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버스 안에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인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석정현
믿지 못 할 이야기지만 한때는 만화를 두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다인 것으로 착각했던 세월이 있었다. 20여 년 동안 '글'에 대한 고민은 건너뛰고 오로지 그림에만 매달려왔던 것이다.
"스토리 작가 전진석과 자취하면서 부족한 제 고민을 한껏 깨닫게 됐죠. 그림만 잘 그리면 글도 대충 나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림과 글이 동등한 게 만환데 왜 그렇게 그림에만 치중하고 있었을까요. 만화가가 아닌 그림쟁이였던 거죠."
지독한 반성의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이야기 공부를 시작했다. 해부학, 원근법, 색채를 공부했던 것처럼 시나리오, 연출기법 등 이야기를 더 열심히 팠다.
그리고 올해 그는 '만화가 석정현'을 목표로 삼았다. 한때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혹은 메가쑈킹만화가가 붙여준 '마나레이터'라 불리기도 했지만, 이젠 그도 사양한다. 2006년은 석정현이 극만화가로 다시 태어나는 해다. <귀신>은 그 분명한 그'시작'을 알릴 것이다.
"한 이삼년 전, 굉장히 속 쓰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만화가라고 다 만화가는 아니라는, 만화가가 밟아야 하는 정통적인 수순을 다 밟지 않았느냐는 등의 무시를 받았던 때가 있었죠. 너무 속상했습니다. 반드시 변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귀신>이 마무리되는 대로 6월초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이 그를 기다린다. 지속적인 단행본 작업으로 극만화가라는 오랜 숙원을 이제 하나씩 갚아나갈 참이다.
석정현에게 "소름끼치게 즐거운 일"이란 다 그려진 만화 말칸을 채워 넣는 것이다. 순간 캐릭터들이 고른 숨을 쉬며 살아나는 듯해 몇 시간씩 완성된 만화를 들여다보게 된다고. 더욱이 인쇄된 세상에 뿌려지거나 온라인을 헤엄치는 작품들을 대할 때의 말 못할 기쁨이란.
"누군가 보아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만화가가 된 의미를 충분히 느끼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아주 나중에는 정말로 <아키라>나 <공각기동대> 같은 전 세계가 기념할 만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어려운 꿈은 아니겠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kocca.or.kr:8908/ctnews_kor/servlet/cms.article.lo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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