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옆에 있는 표어. 정 목사는 곳곳에 기도를 강조하는 문구를 써놓았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이승규 기자] 중증의 장애인에게 약을 먹여 숨지게 하고,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정아무개 목사(67세).
5월 25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김포에 있는 '○○○기도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기도원 길 건너편에는 모 교회가 있었고, 그 옆으로 집이 두 채가 있었다. 기도원 뒤쪽에는 논만 있어 무슨 일이 벌어져도 밖에서는 알 수 없는 구조였다.
김포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40여 분을 들어가야 하는 작은 마을. 이 마을에는 약 80여 가구, 300여 명의 주민들이 산다. 그러나 최근 사건으로 인해 기자들과 각종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이곳을 찾아 조용하던 동네가 시끄럽다. 기자가 이 기도원을 찾은 날에도 'SBS 모닝와이드' 취재팀과 한국장애인복지협회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은 언론 보도가 나간 뒤에야 자신의 동네에 있는 기도원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만큼 동네 주민들과 정 목사는 왕래가 없었다. 기도원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5월 24일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가 된 뒤 기자들이 찾아와 이것저것 묻자 다른 곳으로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사건이 벌어진 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장애인 시설에 분산돼 수용됐다고 말했다.
주민들 "우리는 전혀 몰랐다"
▲기도원 예배실 내부. 역시 기도를 강조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주민들은 하나같이 정 목사의 정체를 몰랐다. 그냥 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목사라는 사실만 알뿐,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나쁜 사람인 줄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도원 바로 앞에 사는 A씨는 "나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그렇게 나쁜 사람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거의 매일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며 가끔 "나가게 해 달라"는 소리도 들려왔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젊은 여성들도 몇 명 있었다며, 여자들끼리 싸우는 소리도 많이 들렸다고 했다.
A씨는 정 목사가 장애인들을 이용해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 단체들이 찾아와 청소도 해주고, 목욕도 해주고 물질적인 도움도 주고 갔기 때문이다. 이런 단체들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이 기도원을 찾았다. 또 인근 지역에 있는 군부대의 군인들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와 기도원 앞에 있는 텃밭도 가꿔주고, 청소도 해줬다고 했다.
그는 "인천에서 온 알코올중독자가 한 달 만에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뉴스에 나온 것처럼 약을 먹여 죽인 것이냐"며 기자에게 오히려 되물었다. 또 "가끔 영구차가 와서 사람들을 실어 나가는 것을 봤다"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항의에 정 목사 "장애인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기도원 뒷편에 널부러져 있는 휠체어들. ⓒ뉴스앤조이 이승규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 목사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03년. 처음에는 김포 시내에 있었는데, 그곳 주민들의 항의로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 기도원이 장애인 수용 시설인 줄 몰랐다고 했다. 정 목사의 사택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장애인 수용 시설인 줄 알고 일부 주민들이 항의를 했지만, 정 목사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큰소리를 쳤다고 했다. 당신들이 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이들을 돌보겠냐고 말이다.
주민들은 그의 말이 옳다고 판단, 그 뒤로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기도원이 지어진 뒤 장애인들이 한두 명씩 들어왔다. 주민들은 그들이 불쌍해 소란스럽게 해도 항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 쌀 등 먹을 것도 갖다 줬다고 했다.
이들은 어제도 동네 청년들이 항의하기 위해 기도원을 찾았다며 아마 정 목사는 이 마을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기도원 바로 맞은편에 있는 교회 목사는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 주민들은 이 기도원이 1인 1실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치매가 걸린 노인의 경우 이런 방에 기거하게 한 뒤 밖에서 문을 잠기도 했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 "큰아들이 장애 2급... 특수 사역하게 됐다" | | | 인터넷방송에서 신앙간증... 모 교단 총회장까지 역임 | | | |
| | ▲ 장애인 6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미신고 복지시설 원장 정 아무개 목사. 그가 출연한 모 기독교 인터넷 방송 홈페이지의 첫 면이다. | ⓒⓒ뉴스앤조이 유헌 |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에서 수용자를 홀대해 숨지게 하고 장애를 가진 며느리에게까지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정아무개 목사. <뉴스앤조이> 확인 결과 정 목사는 지난 2004년 11월 한 기독교 인터넷 방송에서 간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간판을 단 한 중소교파의 총회장까지 지낸 것으로 소개됐다. 정 목사는 이 인터넷방송 '인터넷 초대석'에 출연해 자신이 운영하는 기도원을 소개하면서 장애인 사역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 목사는 이 방송에서 "안수기도를 해서 치유의 은사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아들의 장애는 고치지 못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다"며 이런 과정에서 "아들을 탓한 것을 회개하는 40일 기도를 하고, 이 사역을 하게 되었다"고 간증했다.
다음은 기독교 인터넷 방송과 정 목사의 인터뷰 요약문이다.
- A교회 B의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길 잃은 양들과 쉼터가 필요한 분들과 생활하고 있는 정아무개 목사님을 모셨습니다. 운영하고 계시는 곳의 현황을 소개해달라.
"장애인들 중에서도 지체장애자와 정신장애자 분과 노인들과 치매로 고통받는 분들이 있다. 또한 노숙자, 알콜 중독자, 시각 장애자도 한 분 모시고 있다. 저희는 한 가지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들을 어려운 형편이지만 모시고 있다."
- 몇 분이나 모시고 있나.
"여자 분이 12명, 남자 분이 15명 정도 있다."
- 목사님이 이런 일을 하게 되신 계기가 있다면?
"큰아들이 장애 2급이다. 지체장애가 있는데,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그런 중에 일반 목회를 10여 년 했다. 목회 할 때마다 장애자들이 한두 사람씩 오더라. 그분들하고 같이 신앙생활 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하나님께서 그분들을 많이 상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시더라. 장애인이 많아지면 일반인이 빠져나가고,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IMF 때 노숙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한 30여 명의 노숙자가 오셔서 그분들도 데리고 있다보니 특수한 사역을 하게 되었다."
- 노숙자 분들은 어쩌다 오시게 됐나.
"우리 교회에서 전단지가 나간다. 예를 들면 서울역에 노숙자 센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정보를 받고 우리 쪽으로 보내준 거다. 서울역, 영등포 등 각 쉼터에서 도저히 못 데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서 퇴원을 시켜야 하는데 보낼 곳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우리가 모셔오기도 한다. 우리는 일단 다 받아들인다. 우리가 소화시킬 수 있는 분이면 같이 있고, 도저히 안 되는 분들(병이 깊은 분)은 병원으로 보내는 조치를 취한다."
- B의 집을 하시기 전에는 공군에서 군목을 하셨는데, 하나님이 방향을 틀어서 이런 일을 하시게 하게 된 건가.
"사실 우리 아들이 장애자이기 때문에 목회를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기도도 많이 하고 안수기도도 한다. 그래서 치유의 역사도 나타난다. 근데 사람들이 "자기 아들도 못 고치는데 무슨 신유의 역사가 있냐", 그런 소리들을 때는 차라리 아들이 없으면 목회도 잘할 텐데 하는 마음도 가졌다. 두 번 정도 40일 금식을 하면서 회개했다."
- 가족이나 사모님은 이 사역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처음에는 왜 이런 궂은 일을 하느냐고 거부감이 있었지만, 오래 지나다 보니 괜찮아졌다. 하나님의 은혜로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목사님이 아무개 교단 총회장이 되셨다고 들었다.
"열심히 하다 보니까 되었다. 사람이 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이 세우신 거라고 믿는다. 또 세우셨으니 충성을 다할 것이다. 어려운 교회가 많다. 군소 신학에는 개척교회들이 많다. 그런 곳을 도와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할 것이다."
- 앞으로의 바람은.
"지금은 조립식 건물에 있다. 80평 가량을 쓰는데 정식으로 허가 난 건물은 60평이다. 벽돌로 된 건물을 지어서 모시는 분도 평안히 모시고 싶다. 건물을 제대로 지어서 시에서 복지 지원도 받기 원한다. 지금은 조립식이기 때문에 미비해서 지원도 못 받고 있다. 벽돌로 된 건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 뉴스엔조이 유헌 | | | |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www.newsnjoy.co.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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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숨지게 한 기도원 갔더니 "내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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