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동산·세금 정책, 근본부터 잘못됐다

[주장] 토지 사상적·경제 이론적 토대부터 바꿔야

등록 2006.06.03 10:13수정 2006.06.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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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그간의 '부동산정책과 세금문제'와 관련하여 시정·개선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큰 틀의 정책 기조가 바뀌는 차원의 재검토는 결코 아니라고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가 밝혔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여당이 잘못을 반성하고 정책의 당부를 검토하여 개선키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청와대의 생각이 이와 다르다지만, 정부 주요정책의 시행은 입법에 의하게 되므로 여당은 야당과 협력하여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길 기대해본다.

그러나 역사상 유례없는 여당의 참패와 별로 잘한 것 없는 한나라당의 압승에 나타난 '민심의 흐름'은 부동산 정책, 더 나아가 경제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근저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기초한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위시한 헨리 조지스트들의 토지사상이 깔려 있다. 이 헨리조지즘(지공주의)은 잘못된 이론으로,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오류를 몇 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 채 가진 주택에서도 소득이 발생한다는 희한한 주장을 하고 있다.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주택은 거주자에 의해 조금씩 '소비' 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물을 소비하는 데서는 불로소득은 고사하고 어떤 소득도 발생하지 않으며, 오히려 집주인은 수리비·난방비·관리비 등으로 그의 소득을 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한데 정부는 한 채 가진 주택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이를 쫓는 투기수요가 집값을 상승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민은 불로소득으로 세금을 내면 좋으련만, 그것은 실제로는 없는 조지스트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불로소득이다. 결국 국민들은 임금이나 사업소득에서 실제 돈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실업과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 죽을 맛인데 말이다.


둘째, '주택의 공급을 증가시켜도 주택가격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며, 투기수요만 부추긴다. 따라서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주택을 공급할 대책은 필요가 없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토지는 공급이 증가될 수 없는 것으로 토지의 가격은 수요에 의하여서만 결정된다'는 헨리 조지스트들의 잘못된 주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전체 토지의 스톡은 공급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주택 용지나 아파트 용지의 공급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정부가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는다면 아파트 가격 상승은 아파트 용지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는 아파트 용지의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가격은 적정 수준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토지의 가격은 수요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잘못된 이론적 유희로 아파트(용지)의 공급을 막은 것이 아파트 가격을 더욱 상승시킨 게 아닐까? 토지의 공급이 완전 비탄력적이라는 주장은 전혀 오류이다. 그것은 물리학적 견지에서 그런 것이지, 경제학적 의미에서 특정 용도 토지 공급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물론 도시 계획을 적정히 한다는 전제로 말이다.

셋째, 한국은행(공보2005-8-11호)에 따르면, 1975~2005년 사이에 생필품의 물가상승률이 29배였고 같은 기간 서울지역의 땅값상승률 역시 29배였다. 지방의 토지가격 상승률은 이에 못 미쳤을 것이다. 이는 적어도 '지난 30년간 토지가격의 상승은 물가상승율과 같거나 작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토지가격 상승의 본질적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나, 토지는 실물재산으로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성격을 가진다. 우리나라 화폐단위 1원을 10원으로 변경한다고 가정해 보면, 이는 물가가 일률적으로 10배 상승한 것과 같다. 이 경우 토지가격의 상승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으로서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40~50%의 양도소득 세금을 물린다면, 이를 용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거래되는 모든 가치의 가격이 10배 상승하였으므로, 다른 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땅에서 나는 이윤도 10배 증가하였을 것이다. 이윤이 명목상 10배 증가하였다면, 그 기초가 되는 토지의 가격도 10배 상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이 10배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명목상으론 부자가 되었지만 그것은 '명목'일 뿐이다. 부자가 되었다고 좋아할 사람은 '바보' 뿐일 것이다.

생각하건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토지사상적·경제이론적 토대는 잘못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득이 없는 재산에 과도한 세금을 걷는 것은 정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위헌적이라고 생각된다. 재산에서 연원하는 수익의 반 이상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은 재산 원본의 점진적 몰수로서 위헌이라는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있다.

토지 사상적·이론적 토대가 잘못되었다면, 그 잘못된 토대에 세워진 부동산 정책은 틀과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여당과 정부는 참여정부 들어 시행된 모든 부동산 정책을 전면적으로 정지하고 나라의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심정으로 철저히 연구하고 재검토하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어우러지는 부동산제도를 세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대자보에도 송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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