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신은 우리 것"... 여야, 지도부 '광주로~'

한화갑·정동영·박근혜 지방선거 첫 거리유세 대결 광주서

등록 2006.05.17 19:59수정 2006.05.1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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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공식선거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여야 지도부와 후보자들이 광주로 광주로 향하고 있다. 18일 2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17일부터 정치인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18일은 5·3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다. 호남에서 치열한 '정치적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물론 지지율 두 자리 수와 20%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도 '광주 선택'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여야 4당 지도부는 17일과 18일 광주로 총출동해 서로 다른 의미의 '광주 선택'을 부르짖고 있다. 18일 오전 민주당은 광주역에서 중앙당 차원에서 5·31 출정식을, 한나라당 역시 옛 전남도청 앞 '민주의 종각'에서 출정 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표는 첫 거리유세를 충장로에서 펼친다.

열린우리당도 17일 특별기자회견에 이어 정동영 의장의 첫 거리유세를 충장로에서 열고,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후 중앙당선대본부 출정식을 광주에서 열 방침이다.

[민주당] 묘지서 무릎꿇은 한화갑 "여당 5월 정신 말할 자격없다"

a 17일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 등 당 지도부와 광주전남지역 후보 등 50여명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한화갑 대표,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 박준영 전남지사 후보는 고 박관현씨 묘 앞에서 무릎을 꿇어 추모했다.

17일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 등 당 지도부와 광주전남지역 후보 등 50여명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한화갑 대표,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 박준영 전남지사 후보는 고 박관현씨 묘 앞에서 무릎을 꿇어 추모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먼저 광주와 전남지역을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는 민주당은 17일 오전 한화갑 대표 등 소속 국회의원, 장상 선대위원장,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와 박준영 전남도지사 후보 등 50여명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특히 한화갑 대표와 두 광역단체장 후보는 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바 있는 박관현씨의 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추모하기도 했다. 먼저 무릎을 꿇고 나선 한 대표는 '5·18 군 투입은 질서유지'라는 이원영 우리당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한 대표는 "어떻게 계엄군의 광주 진주를 질서유지라고 할 수 있느냐"며 "열린우리당은 광주 정신을 계승한다는데 말할 자격이 없는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계엄군은 17일 저녁 나를 비롯한 DJ를 중정에 잡아가두면서 광주 시민들의 반발을 진압하기 위해서 진주한 것"이라며 "당시 광주는 질서유지가 필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열린우리당을 겨냥한 후 한 대표와 두 후보는 다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17일 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좀 도와주시오, 정말 고달프다, 사방이 벽이고 사면초가다"라며 "믿을 곳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 고향분들이다, 호남민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왔던 당은 민주당뿐"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참배를 마친 한 대표 등 지도부는 광주지역 구청장 후보 사무소, 정종득 목포시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열린우리당] 80여명 의원 대동한 정동영 "시민학살 후계정당 막아달라"

a 17일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당 의장 등을 비롯해 소속 의원들이 광주로 총출동했다고 과언이 아닐 만큼 80여명이 광주를 찾았다. 정 의장 등은 이날 오후 5.18기념문화관에서 특별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17일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당 의장 등을 비롯해 소속 의원들이 광주로 총출동했다고 과언이 아닐 만큼 80여명이 광주를 찾았다. 정 의장 등은 이날 오후 5.18기념문화관에서 특별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전남지역에서 민주당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창당 이래 최대 규모의 국회의원들이 '5월 광주'를 찾았다. 그 만큼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행보다.

17일 오후 4시경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당 의장, 김덕규 국회 부의장, 강봉균 정책위 의장 등 당 지도부와 광주·전남지역 소속 의원 등 80여명이 광주를 방문했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조영택 광주시장 후보, 서범석 전남도지사 후보 등은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관 대동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별'기자회견은 광주와 전남에 여당과 정부가 줄 '선물'을 공개하는 자리가 아닌 '5월 정신'과 '광주의 승리'를 호소하기 위한 자리였다. 열린우리당에는 이 호소가 특별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들은 '5월 광주'의 선택을 호소하기 위해 참석자 전원(남성 의원)이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검정색' 넥타이를 매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정 의장은 "광주는 우리당의 모태와 같은 곳"이라며 "광주 없는 열린우리당은 생각하기 어렵다, 광주의 미래를 담당해 갈 우리당과 평화민주세력이 5·18 영령 앞에 옷깃을 여미고 새로운 출발을 각오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5·31선거를 통해 광주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과 '시민학살' '계엄정당' 간의 큰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며 "시민을 학살한 계엄정당 후계 세력이 제주에서부터 전국을 석권하는 것을 광주시민들이 막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그는 "광주에서 승리하는 것은 평화민주세력이 대결집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수구 3각세력은 날로 더 힘을 더해가는데 평화민주세력은 지리멸렬한 위기에 처해 있다, 광주 승리를 통해 21세기 신주류를 태동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회견을 마친 정 의장 일행은 5·18 사적지 도보순례 일환으로 80년 당시 처음으로 계엄군이 시민에게 발포를 했던 광주고등학교 앞으로 걸어간 뒤 5·18 전야제가 열리는 옛 전남도청 앞까지 이동했다.

또 정 의장은 저녁 9시 무등파크호텔에서 5·31필승결의대회를 열고 18일에는 이번 선거 첫 거리유세를 광주 우체국 앞에서 열 계획이다.

[민주노동당] "5월 정신 두고 열린당·민주당 추태"

a 17일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광주를 찾아 필승결의대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17일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광주를 찾아 필승결의대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 조경모

민주노동당도 '광주 선택' 호소 대열에 함께했다. 민노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광주 지역을 전략 지역으로 선정, 총력을 기울린다는 방침이다. 민노당은 광주에서 20% 정당 지지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노당은 천영세 의원단 대표, 권영길·강기갑 의원 등 지도부가, 오병윤 광주시장 후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5·18 광주항쟁 정신계승과 광주 필승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천 대표는 "80년 5월 광주의 정신이 민주노동당의 근본 정신"이라며 "지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광주에서 벌이고 있는 정치적 추태는 광주민중항쟁을 계승하려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80년 광주처럼 지금 평화로운 평택 들녘에 군대를 투입해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력은 다름 아닌 광주정신 운운하는 열린우리당 정권"이라고 힐난했다.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동당만이 자주, 평등, 평화라는 광주의 5월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면서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광주시민들과 함께 5·18 승리의 만세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종 중앙당 선거대책본부장은 "광주는 그동안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항상 앞장 서왔다"면서 "한나라당의 일방적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민주노동당이며 현재 광주, 울산, 부산 등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이에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선전을 기대했다.

오병윤 광주시장 후보는 "24세때 5·18을 겪은 뒤 26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푸른하늘을 바라보지 못했다"라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고는 "광주정신을 모독하고 배신한 보수 양당을 반드시 심판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립 5·18민주묘지와 구묘역을 참배하고 승리를 다짐했다. 한편 민노당은 중앙당 선거대책본부 출정식을 18일 기념식 이후 광주에서 연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광주서 정동영 의장과 거리 유세 첫 대결

a 한나라당은 18일 박근혜 대표 등이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충장로에서 지방선거 첫 거리유세를 벌인 예정이다. 앞서 12일 한나라당 박희태 부의장 등은 5.18묘지를 찾아 정화작업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18일 박근혜 대표 등이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충장로에서 지방선거 첫 거리유세를 벌인 예정이다. 앞서 12일 한나라당 박희태 부의장 등은 5.18묘지를 찾아 정화작업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박근혜 대표 체제 이후 꾸준히 호남과 접촉면을 넓혀 온 한나라당도 두 자릿 수 지지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5·18과 관련한 광주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다만 지난 12일 박희태 국회부의장, 허태열 사무총장과 중앙당 당직자 50여명은 12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묘지 주변 정화작업을 벌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정화 작업이었다. 이날 허태열 사무총장은 기자를 만나 "한나라당은 호남을 얻지 않고서는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다"며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 또 광주시민들이 마음의 문을 더 열어갈 수 있도록 진심어린 호소를 계속할 것이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18일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는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옛 전남도청 앞 '민주의 종각' 앞에서 5·31 지방선거 출정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특히 박근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첫 거리유세를 정동영 의장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충장로 1가에서 벌일 예정이어서, 정 의장과의 거리유세 대결을 벌인다.

이 같은 여야 4당의 구애에 광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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