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연정(洗然亭)

세상사 씻어내려 세연(洗然)이라 했거늘...

등록 2006.05.17 15:30수정 2006.05.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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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6년3월 보길도 세연정 정자의 현판

2006년3월 보길도 세연정 정자의 현판 ⓒ 나천수

세연정(洗然亭)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서

글/나천수

세상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다.
세상을 해부해보면
뼈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시가 있는 것 같은데
칼질 하는데도 걸림이 없는 걸 보면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닐까.

세상은 흐르는 물 같아
흘러가도록 놓아두든지
잠시 머물라고 가두어 놓든지
그렇다고 물이 저항 하는가.
아니면 불평 하는가.
저 담은 그릇 모양대로
다 그렇고 그런 것처럼 있으니,

a 2006년 3월, 보길도 세연정 전경

2006년 3월, 보길도 세연정 전경 ⓒ 나천수

가장 맛있는 것 입속에 넣고 씹는 순간
가장 더러운 것으로 변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도 껍질 하나 벗기면
구역질나도록 추한 것 되니,


사람 눈에 비친 것들
본래 모습이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닐까.
나 자신의 실체도 그렇고 그런 것처럼,
그렇고 그런 것마저 씻어내야(洗然)
참 나를 볼 것인가,
참 나를 알 것인가.

억겁으로 이어온 세연(世緣)들 얼 키고 설 키었는데
씻는다고 씻어질 것인가.


하지만 보길도에 은둔하고 있는 윤고산은
세연(世緣)도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고
그것마저 씻어버리려 세연(洗然)이라 했거늘...

a 2006년 3월, 보길도 세연정 아래의 세연연못

2006년 3월, 보길도 세연정 아래의 세연연못 ⓒ 나천수

덧붙이는 글 | 완도군 보길도 섬에가면 윤고산이 살았던 무릉도원이 있다. 육지에서 배로 약 1시간 거리인 섬에 살면서도, 세상사 그렇고 그런것 마저 씻어 버리려고 정자의 현액을 세연정(洗然亭)으로 내걸었다. 도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번쯤 보길도 섬에 들어가 1박하면서 세연의 의미를 새겨봄도. 필자가 오마이 독자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완도군 보길도 섬에가면 윤고산이 살았던 무릉도원이 있다. 육지에서 배로 약 1시간 거리인 섬에 살면서도, 세상사 그렇고 그런것 마저 씻어 버리려고 정자의 현액을 세연정(洗然亭)으로 내걸었다. 도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번쯤 보길도 섬에 들어가 1박하면서 세연의 의미를 새겨봄도. 필자가 오마이 독자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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