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신화', 그 허망한 진실

[서평] 이성주의 <황우석의 나라>를 읽고

등록 2006.05.26 18:16수정 2006.05.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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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출판사
2005년 11월 새튼 교수와 황우석 교수의 결별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줄기세포 논란'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13일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과 김선종 연구원의 줄기세포 섞어 심기가 결합된 사기극"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대 자체조사에서도 이미 언급이 되었던 터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애써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 주었다.

나 역시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줄기세포의 신화가 한참 잘 나가던 시절에 우연히 황 박사의 강연을 들었고, 사인도 받았다. 확신을 가지고 쉽게 풀어 나가는 말솜씨와 겸손한 태도, 우리나라에도 저런 과학자가 있으니 희망이 있다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TV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노성일 원장과는 반대로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또박또박 기자회견을 갖는 황 박사의 모습에서 나는 애써 신뢰를 찾으려 했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황우석의 나라>를 지은 이성주는 동아일보에서 의학담당 기자로 일해 왔고, 줄기세포 사건이 발생되기 전 1년간 미국에서 연수를 받고 귀국했다. 이후 줄기세포 논란을 지켜보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성주 기자는 이번 사태가 발생되기 전의 내·외신 기사와 여러 자료의 분석, 정치와 과학사,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어떻게 해서 이런 희대의 사기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기자는 우선 이 사기극을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현란한 말재주, 언변을 지닌 황 교수가 '국익'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이용했고, 여기에 대중의 욕구를 연결한 언론이 같이 만들어낸 사건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리고 "관료주의에 빠진 언론은 자신들이 쌓아올린 황 교수의 가짜 이미지에 스스로 속아 자유로운 토론과 검증이 보장되어야 하는 과학의 영역을 반증이 불가능한 비과학의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고 이 기자는 지적하고 있다.


과학과 언론은 모두 민주주의의 원리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오류 불가능의 성역을 만들어 오류수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거대한 비민주적 조직이 된 언론은 MBC PD수첩에 완패하고 말았다고 일침을 가한다.

또 이 기자는 "황 교수가 한창 논문을 발표할 때인 2004∼2005년 국내의 언론들은 외국 언론을 인용해 외국 과학계가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극찬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오히려 외국신문이나 학술지에서는 부정적인 톤으로 쓴 기사가 한국에서는 황 교수의 업적을 대서특필하는 식으로 치장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예를 들어 <뉴욕타임즈>는 황 교수 관련 기사로 "Without Apology, Leaping Ahead in Cloning ; 해명도 없이 (복제연구가) 더 나아갔다"는 부정적인 내용을 내보냈지만, 국내언론은 이를 "극찬했다"고 보도하는 식이었다. 국내 언론에서는 황 교수보다 먼저 줄기세포 분야를 연구한 제임스 톰슨, 로버트 란자 등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란자는 황 교수가 지난 2004년 논문에 발표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에 의한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이 기자는 "진실을 찾는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언론 역시 진실을 찾기 위해 기자들은 늘 궁금증을 가져야 함에도 한국 기자들은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고 기본이 안 된 기사를 양산하였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또 이 기자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과학과 언론에 똑같이 적용되며, 이들 영역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부정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이번 황 교수 사태에서 우리 모두 느끼고,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그는 "과학에서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토론과 반증을 제 영역에 두어 오류수정이 가능하도록 연구실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부터 고치자"고 소리를 높인다.

여러 논란으로 들끓던 줄기세포 사태가 공식적으로 종결된 지금, 우리는 애써 "우리나라에도 자정능력이 있다"며 위로를 삼으려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시스템의 정착만이 재발의 근원적 처방"이란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과학계, 언론계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도서명 : <황우석의 나라>
지은이 : 이성주
펴낸곳 : 바다출판사

덧붙이는 글 도서명 : <황우석의 나라>
지은이 : 이성주
펴낸곳 : 바다출판사

황우석의 나라 - 황우석 사건은 한국인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성주 지음,
바다출판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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