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올바른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국민대토론회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말 집요하다. 또 사학법이다.
사학법인연합회 등 사학 관련 4개 단체 회장단이 어제(13일) 모임을 갖고 다음달 1일 시행되는 사학법 및 시행령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학법 및 시행령 시행을 유보하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바람잡이'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13일 정부·여당을 향해 "선거 결과를 수용한다면 사학법을 재개정하라"고 압박했다.
한나라당 풀무질 따라 사학법 재개정 판도 변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같은 말을 쏟아냈다. 박근혜 대표는 "사학법은 꼭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여당이) 사학법 날치기를 통해 직권상정 하고 폭도들을 동원해 본회의장을 점거한 결과가 5·31 지방선거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이방호 정책위 의장은 "사학법 개정에 대해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가 없으면 모든 협상이 채택될 수 없다"고 했다.
이해 못할 것은 없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사상 유례 없는 압승을 거뒀다. 덕분에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참에 묵은 과제를 일사천리로 해결하는 게 좋다. 사학법은 1순위다. 승기를 잡았을 때 밀어붙이는 건 스포츠나 정치나 다를 바가 없다. 그게 게임의 법칙이다.
궁금한 곳은 정부·여당이다. 정부·여당이라고 해서 게임의 법칙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정부·여당은 사학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지난 13일 27개 대학 총장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한 사립대 총장이 사학법에 대한 견해를 묻자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 얘기는 일단 시작하면 실타래처럼 계속 풀어 나가야 하니 이 자리에서는 피했으면 좋겠다."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다.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다는 뜻이다.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존 정책에 대해 백화제방식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학법에 대해서만은 입을 닫고 있다.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라고 맘먹은 것 같다. 정부·여당이 전원수비 태세를 갖춘 것 같지만 측면이 뚫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방선거 직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