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이식 자전거, 서울 나들이 하다

버스, 지하철, 기차는 자전거와 연계해야

등록 2006.05.02 20:59수정 2006.05.03 09:1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파란색의 접이식 자전거 '스트라이다(애칭, 패랭이)'를 타고 지하철과 기차를 이용하여 서울에 갔다. 대전 둔산동에서 서울 우면동 대림아파트까지 2시간 20분 정도 걸렸고, 두 번의 지하철과 기차 삯으로 1만9900원이 들었다.


a 라운지에 누워 있는 패랭이

라운지에 누워 있는 패랭이 ⓒ 이규봉

지난 4월 28일. 서울에 계신 장모님 생신에 혼자 다녀왔다. 아내에게 특별한 일이 생겨 나 혼자 다녀온 것이다. 그날 오전 9시에 패랭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왔다. 대전 시청역까지 패랭이를 타고 가서 지하철 안으로 끌고 들어가니 역무원이 "접을 수 있어요?"한다. 물론 접을 수 있다. 그러나 승객이 별로 없어 접을 필요가 없었다.

대전역에 도착하니 오전 9시 30분이다. 철도회원을 위한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50분에 출발 예정인 KTX를 기다렸다. 물론 패랭이도 같이 들어갔다. 멀리서 오는 기차와 함께 패랭이를 사진에 담고 기차에 올랐다. 패랭이를 어디에 두나 염려했으나, 짐을 두는 선반에 충분히 누일 수 있었다. 이곳 말고도 출입 문가에 세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a 선반 위에 놓여 있는 패랭이

선반 위에 놓여 있는 패랭이 ⓒ 이규봉

a 귀퉁이에 세워논 패랭이

귀퉁이에 세워논 패랭이 ⓒ 이규봉

서울역에서 내려 다시 지하철을 탔다. 패랭이는 맨 뒤의 차량 벽에 세우거나, 휠체어를 두는 공간에 누일 수 있었다. 또는 출입문과 옆 의자 사이의 빈 공간에 세워 놓고 잡고 있으면 된다. 충무로역에서 환승하여 양재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25분이다. 역 바깥으로 나와, 비로소 접힌 패랭이를 활짝 펴고 올라 타 목적지인 우면동까지 씽씽 달렸다. 마을버스를 기다려 타고 가는 것보다 빠르다. 우면동 대림아파트 입구에 오니 오전 11시 40분이다.

a 지하철의 빈 휠체어공간에 누워있는 패랭이

지하철의 빈 휠체어공간에 누워있는 패랭이 ⓒ 이규봉

대전으로 돌아갈 때는 우선 패랭이를 타고 양재천으로 갔다. 천변길에 들어서니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도 타고 산책도 한다. 양재천변의 무성하고 키 큰 풀 너머로 높은 빌딩이 보이고, 탄천에는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이 즐비하게 앉아 있다. 넓은 한강을 천천히 음미하며 잠수교에 도착하였다.

서울에 살았던 적이 있지만 한강변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우면동에서 잠수교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잠수교를 건너니 더 이상 진입할 곳이 없다. 할 수 없이 기찻길을 건너 인도로 들어섰다. 삼각지를 거쳐 서울역까지 인도로 달렸다. 서울 역시 인도는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지 않다. 서울역으로 건너가기 위해 패랭이를 안고 높은 계단을 내려갔다. 강남 쪽 잠수교에서 삼각지를 거쳐 서울역까지 40분이 걸렸다.


대전 지하철은 작은 자전거를 갖고 오르내리기에 불편함이 별로 없다. 그러나 서울은 어려움이 많다. 우선 승강기나 자동식계단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대전 지하철의 개찰구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수 있지만 서울의 개찰구는 번쩍 들어야 한다. 자전거가 이 정도이니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탁상공론의 장애인 정책과 자전거 정책을 펴지 말고 직접 현장을 답사하여 실질적인 행정을 펴야 할 것이다.

a 편리한 대전 지하철 개찰구

편리한 대전 지하철 개찰구 ⓒ 이규봉

a 불편한 서울 지하철 개찰구

불편한 서울 지하철 개찰구 ⓒ 이규봉

에너지를 절약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도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다. 시민이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위한 길도 필요하지만, 우선 자전거를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정책이 더욱 필요하다.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기차에 접이식 자전거뿐 아니라 일반 자전거도 실을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면, 자전거를 갖고 전국 어디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갔다 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패랭이는 파란색 스트라이다 자전거의 애칭이다.

덧붙이는 글 *패랭이는 파란색 스트라이다 자전거의 애칭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