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환
“다녀오세요”라는 아내의 밝은 목소리를 뒤로 하고서 아파트를 나섰다. 여느 때나 다름없이 ‘삼삼이'(차량의 뒤 번호를 따서 붙인 승용차의 애칭)를 운전하며 기분 좋게 출근길에 나섰다.
아파트와 왕복 2차선의 골목길을 벗어나는 지점의 갓길도 없는 교차로에 닿았다. 붉은 신호등이 들어와 교차로 맨 앞에 정차했다. 좌회전과 직진이 동시 신호로 이루어지는 지점이다.
교차로이지만 골목길이라 이른 아침 시간에는 차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붉은 신호가 조금은 길게 느껴졌다. 적당히 눈치껏 진행하면 좌회전이 가능할 것 같았다. “가버릴까?” 하는 유혹을 받았으나 ‘법규 준수’라는 평소의 생각이 앞섰기에 차분히 기다렸다.
그런데 뒤쪽에 있던 승용차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으로 빠져나갔다. 신호를 기다리다 조급증을 이기지 못한 까닭이리라. 앞쪽에서 저만치 오던 버스가 ‘빵빵’하며 지나갔다. 법규 위반으로 좌회전하는 승용차에 경고음을 보낸 것이다.
잠시 후 푸른 신호등이 들어 왔다. 좌회전으로 막 출발하려는데 ‘삼삼이’의 뒤쪽에서 ‘우지직’소리가 나면서 무엇인가 부딪쳤다. 백미러를 보니 바로 뒤쪽에 있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은 상태에서 ‘삼삼이’의 왼쪽과 맞닿아 있었다. 순간적으로 접촉사고가 났구나 여겼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보니 뒤쪽 차량의 범퍼 보조대 오른쪽이 ‘삼삼이’의 범퍼를 걸고 끼여 있었다. 뒤쪽 차량이 순간 판단 착오로 30cm 가량의 범퍼를 먹고 10cm 정도를 찢어 바깥쪽으로 젖혀 버렸다. 전혀 예측치 못한 사고였으므로 황당하였다.
사고차 운전자는 중년 여성이었다. 마찬가지로 예측치 못한 순간적 사고임을 알았기에 그냥 멍하니 차에 앉아 있었다. 손짓을 하며 교차로 앞부분에 있는 도로 가장자리 공간으로 차를 빼도록 조치하였다.
‘삼삼이’를 세우고서 꼼꼼히 살펴보니 범퍼와 안 쪽의 부속들도 망가져 있었다. 운전자와 딸인 듯한 대학생 차림의 여성이 차에서 내려 왔다. 표정이 난감한 듯 물끄러미 망가진 차를 쳐다보고 있었다.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왜, 법규를 어겨 중앙선을 넘어가면서까지 진행하려 하셨나요?”
“법규위반인 줄 알기는 하지만 앞에 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서...”
“조금 전 좌회전으로 빠져나간 차는 법규위반한 것이에요”
“알아요, 그렇지만 딸애 학교 데려다 주려다보니 시간이 급해서...”
“속도가 없는 상태라서 그나마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으니 다행입니다. 신호위반으로 중앙선을 넘어 조기 출발하시다가 사고를 내신 것이니 과실은 100% 인정하실테지요?"
“예, 그렇지만 아저씨가 그냥 서 계시기에...”
“상황은 이해하지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입니다. 신분만 확실하다면 사고처리를 바로 합의하고 각자 일을 보는 것이 좋으리라 여깁니다. 면허증 좀 보여 주세요”
“없습니다.”
“무면허이신가요?”
“집에 두고 나왔어요.”
“그럼 믿을 수 있도록 다른 증거나 연락처라도 주세요.”
“애들 아빠에게 연락해 봐야겠어요.”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하지만, 아내도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내고서 화급하게 연락하던 정황이 생각나서 “그러세요” 하고서는 전화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고 차량 두 대가 갓길도 없는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돼 있으니 길이 좁다고 ‘빵빵’대며 지나가는 차량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현장 사진을 찍는 등으로 시간을 활용했다.
“남편이 집에서 바로 오겠답니다.”
10여분이 지나서 운전자의 남편이 도착했다.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사고 경위를 듣더니 가입된 보험회사로 연락해 봐야겠다면서 전화를 했다.
사고 상황에 대해 보험회사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과실을 100% 인정하고 보험회사에서 처리토록 조치했으니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고 비용을 정산하도록 합의를 요청했다.
남편의 면허증을 확인하고 사후 처리를 위해 협의할 사항이 필요할 것 같아 서로의 명함을 주고받은 후 범퍼가 젖혀지고 살이 찢어진 ‘삼삼이’를 몰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출근하고서 1시간 여 지나자 보험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차량 수리를 어디에나 맡길 것인가를 물었다. 자신이 보증할 테니 수리를 맡겨달라는 내용이었다.
직접 차를 수리하여 퇴근시간까지 사무실로 가져다주겠다는 것이었다. 번거롭게 정비공장에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허락하였다.
보험회사 직원이 30분 뒤 직접 차를 가지러 왔다. 내용을 설명하고 ‘삼삼이’를 넘겼다. 찍어진 범퍼가 툭 튀어나온 자세로 굴러가는 ‘삼삼이’를 뒤에서 보면서 심사가 착잡하였다.
옆에서 함께 있던 동료가 거들었다.
“희한하단 말이야. 바쁘다고 서둘면 꼭 사고가 난다고. 운전에는 심리적 안정이 최고 보약이야. 교통사고는 났다 하면 크든 작든, 피해자이건 가해자이건 무조건 손해야.”
‘삼삼이’는 7시간 여만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깨끗이 몸단장을 하고 돌아왔다. 보험회사 직원이 정성스러웠다. 그러나 아직 2만km도 타지 않은 새 차인데, 속에 골병은 들지 않았겠지? 은근히 마음을 재 보았다.
“그래, 교통사고는 나지 말아야지” 교통법규 위반의 뒷치닥거리에 몸과 마음이 피곤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다짐하고 보니 하루해가 저물었다. 이제 ‘삼삼이’를 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지.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반갑게 맞이할 아내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 위로 아침에 보았던 사고 운전자의 황망스럽던 얼굴이 겹쳤다. 교통법규를 어기면서까지 1초를 먼저 가려다 30분이 지체되고, 50만원 정도의 경제적 부담마저 생긴 그 여인의 심사가 하루 종일 어떠했을까? 놀란 가슴을 잘 다스리고 사고 원인과 결과를 두고 부부싸움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교통사고가 나면 누구나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의 잘못은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속설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사람은 순간적인 판단 잘못에서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는 날 수 있다. 그러기에 교통사고에서 문제를 푸는 핵심의 관건은 법규위반 여부이다. 법규를 위반했다면 우선은 잘못이다. 그 다음은 현명한 대처이다. 서로간에 신분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양자의 입장을 정리하고, 그렇지 못하면 보험회사로 연락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 다음은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보험요율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액처리제도가 있어서 보험회사에서 고객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처리해 준다. 교통사고를 내고서 길거리에서 소리를 높인다면 아직은 운전자로서는 초보이다. 노련한 사람은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론적인 자동차사고 처리 요령이다. 단 인사사고인 경우는 보다 까다롭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처리요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책은 보험회사로 연락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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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성을 인정 할 수 있는 연륜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간에 존중과 협력이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세계의 평화로운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그 일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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