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개론서,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가?

등록 2006.05.26 16:03수정 2006.05.26 16:03
0
원고료로 응원
무더운 여름날에 긴 산행으로 지치고 목마를 때 만난 시원한 샘물 같은 책 한 권을 만났다.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쓴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가 그것이다. 이 책은 불교에 대한 재미있는 소개서, 즉 개론서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적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 우리나라 여러 사찰들을 찾아다니고, 불교 관련 서적들을 여러 권 구해 읽기도 했다. 그리 많은 불교 관련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만큼 재미있고, 쉽고, 유익한 책을 보지는 못했다.

a 오강남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

오강남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 ⓒ 이종암

이 책을 쓴 저자 오강남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맥매스터(McMaster) 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University of Regina) 비교종교학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도덕경>(1995),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1996), <장자>(1999), <예수는 없다>(2001), <예수가 외면한 그 한 가지 질문>(2002), <세계종교 둘러보기>(2003)가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닌, 기독교 신자이면서 비교종교학자가 썼다는 점에서, 또 비판이나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닌 함께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썼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다른 불교 입문서와 차별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종교를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고 한 종교학자 창시자인 막스 뮐러의 생각을 존중하는 저자가 비교종교학자로서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불교철학을 가르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종교를 넘나들며 불교를 쉽고도 재미있게 풀고 있다. 획일주의나 배타적 시각이 아닌 종교다원주의 입장에서 불교를 설명하고 있어 불교 신자는 물론 기독교나 가톨릭 신자, 무교주의자가 읽어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불교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의도를 '서문'에서 "불교에 대해 특별한 배경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 더욱이 불교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없었기에 오해와 선입견을 지니고 심지어 거부감까지 갖게 된 분들에게, 불교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듣기 쉽고 친절하게 이야기해 드리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일반 독자들에게 "불교의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 그 깊은 가르침은 과연 무엇인가, 일반적인 현대 용어로 풀면 불교는 어떤 모습일까, 불교가 21세기 정신계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알려주고 싶어서라고 적고 있다.

나는 370페이지가 넘는 이 불교개론서를 역사 소설이나 애정 소설을 읽는 것 이상으로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 불교적 삶에 대해서 궁금하고 그러나 어려워서 답답하기만 했던 것이 일시에 해결되는 것 같았다. 목마름에 지쳐 있을 때 만난 달디 단 샘물이라고나 할까. 불교사 전체가, 한국 불교의 여러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듯했다. 저자에게 고맙다는 서신이라도 보내고 싶다.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는 불교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발전 과정, 중국으로의 전래 과정과 아시아에서의 발전 양상, 그리고 최근 서양 사회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불교의 모습과 특징 등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불교의 기본 교리와 용어 해설을 쉽고도 분명하게 들려주고 있다. 책의 각 소단락이 끝나는 지점에 불교와 기독교의 종교적 특성을 비교 설명해 놓은 부분도 값진 것이다. 한국 종교에 유독 심한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배타적 태도를 넘어 상호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오늘 한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는, 기독교 신자인 상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이 책을 새로 한 권 더 구입을 했다.

부록에 편재된 세 편의 짧은 글 '선(禪)은 종교인가' '불교와 그리스도교, 무엇으로 다시 만날까?' '사상적 대립과 갈등의 극복'도 지금 우리 시대에 아주 소중한 깨우침을 주는 글이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 시대 만연한 사상적 대립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앞으로 한국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겸손하게 제시하고 있다.


수도 없이 밑줄이 쳐지고 곳곳에 색색의 간지가 붙여놓은 이 책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자신이 없다. 다만 표4에 써놓은 두 분의 글을 옮기면서 책 소개를 끝맺어야 하겠다.

"눈을 뗄 수 없는 글이다. 이 책의 출판은 한국의 불교학계에 커다란 사건이 될 것이다. 불교의 교리와 사상적, 문화적 의미에 대해 이렇게 명료하고도 정확하게 쓴 글은 국내외를 통틀어 많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외국에서 수십 년간 동양 종교와 불교를 강의하고 연구한 저자의 연륜을 느낄 수 있게 흔히 어렵다고 하는 불교의 교리를 이리 저리 곰삭혀서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도록 하였다. 평소 삶과 종교에 대한 깊은 사색과 고민을 한 분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저자만의 독특한 해석과 비유로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불교학을 전공한 평자도 읽어가면서 계속 무릎을 치며 그분의 통찰에 새삼 공감하게 된다. 나의 불교 철학 강의 시간의 주교재로 쓸 책이 이제 드디어 나왔다!" - 조은수(서울대 철학과 교수)


"다른 종교를 통해 자신의 종교를 더 넓고 깊게 알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흔히 이것을 잊고 있다. 이 책은 그 명백한 사실을 우리에게 예증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비교종교학자이자 그리스도인 저자의 '신앙고백'이며 지적(知的) 그리고 영적(靈的) '순례기'이다. 그리스도인을 위한 불교 이야기라고 하지만, 실은 이웃 종교인의 관점으로 불교를 새롭게,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교인들을 위한 불교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자신의 종교를 '나만'의 구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의 구원이라 이해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조성택(고려대 철학과 교수)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오강남 지음,
현암사, 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