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열리는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 참석한 남측 대표 박병원 차관과 북측 대표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4일 오전 여미지 식물원을 둘러보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주영
오래된 논쟁의 역사
지난 2일 한국의 진보적 외교·안보 연구기관인 코리아연구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정창현 국민대 교수는 "요즘 한국정부는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돈으로 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상호주의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군사적인 문제는 상호 신뢰와 조건을 형성해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쪽과 이에 반대하는 쪽(정경분리론 등)의 논쟁은 오래됐다.
상호주의는 남한이 무엇을 제공하면, 북한도 그에 대한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논리로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주장이다. 이는 보통 남한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북한의 정치·군사적 양보로 이해된다. 이들은 "남한이 경제지원을 계속해왔지만 김정일정권은 개혁·개방에 소극적이며 핵을 개발했다"며 "조건을 걸지 않는 남한의 '퍼주기'는 북한정권의 생존 가능성만을 높여줬다"고 비판한다.
이 과정에서 남한에서는 끊임없이 대북지원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져 국민적 공감대가 훼손됐고, 이것이 역으로 대북지원과 남북교류의 확대를 가로막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는 비판도 있다. 더 나아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남한의 정권이 바뀌면 이제까지의 남북교류도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열차 시험운행이 불발되었는데도 만약 경공업 원자재를 지원한다면 일단 국민여론이 반발할 것이고 국회 동의를 받기 힘들 것이다. 이것은 남한정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쪽의 주장은 다르다. 일단 정치·군사 문제는 단지 남한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이 끼여 있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군사적 문제는 사실 북한정권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다. 일부 경제적 지원으로 북한이 정권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에서 쉽사리 양보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경제적 지원과 남북한의 교류가 조금씩 확대되고 강화되어야 결국 정치·군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 문제의 해결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두가지 문제를 연계시키기 시작하면 결국 경제교류마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약속위반을 문제삼지만 남한 역시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이 위치한 곳은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다. 북한은 개성 땅을 내줬으나 현재 2만8000평의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입주해 있을 뿐이며 전략물자 통제 등 미국의 압력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하다.
지난 5월 28일 북한 군부는 담화문을 통해 "개성공단만 봐도 터 조성 작업만 해놓고 한쪽 모퉁이에 '시범공단'이나 운영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며 "개성공단을 비롯한 모든 남북협력이 단명으로 끝난 금호지구(경수로)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한국정부가 과연 미국의 압력을 이겨내고 개성공단을 끌고 갈 수 있을 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