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연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단편집>은 양국 만화가 6인이 각 세대별로, '한국'을 주제로 삼아 제작하는 만화집이다. 프랑스 카스텔만사의 제안으로 오렌지 에이전시가 기획, 한국 길찾기와 공동으로 제작한다. 카스텔만사는 이전에 '일본'을 주제로 일본작가와 함께 이미 <일본>이라는 제목의 작품집을 낸 적이 있다.
기념집에 관한 논의는 올 초 앙굴렘 국제만화 축제 때 오갔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60대에서는 이두호, 50대 이희재, 40대 박흥용, 30대 최규석, 20대 변기현, 그리고 여성만화가 중에서는 채민이 참여한다. 프랑스에선 여성작가 2인을 포함한 여섯 사람으로 구성, 10월쯤 양국에서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주제가 방대하다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프랑스 만화가들 중에서는 이고르라는 사람이 한국의 남북문제를 그릴 예정이라고 들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만화가들이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지난 5월 SICAF 기간에 한국을 다녀갔다."
"서로의 문화 소개와 소통, 교류에 의미 둬야"
- 물론 일본에서 이미 시도된 기념집이긴 하지만 국내 만화에 대한 유럽의 관심과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월드컵이 그렇듯, 비나 보아가 음악에서 그렇듯 만화에서도 하나둘 어떤 특정 콘텐츠가 잘 나가고 큰 화제를 불러올 수 있고, 어느 때엔 정말로 경제적으로도 대박이 날 수도 있겠지만, 물적 계량으로 접근하는 것은 오버다. 침착하고 조신하게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고, 그 과정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희재가 그릴 '한국'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하다.
"다음달 20일까지가 마감이라 (다른 작가들도) 아마 한창 고민 중일 거다.(웃음) 내 경우엔 고향을 지키셨던 우리 종가의 어른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서양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묵묵히 땅을 지키며 생을 살아온 노인의 이야기다. 내 고향은 완도인데, 실은 이곳은 구한말 제일 먼저 서양인의 발이 닿았던 곳이기도 하다."
-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등 세계 만화계가 교류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만화의 해외 진출 움직임도 활발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 경우에는 2003, 2005, 2006년에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 참가했었다. 지금껏 크고 작은 대회에 참가하며, 국내외 만화 관계자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그들의 인식이 점차로 변하고 있다는 거다. 흔히 '망가'로 알려져 있던 동양의 만화에 대해 한국의 '만화'가 조금씩 소개되던 양상에서 그들의 관심 또한 한국만화의 심부로 점점 들어오고 있는 과정이라 본다. 그간 이문열, 박완서, 황석영 등 우리 문학이 세계에 알려지는 데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만화는 무척 빠른 속도로 소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렇다할 '히트작'은 없지만 차츰 나아가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 만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외부적 요건 또한 성숙돼 가고 있다. 해를 거듭하며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