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의 얼' 학교에서 배워요

전통문화 우리가 지켜요

등록 2006.06.04 08:39수정 2006.06.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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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6년 6월 3일 생활관 수료식을 마친 후

2006년 6월 3일 생활관 수료식을 마친 후 ⓒ 김환희


6월 1일(목요일) 첫째 날 오전 8시, 교무실은 여느 때와 달리 화사한 분위기였다. 아마 그건 생활관 입소를 위해 2학년 여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교무실에 나타났기 때문이리라. 우리 반 여학생 5명 또한 담임인 나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교무실로 찾아 왔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입어 보는 한복에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지 나를 보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한복에 익숙하지 않는 듯 계속해서 옷고름만 매만졌다. 그런데 평소 교복만 입은 아이들의 모습만 보다가 한복을 차려 입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새삼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과의 작별 인사를 하고 난 뒤 아이들은 2박 3일 동안 생활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비록 생활관 교육이 교내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일정에 따라 교육을 받으며 생활해야 한다. 아이들은 수련을 받는 동안 가족과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여학생 중 한 명이 대표로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선생님, 생활관 교육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한복 입은 모습이 예뻐 보이는구나. 아무튼 많은 것을 배우고 오너라.”

아이들에게 격려의 말을 해주고 난 뒤, 생활관까지 아이들과 동행을 하였다. 고무신을 신고 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한복을 입은 아이들의 옷 스치는 소리가 귓전에 들려왔다. 아이들이 생활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교무실로 돌아오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분명 아이들은 입소할 때의 아쉬움이 퇴소할 때는 허전함으로 변해있으리라.”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예를 생활의 기본으로 삼아 배우고 익히는 삶 자체를 가장 고귀한 덕행으로 알고 실천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은 국제화,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래문화의 홍수 속에서 기존의 가치관은 표류하며 여러 가지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화할수록 예절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바 기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지난 1995년 9월 준공을 마친 본교 지성관에서 생활관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학생들은 생활관 교육기간동안 다양한 활동(꽃꽂이, 서예, 심성수련, 수공예, 촛불의식, 민속놀이, 다례 등)과 교육(성교육, 제례법, 전통예절, 사임당의 생애와 정신, 여성과 교양, 부덕교육 등)을 통해 전통적 생활 풍습을 익힘으로써 민족혼을 회복하고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게 된다. 무엇보다 2박 3일 동안 학생들은 가정을 떠나 함께 합숙을 하면서 가정 생활과 공동생활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격 도야와 도덕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6월 2일(금요일) 둘째 날 저녁 8시, 각 반 담임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의 촛불의식이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 촛불을 들고 마음 속의 온갖 이기심과 잘못 한 점을 촛불 앞에서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촛불의식이 진행되는 내내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으며 어떤 아이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촛불 앞에서 반성과 맹세를 다짐하는 아이들의 바라보면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분명히 아이들은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a 2006년 6월 3일 선생님과 함께 '사랑으로' 합창.

2006년 6월 3일 선생님과 함께 '사랑으로' 합창. ⓒ 김환희


6월 3일(토요일) 마지막 날 오전 9시, 퇴소식 교육 일정 중의 하나인 ‘부모님께 큰 절 올리기’ 때문인지 아침부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하였다. 수련 중에 배운 큰절을 부모님께 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 사이에 많이 성숙해 보였다. 그리고 절을 받는 부모님의 얼굴 위로 행복이 묻어나고 있었다. 하물며 어떤 어머니는 딸의 대견함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a 2006년 6월 3일 부모님께 큰 절을

2006년 6월 3일 부모님께 큰 절을 ⓒ 김환희


비록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이루어진 생활관 교육이었지만 아이들이 분명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제 수료식을 마친 아이들은 다시 본연의 학교 생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교 생활 중에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교육을 하면서 배운 내용들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스려 갈 것이다.

생활관 교육은 본교의 특색교육으로 부모에 효도하고, 국가에 충성하고, 매사에 성실하고, 지혜롭고 슬기로운 인간상 육성이라는 설립정신을 바탕으로 사임당의 얼과 덕성을 이어받아 한국적 여성상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있다. 지금까지는 여학생에게만 국한되어 온 이 생활관 교육을 앞으로는 남학생까지 확대하여 실시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교닷컴과 강원일보에 보낼 겁니다.

덧붙이는 글 한교닷컴과 강원일보에 보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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