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 겉그림.동방미디어
이외수는 괴짜로 통한다. 또한 천재로, 혹은 선인으로도 불린다. 때로는 바보라는 단어로도 불리기도 한다. 그 행적이 워낙에 예측불가능하며 기이하기에 그런 것일 텐데 분명한 것은 이외수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괴짜든 천재든 선인이든 바보든 뭐든 간에 그 모든 것들은 이외수가 한 '글빨'하기에 생겨난 것들이다.
그런 이외수에게 글을 배운다면 어떨까? 그 인상에 그 옷차림에 그 호통이라니, 이외수가 선생이라니 덜컥 겁부터 나기도 한다. 과연 무엇을 배울 수도 있을까 싶지만, 아서라, 배우는데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배우겠다는 열망만 있다면 되레 싫다는 사람을 어떻게든지 스승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책 제목은 <공중부양>, 글쓰기에 대한 비법이 담겨 있다는데 제목이 범상치 않다. 제목만 그런 것도 아니다. 알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 '단어의 장'의 첫 장 '단어채집'부터 심상치 않아 보인다. 단어를 채집하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외수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만 이것도 기본을 익히지 못하면 서당개는 평생 개꼴을 면치 못한다며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단어채집부터 시작하라는 말이다.
단어채집의 방법은 생각 외로 쉽다. 노트 같은 곳에 단어들을 적으면 된다. 어떤가? 쉽지 않은가?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외수는 단어를 찾았다면 속성을 찾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물론 겉으로 판단되는 속성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속성까지 찾아야 한다. 여기서부터 생각 외로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쉽다는 인상은 단어를 적을 때까지만 적용될 뿐이다. 이제부터는 고단함의 연속이다.
속성을 생각해봤다면 속성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속성에 근거한 대화를 만들어 보고, 시간성과 공간성을 부여해보고, 본성도 알아야 하고, 발상도 전환해봐야 한다. 특히 이외수는 발상의 전환을 두고 "발상의 전환 없이 글쓰기의 발전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로 의미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의문은 발상을 전환시키는 도화선이다.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라"라고 충고한다. 가령 참새가 왜 걷지 못하는지, 돌고래는 정말 외계에서 온 지성체일까 하는 의문 같은 것을 품으라는 말이다.
발상의 전환에 이어 나오는 기본에 관한 것들은 아직 한참이나 더 있어 글쓰기의 비법을 배우는 이를 약간은 당황스럽게 만든다. 이대로라면 만날 단어만 주구장창 붙들고 있으란 말이 아닌가? 그렇다. 그래야 한다. 글쓰기에 관한 다른 책들과 달리 <공중부양>은 '단어의 장'에 할애된 지면이 8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단어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역시 기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이 '기본이 중요하다'고 말한 뒤에 문장에 진입하는데 반해 <공중부양>은 중요한 기본을 어떻게 중요하게 취급하는지를 직접 알려주는 것이다.
어렵게 '단어의 장'을 건너면 그 다음에는 '문장의 장'이 나온다. 이외수는 여기에서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 경계해야 할 것들부터 알려준다. 그것은 즉, 가식과 욕심, 그리고 허영이다. 이외수는 좋은 문장에 대한 비법으로 '진실'한 문장을 뽑는다. 아무리 수식어가 현란하고, 보기 좋더라도 진실이 없다면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도 기본은 중요하다. 바로 맞춤법과 띄어쓰기! 이것들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문장의 장'에 이어서는 '창작의 장'이 기다리고 있다. '창작의 장'에서도 이외수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라'고 주문한다. 또한 최근에 유행하는 문학이론들에 틀을 맞추지 말고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라고 충고한다. 이대로라면 창조의 어머니는 모방이 아니라 의문이라고 해도 될법한데 그만큼 의문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일 게다. '창작의 장'에서는 실제적인 가르침이 다수 눈에 띈다. 소설의 인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구성은 어떻게 꾸밀 것인지 하는 것들인데 풍부한 사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단어채집으로 시작하는 <공중부양>의 첫 모습은 약간은 기이해 보였다. 하지만 어떤가. 보면 볼수록 의미심장한 것들을 엿볼 수 있지 않는가? 그렇다. <공중부양>은 실제적인 비법들도 알려주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기본에 충실할 것과 끊임없는 의문을 갖으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어느 것이든 기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뜨고 싶은가? 그러면 기본에 충실하자. 그러고 싶은데 정작 그 방법을 모르겠는가? 무엇을 고민하랴. <공중부양>에서 이외수를 만나면 해결되는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알라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해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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