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 드라마들의 시청률 부진

[TV] 중장년층 지지업은 일일·주말극 인기와 대조

등록 2006.05.11 20:32수정 2006.05.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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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애시대

연애시대 ⓒ SBS

최근 평일 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간판 드라마들이 나란히 시청률 경쟁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내 이름은 김삼순>같은 화제작들이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호성적을 거두었고, 연초 방영되었던 <궁> <마이걸>같은 작품들도 모두 20%중반을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안방극장은 '드라마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각 지상파 방송사들이 저마다 내로라하는 PD와 작가, 인지도 높은 스타급 배우들과 제작비의 물량공세를 앞세워 시선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시청층이 분산됐고 저마다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을 펼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지난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너 어느 별에서 왔니>의 경우, 방영 내내 월화드라마 선두 자리를 고수했지만, 최고 시청률은 TNS 미디어 리서치 조사 결과 17.9%에 그치며 단 한번도 20%고지를 넘지 못했다. 평일 황금시간대 인기 드라마의 경우, 종전 같으면 1위가 보통 20~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게 예사였다. 그러나 최근 이시간대 최강자였던 대하사극 <서동요> 이후로 20% 이상을 넘는 작품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현재 수목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는 SBS <불량가족>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불량가족>은 지난주 14.7%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선두에 올랐고, 이번 주 10일에는 15.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불량가족>은 지난 3월22일 첫 방영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10% 초중반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특정 작품만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최근 들어 드라마 시장에서 트렌디드라마 장르가 전반적으로 침체현상을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a 불량가족

불량가족 ⓒ SBS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완결편으로 기대를 모았던 KBS <봄의 왈츠>는 지난주 6.6%라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감우성·손예진의 안방극장 복귀와 사전제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 <연애시대>도 13.2% 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MBC <닥터 깽>이나 KBS <굿바이 솔로>같이 마니아팬들의 호평을 얻었던 작품들도 막상 시청률 면에서는 10% 고지에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거나,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허덕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트렌디드라마들의 흥행 부진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일일·주말드라마의 호황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주 지상파 방송사 전체 시청률에서 나란히 1, 2, 3위를 기록한 KBS <별난 여자 별난 남자>, SBS <하늘이시여>, KBS <소문난 칠공주>는 모두 20~30%의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30~40대 이상의 중장년층 팬들의 지지율이 높은 '가족드라마'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젊은 시청자들에 비해 특정 드라마에 대한 고정팬의 비율이 높다. 한번 보기 시작한 드라마에 대한 지지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한 공통점이 있다. 최근 고무줄 편성이나 작위적이고 진부한 구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족드라마들이 논란의 와중에서도 변함없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고정 시청자들의 꾸준한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


반면, 케이블과 인터넷같은 뉴미디어의 활용도가 높은 젊은 시청자들은 예전처럼 TV를 통해 고정적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드물다. 사실 오늘날 트렌디드라마들의 인기 척도는 단순한 시청률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SBS <연애시대>나 <불량가족>,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같은 작품들은 수치상의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주인공들의 패션이나 명장면 패러디와 합성물, 다시보기(VOD) 조회수 등에서 높은 기록을 선보이며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최근 트렌디드라마들이 기대에 비해 높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트렌디'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기존 드라마의 진부한 공식을 넘어서는 어떤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궁>의 경우, 기발한 만화적 상상력과 궁중문화의 현대적인 재해석, 십대들의 솔직한 욕망을 포착해내는 시선으로 자칫 유치해보일수 있는 설정과 트렌디드라마의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반복한다는 비판을 넘어설 수 있었다.

국내의 미니시리즈나 특별기획들이 대개 2개월 단위로 새로운 작품을 뽑아내야 하는 어려움과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열악한 제작환경에 시달리면서 소재 고갈과 스타 부재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따라잡고, 드라마의 극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최근 국내의 트렌디드라마 제작 여건을 다시 점검해 봐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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