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씨가 카메라 작동법을 시연하고 있다.서정일
미국에서 2차 대전 종전 직후인 1947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페이스 메이커 스피드 그래픽' 카메라. 낡고 찌그러진 모습에서 한눈에도 숱한 사연을 안고 있는 카메라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카메라엔 많은 넋이 들어있습니다."
곧바로 월남전 이야기가 이어졌다. 자신이 하사로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월남전에 참전했던 고참 선임하사가 카메라를 건네주면서 월남전 때 수많은 주검을 이 카메라로 찍었다는 말과 함께 소중히 간직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 후 김씨는 교육할 때나 특별한 사진을 찍을 때 이외엔 이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의 분신인 양 캐비닛 속에 깊이 간직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신형 카메라들이 보급되면서 폐기처분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김씨의 간절한 부탁으로 이 카메라만은 창고에서 목숨을 연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대 후 한참 지나 우연찮게 카메라와 다시 만나게 된 김씨는 날마다 카메라를 닦고 매만졌는데 그 후 이상하게도 사진을 찍는 일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 찌그러진 곳 좀 보세요. 전쟁터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겠어요? 그리고 동료인 군인들의 주검을 직접 렌즈로 목격한 심정은 또 어떠했겠습니까?" 김씨는 카메라를 사람 대하듯 말했다.
얘기를 듣고 있자니 김씨가 왜 사진을 찍지 않게 됐는지를, 그리고 이 카메라를 절대 팔지 않겠다고 말하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잘 찍힌다고 하지만 김씨 본인은 결코 찍어본 일이 없는 카메라. 어쩌면 그에게 이 카메라는 현충일에 추모해야할 또다른 애국선열 혹은 부상당하거나 죽은 군 동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덧붙이는 글 | SBS U news에도 송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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