요.”, “돈 많이 버세요”일 뿐이다. '부자 마인드'가 하나의 인생 철학으로 자리잡은 지도 한참 지났다.

인간을 형성하고 평가하는 것도,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권력의 평가 기준도 바로 돈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젠 한 인간의 ‘인간됨’인 인격마저도 돈으로 평가한다. 무엇을 입고, 무엇을 타고,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본래 부의 본질은 과도함에 있다. 그리스의 정치 개혁자였던 솔론은 “부에는 끝이 없다. 과다는 오만을 낳는다. 불의한 이익에는 곧 화가 미치기 마련이다. 화재와 마찬가지로 처음은 대단하지 않지만 그 끝은 몹시 나쁘다”고 말했다.

이 말을 받아 테오그니스는 “오늘 가장 원하는 것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 두 배를 소유하고자 한다. 돈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까지 했다.

"부는 오직 그 자신만을 목적으로 삼을 뿐"

돈은 참으로 요상한 괴물이어서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 여전히 더욱 갖고자 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부는 오직 그 자신만을 목적으로 삼을 뿐이다.

돈에 대한 불의한 이익을 추구하려다 마침내 현대 자동차 정몽구 회장에게 화가 미쳤다. 처음엔 대단한 것 같지 않지만, 그 끝은 몹시 나쁜 법이다. 이미 삼성을 비롯한 몇몇 재벌의 경우들를 통해서 생생하게 목격하지 않았는가?


단순히 생계의 방편으로 생활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만들어졌던 수단인 돈이 목적이 되어 버렸고, 그 어떤 것도 도대체 진정시킬 수 없는 세상 일반의 물릴 줄 모르게 지속되는 한정 없는 욕구로 변해버렸다.

그러므로 우리는 '돈'의 밑바닥에서 타락된 인간의 성향과 전도된 의지, 다른 사람보다 더 소유하고, 자신의 몫 이상으로 소유하고 싶고, 모든 것을 소유하고픈 끝없는 인간의 끈질긴 소유욕을 발견한다.


그간 40 여년이 넘게 이 땅에서 저질러졌던 군사주의 문화의 정치적 지배, 군벌 집단과 결탁해 성장해 온 몇몇 독점 재벌, 재벌을 등진 언론의 정치 지배구조, 소수의 학교 출신자들에 의한 학벌 독점적 사회구조가 만들어 낸 온갖 악들이 번성해 왔다.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진보와 보수 세력간의 이념의 갈등은 증폭되었고, 세대간의 갈등은 깊어졌고,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양극화 현상은 한층 첨예화되었다.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과 부조화는 날로 심화되어 왔다. 오직 경제적 부에 대한 추구가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서 우리를 몰아세웠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였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지나치게 경제적 '파이'의 양만을 생각하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 하는 반성적 물음을 물을 여유를 갖지 못했다.

사실상, 능력에 따라 부가 오고 가는 사회에서 부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적 돈이 주는 화려함, 안락함 그리고 그 쾌락이 전적으로 거부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부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난도 결코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가난 그 자체가 자랑이 될 수 있는 시대 또한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자에 대하여 혹은 부에 대하여 통렬한 비난을 퍼붓는 것은 '부 그 자체'가 아니라, 부에 대한 사회적 부산물들이다. 이 부산물들이 전형적으로 '강남'이라는 특정한 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넘쳐나는 경제적 이익과 부로 인한 부산물들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학벌을 위한 교육 독점적 권리를 누리고, 원정출산 따위의 저급한 행태를 통해서 드러난다. 이것들은 우리 시대가 당면한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고, 이것들의 근원지가 바로 강남이다.

돈을 추구하는 천민적 자본적 정신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 공동체 안에 심어 놓은 온갖 악들, 한 국가 안에 불러일으키는 분열과 미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생겨나게 되는 시민들 간의 부조화와 불평등이다.

돈에 대한 맹목적 추구는 모든 시민적 가치를, 이를테면 혼인, 영예, 특권, 평판, 권력에 대한 가치의 전도를 가져오고, 오직 부만이 그 모든 가치에 승리할 수 있다는 삶의 좌표를 심어 주었다. 바로 이 점이 비난의 표적이 되어야 한다.

오죽 했으면 무전유죄이고 유전 무죄이겠는가? 이건 돈에 의하여 원칙이 무너지고 정의가 무너진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마땅히 지켜야 할 올바른 가치를 무너뜨리고 돈에 의한 정치적 지배만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것에 불과하다.

현대 정몽구 회장의 돈의 지배에 휘둘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들은 연일 진정서나 탄원서를 통해서 정 회장을 구속하지 말 것을 내세우고,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그를 구속하면 나라가 망할 듯이 요란을 떨어대며 돈을 들여 신문광고 지면을 메우고 있다.

이것은 옳지 못하다. 이 과정의 반복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그간 심어 온 가치의 전도를 보지 못했는가? 부자 마인드가 가져온 저 숱한 악들을.

사회적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단지 그림의 떡으로 만들뿐이다. 돈의 철학의 핵심에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 놓여 있어야 한다.

돈이 잉태하고 생산해놓은 제도와 전도된 가치의 '노예'로 전락한 우리 자신은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돈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과 우리 삶에 진정한 의미를 주는 ‘철학의 가능성’을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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