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노동으로 얼굴보다 손이 더 커보입니다.조태용
비 오는 날 모심는 농부들을 보고 왔습니다. 농촌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친 손과 얼굴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농사짓는 부모님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그리고 시골에서 이앙기로 모심던 기억도 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습니다. 김제 들판에서 모를 심었는데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비가 내리니 하나둘 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떠나고 그 넓은 김제 벌판에 저 혼자더군요.
번개는 꽝꽝 치지만 내일 학교는 가야 하고, 저 말고는 모심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상황이어서 결국 혼자 비를 철철 맞으며 모를 심었습니다. 삐뚤삐뚤 심긴 했지만 2400평의 논의 모를 다 심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모심는 농부님들을 보고 있으니 그때가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부모님은 저에게 항상 이야기하셨죠. 이런 힘든 농사짓지 말고 꼭 다른 일 하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20년 가까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농사는 힘들고 쌀값은 제값도 못 받습니다. 지금까지 겨우겨우 가난한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농촌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쌀 수입 개방이다 한미 FTA다 농민들에게 여전히 좋은 소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