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지역을 바꾸는 열가지 희망 ⑩] 주민이 주인...주민소환제

등록 2006.06.02 21:15수정 2006.06.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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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전국 26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2006 지방선거시민연대'와 공동으로 '지역을 바꾸는 10가지 희망'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지역의 복지, 문화, 환경, 자치 등의 분야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성공사례를 발굴·소개해 풀뿌리 지방자치단체의 바람직한 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마지막회입니다. <편집자주>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의 경우 예비선거운동이 있어서 유권자들이 조금 더 길게 주인 행세를 하게 됐다. 그래봐야 4년만에 한번 돌아오는 기회에 불과하지만.

후보들은 출퇴근의 시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시민의 뜻에 따를 터이니 꼭 찍어달라는 주문을 외워댔다. 좋은 머슴이 되겠노라고 노래를 불렀다. 유권자의 반은 기권으로, 반은 도장을 찍음으로써 그 주문의 마법에 빠져들었다. 짧은 주인 행세를 마치고 거리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a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독식'으로 결론남에 따라 지방권력의 견제수단으로 주민소환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이 서울 여의도에서 주민소환제 등 6대 과제 입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독식'으로 결론남에 따라 지방권력의 견제수단으로 주민소환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이 서울 여의도에서 주민소환제 등 6대 과제 입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전수영

누군가 '정치는 짧고 교육은 길다'고 했지만, 아직 '선거는 짧고 권력은 긴'것이 현실이다. 권력 자원의 분배 자체가 불공정한 상태에서 선거는 그 기울어진 권력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에 그치고 있다. 선거를 통한 권력을 그 옛날 아테네에서처럼 '추첨'을 통해 해체시켜야 한다는 혹자의 주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숭숭 뚫린 구멍을 정면으로 폭로하고 있다.

'주민 소환', '주민 투표', '주민 발의' 등등의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은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선출된 자에 대한 소환권을, 중요한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새로운 제도에 대한 제안권을 주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물론 대의 민주주의가 이상 그대로만 실현된다면 아마도 필요 없었을 듯한 제도들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그 주체들 즉 선출된 자들에게 있어서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은 적극 환영받음직한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국회에서나 지방의회에서 이 제도들은 항상 찬밥 신세였다.

70년대에 틀만 달랑 만들어놓은 상태로 방치되어 실효를 내지 못하던 제도들이 최근 주민소환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발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은 이제 선거 때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주민들을 주인으로 만들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의 '주인 행세' 하려면...


2006년 5월 초에 국회를 통과한 주민소환제는 2007년부터 시행되며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시·도지사는 유권자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유권자 15% 이상, 지방의원은 유권자 20%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 소환 투표를 청구할 수 있고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소환 대상자는 해임된다.

a 주민소환제법은 지난 5월 2일 한나라당의 저지 속에 재석 150인 찬성 146인 기권 4인으로 처리됐다.

주민소환제법은 지난 5월 2일 한나라당의 저지 속에 재석 150인 찬성 146인 기권 4인으로 처리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주민투표제는 2004년부터 도입되었으며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 주요결정사항 중 조례로 정한 것들에 대해서 투표권자 총수 5% 이상 20% 이하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한 수 이상의 서명으로 발의되고 주민투표 안건이 발의된 지 20-30일 이내에 투표가 실시되며 투표권자의 1/3이상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으로 통과시키게 된다.


주민 발의는 현재 '주민조례제정 및 개폐청구권'으로 가능하다. 투표권자 20분의 1 이내에서 조례로 그 수는 정하게 되어 있으며 이 이상의 서명의 발의되어 지방의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은 각 지역별로 종합적인 '시민참여조례'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청주에서 제정된 '청주시민참여기본조례'(아래 참조)는 이를 잘 보여준다. 광주광역시 북구, 울산광역시 동구에서 제정한 주민참여예산조례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된 위원회 위원 공모ㆍ추천 제도의 도입, 회의록 작성 및 보관 의무명시, 회의록공개의 원칙, 위원회 위원구성에 있어서 여성할당제 명시 등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발의를 활용한 국내 지역 사례들

광주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주민소환조례제정운동본부'를 구성, 주민소환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주민발의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광주시 광산구청장과 전남도 정무부지사 주변에서 인사·공사를 둘러싼 공직비리가 잇달아 터졌고, 급기야 금품수수로 공직자가 구속됨으로서 공직비리와 부패척결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고양시 백석동에 55층 주상복합건물이 신축된다는 발표가 있자, 주민들은 스스로 합의해서 주민들의 자주적인 관리에 의한 투표를 실시했다. 50% 가까운 투표율에 88% 이상의 신축 반대가 나왔지만, 아무런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a 주민소환제 도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요구돼 왔다. 지난 2003년 9월 광주전남지역 단체장, 의회의장, 의원들의 비리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자 시민단체들이 주민소환 조례제정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고 있다.

주민소환제 도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요구돼 왔다. 지난 2003년 9월 광주전남지역 단체장, 의회의장, 의원들의 비리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자 시민단체들이 주민소환 조례제정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명시의 경우 숙박시설과 위락시설 등 유흥시설로부터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30m에서 50m으로 늘림으로써 조례를 개정시켰고, 과천시의 경우 보육조례를 전반적으로 개정하는 개가를 남겼다. 안산시의 경우, 내용이 다소 변동되긴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판공비공개조례를 제정했다.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잘 활용할 때 지역의 풀뿌리 운동은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2001년 과천에서 벌어진 보육조례 개정 운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원래 지방의회에는 청원권이 있어서 의원 한명에 의해서 조례를 청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천에서는 언뜻 보기에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방법 대신에 주민조례제정 및 계폐청구권을 활용하였다. 1명의 의원에게 청원을 부탁하는 방법 대신에 1000명이 넘는 시민의 서명을 받아야하는 어려운 과정을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효율을 뛰어넘는 소중한 성과를 가지게 됐다.

이 운동에 참여한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지역단체 회원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이웃을 설득하고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으면서 힘을 키워나갈 수 있었고 지방의회는 한명 의원의 청원보다는 시민의 서명을 받아 제출된 개정안을 훨씬 더 무겁게 받아들였으며 과천시청에서는 이후까지도 훨씬 긴장된 가운데 보육행정을 펼 수밖에 없었다.

a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회원들이 주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회원들이 주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주민소환제, 주민투표제, 주민조례제정 및 개폐청구권 등등은 여전히 이러저러한 벽과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벽과 한계조차도 활발한 제도의 활용 속에 개혁될 수 있다. 주민소환제의 도입으로 어느 정도 틀을 갖춘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 조차도 주민의 자치가 없이는 속빈 강정일 수밖에 없다.

의원 한 명의 '개인기'보다는 주민의 팀플레이가 가진 '조직력'의 힘이 소중한 때이다. 지방자치선거가 끝난 지금, 일상의 주인, 진정한 주권자가 되기 위한 길에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 봄이 어떨까?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발의를 활용한 일본 사례들

1980년 가나가와 현에서는 22만명의 주민들이 '합성세제추방대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만들기 위해 7개의 시의회에 조례제.개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모든 시의회에서는 청구된 조례를 부결시켰고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 경험을 통해 생활클럽 생협 멤버들은 자신들의 대리인을 지방정치로 진출시킬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의 설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최초의 주민투표조례는 1982년에 코치현 쿠보카와정(町)에서 제정된 '쿠보카와정 원자력발전소 설치에 대한 주민투표에 관한 조례'다. 그 이후 여러지역에서 주민투표운동이 시도되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니이가타현 마키정(町)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철회시킨 사례다.

마키정의 경우에는 주민투표 이외에도 조례제정청구,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해직청구 등 각종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총동원되었다. 즉 주민들의 조례제ㆍ개정청구에 의해 '마키정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관한 주민투표조례'가 제정되었고 단체장이 주민투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자 지방자치법에 의한 주민소환을 시도하여 단체장의 사임을 받아냈다.

그리고 새로 선출된 단체장 하에서 1996년 8월 4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찬성 7904표, 반대 1만2478표로 반대표가 훨씬 많이 나와 주민의 의사가 원자력발전소 건설반대에 있음이 명백해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2000년 1월 23일 실시된 도꾸시마(德島)시 제방건설계획에 대한 주민투표에서 제방건설에 반대하는 측이 압도적인 표(투표율 55%, 유효투표 91.6%가 반대)를 얻은 바 있다.

일본의 주민투표조례 제정현황을 보면, 원자력발전소 건설외에도 미군용주택건설, 해안ㆍ호수의 매립관계, 골프장건설계획, 공항건설 등 개발과 환경을 둘러싼 주민투표조례들이 다수 존재한다.


[참고]청주시민참여기본조례(2004.9.3 의결)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청주시민(이하 “시민”이라 한다)의 행정에 대한 참여를 활성화하고 청주시(이하 “시”라 한다) 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증대하기 위한 시민참여의 기본적 사항을 정함으로써, 시와 시민이 협동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①시민참여는 시민의 풍부한 사회경험과 창조적 활동을 통해 누구라도 평등하게 시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시와 시민이 협동하여 시민의 권익과 삶을 질 향상을 위해 동등하게 노력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삼는다
② 시민참여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지방자치의 취지에 근거하여 적정하게 운영되어야한다.

제3조(정의) ①이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시민참여”란 시의 의사형성 단계에서부터 집행하는 단계까지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시와 시민이 협동하는 것을 말한다.
2.“협동”이란 시와 시민이 각자가 해내야 할 책임과 역할을 자각하여 상호보완하고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제4조(시장의 책무) ①시장은 시민참여의 통로를 제도화하고 시민참여 기회의 확대제공은 물론, 시민참여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행정정보의 공개하여야 한다.
②시장은 교육, 홍보 등을 통하여 시민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데 노력하여야 하고 이행사항에 대하여 년1회이상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의회에 보고 하여야 한다.

제5조(시민의 권리와 책무) 시민은 누구나 본조례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민주시민으로서 자기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자각하여 적극적인 참여에 힘써야 한다.

제6조(회의공개의 원칙) 시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회의는 법령 및 타 조례에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의및회의 자료 등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다.

제7조(위원회에의 시민참여) ①시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위원구성은 공모제나 추천제 등 공개적인 절차에 의한 일반시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②제1항의 위원구성에 있어서는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③위원회의 위원장은 법령에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원의 호선으로 한다.
④위원회의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각종 위원회 개최는 년 1회이상 정례화 한다.

제8조(예산편성의 시민참여)
①시장은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정보공개와 시민참여의 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시민의 예산편성 참여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하여 청주시예산참여시민위원회(이하 “예산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③ 예산참여시민위원회의 기능은 다음 각호와 같다.
1. 예산편성 지침에 대한 의견 수렴
2. 예산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집약활동 등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하여 예산안에 대한 의견 제출.
3. 예산에 대한 시민 교육
4. 예산정책 토론회 및 결산 설명회개최
④ 예산참여시민위원회 위원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추천한 자치위원, 주민공개모집에 의해 선정된 자, 비영리 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 중 지역성, 전문성, 직능성, 공익성을 감안한100인 이내로 구성하고 청주시 각 국별 분과위원회를 둔다.
⑤예산참여시민위원회와 분과위원회는 매년 1회 이상 개최 한다.
⑥ 위원회는 필요한 때 관계공무원 또는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자료제출 등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제9조(시정정책토론 청구제)
①시민은 시의 중요한 정책사업에 대하여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이의 타당성에 대한 토론을 시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시정정책토론을 청구하는 경우 연서하여야하는 시민의 수는 200인 이상이어야 한다.
③. 시장은 토론이 청구된 주요 정책사업에 대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개월 이내에 토론 청구에 응해야 한다.
④.시장은 토론 결과의 반영여부를 1개월 이내에 토론 청구인 대표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민에게 공개해야한다.

제10조(시민의견조사의 실시) ①시장은 시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시민의견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②시장은 조사후 즉시 시민의견조사의 결과를 공표하여야 한다.
③시장은 시민의견조사 결과를 공표후 15일 이내에 조사결과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여야 한다.

제11조(시행규칙) 이 조례의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

부 칙
이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덧붙이는 글 | 최경송 기자는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이자 전 과천시의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최경송 기자는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이자 전 과천시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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