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고 붙이면 그 학교 붙는다?

고3 학생들의 '대학로고 집착증' 천태만상

등록 2006.05.28 15:20수정 2006.05.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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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학로고 스티커를 붙인 각종 필기도구.

대학로고 스티커를 붙인 각종 필기도구. ⓒ 이재승

바야흐로 고3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던 친구들은 묵묵히 꿈을 향해 전진해나가고 있고 방학내 노는데 정신이 없던 친구들도 고3이 되자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루 24시간을 다 써도 부족한 이 친구들에게 신기한 증세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건 바로 우리 고3 학생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부르는 '대학로고(UI; University Identity) 집착증'입니다.

우리 친구들은 대학로고가 하나의 보물처럼 여겨집니다. 책상과 교과서, 심지어 필기도구까지 대학로고가 그려져 있는 스티커로 도배되어 있고 학습에 사용되는 붙임 메모지, 연습장, 수첩, 달력까지도 대학로고가 담긴 것들입니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한 대학에서 학교 진학지도실로 입학정보가 담긴 책자와 떡을 보내왔습니다. 선생님들이 그 떡을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는 몇 친구들에게 돌려주셨는데 문제는 그 떡에 붙어있었던 대학로고입니다.

"야! 저기 휴지통에 버려진 거, 저거 OO대 맞지?!!!"
"어 맞다…!!"
"저거 내꺼야~!!!! 빨랑 가져가자."

라고 하면서 스티커를 구하기 위해 휴지통을 뒤지던 친구들의 모습. 여러분도 이제 고3학생들의 대학로고 집착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하시나요?


심지어는 대학로고가 담긴 수첩이나 연습장을 구하러 가고 싶은 대학을 직접 방문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a 친구가 어렵게 가져왔다는 그 수첩과 붙임 메모지.

친구가 어렵게 가져왔다는 그 수첩과 붙임 메모지. ⓒ 이재승

"오!!! OO대 수첩을 왜 네가 갖고 있냐?!"
"하하 부럽냐? 지난번에 OO대 갔다가 입학처서 몇 개 가져왔어."
"야야 나도 하나만 갖다 주면 안돼?!"
"안돼 하나밖에 없는 거라고."


며칠 전에 필통에서 대학로고 스티커를 붙인 필기도구를 꺼내든 친구가 저에게 부러움을 받고 싶었던지 은근슬쩍 자랑을 하더군요.

"야, 재승아 이거 멋지지 않냐?~"
"이거 붙일 시간에 공부나 하지 그랬냐."
"자식, 부러우면 말로 해라 그래도 이게 내 샤프에 붙어 있으니깐 공부할 때마다 보면 언젠간 내가 정말 이 대학에 가있을 줄 누가 아냐?"

지금 생각해보면 제 친구의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합니다. 사람이 꿈을 품고 항상 마음에 그 꿈을 두고 있으면 정말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 재밌는 상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혹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어른 분들이 우리 고3들의 모습을 본 후에 잘나가는 외국산 브랜드를 빼고 고3 학생의 선망이 되고 있는 대학로고가 담긴 신발, 옷가지를 만들지 않을까요? 그럼 고3 학생들에게는 불티 나게 팔릴 텐데 말입니다.

이제 대학수학능력시험도 6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요즘은 저를 비롯하여 많은 고3 친구들이 각 대학에서 나온 입학전형안내서를 보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여기를 갈까? 저기를 갈까? 하면서 내년 이맘때 행복한 대학생활을 꿈꾸는 친구들을 보며 저도 가끔은 내년에 멋진 대학생이 되어 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곤 공부에 지친 머리를 식히곤 합니다.

오늘 하루를 노력에 노력을 더해 보내는 저와 우리 친구들, 내년 이맘때는 정말 멋진 대학생이 되어 있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재승 기자는 스스로넷 뉴스(www.ssro.net)의 청소년 기자로 활동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재승 기자는 스스로넷 뉴스(www.ssro.net)의 청소년 기자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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