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기른 남새로 차린 나물 반찬들박건
이 집 반찬의 재료는 장에서 사온 것이 아니라 월산리에 있는 밭에서 손수 가꾸는 남새들로 만든다. 기른 콩을 따서 삶아 으깨어 메주도 뜨고 두부도 만든다. 언젠가 밥먹으러 갔더니 큰 솥에 메주 콩을 삶고 있었는데 이럴 땐 식사를 뒤로 미루고 손님도 거들어야 한다. 그만큼 누님같은 아주머니가 옛가족처럼 정겹다.
된장찌개는 애호박, 매운 고추, 두부에 된장을 넣고 끊인다. 찌개의 맛과 냄새가 예사롭지 않은 까닭은 자급자족하는 싱싱한 남새에 이 집만의 제대로 담근 된장맛 때문이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덜큰함 없이 뒤끝이 깨끗하다.
적어도 3년은 넘게 숙성시킨 된장을 쓴다. 짚으로 메주를 매달아 방에서 적당한 온기로 띄우는데 대대로 이어오는 담금법으로 해야 이 맛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새롭고 특별한 것으로 장난을 쳤다간 오히려 제맛에서 멀어진단다. 우리 할머니도 그랬다. 직접 농사 지은 우리콩을 솥에 삶아 메주로 빚고 구들방에서 뜸을 들여 곰팡이를 띄우고 독에 담던 기억이 난다.
장맛을 아시는 손님들이 팔라고 하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조금 떠줄 것밖에 못 만든단다. 정성이 많이 들고 오랜 시간을 숙성시켜야 하는 만큼 많이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장처럼 했다간 이 맛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다면 장맛을 버려야 한다는 셈이니 주인 아주머니의 솜씨뿐 아니라 마음씨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집 된장찌개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칼칼하고 짭쪼름하면서 담백한 맛!
입에 짝짝 달라 붙어 감칠나는 맛!
한술 밥에 두세 번 떠먹게 되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