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훈장 단 팔순 노병, 기백은 스무 살 청년

육군53사단, 무공훈장 전달식과 특공무술 시범 등 다양한 호국보훈가족 초청 행사

등록 2006.06.16 16:33수정 2006.06.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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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가 지나서야 품어 보는 훈장.
반세기가 지나서야 품어 보는 훈장.조수일
구순을 바라보는 6·25 참전 노병은 '0251848'이라는 자신의 군번 외에 다른 기억을 짚어내진 못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뒤 찾은 훈장을 가슴에 품은 기백만으로도 스무 살 청년으로 되돌아가는 듯했다.

6·25 전쟁이 터지자 평양에서 월남해 입대한 뒤 백마고지를 비롯한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김승찬(88·부산시 서구 남부민동)옹. 하지만 김옹은 1954년 9월 말 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된 사실을 모른 채 전역했다.

백발이 성성하고 검버섯이 피었지만 기백만은 50년 전으로.
백발이 성성하고 검버섯이 피었지만 기백만은 50년 전으로.조수일
김승찬옹은 6·25전쟁 발발 56주년을 앞둔 16일 오전, 육군 제53 보병사단이 마련한 기념식에서 후배 장병들과 지역 초등학생 등 8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랑무공훈장을 가슴에 달고 그간의 회한을 잠시 달랬다.

53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6·25 전쟁 56주년 기념식과 호국보훈가족 초청 행사에서는 화랑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되었으나 그 동안 훈장을 받지 못했던 김성호(75·부산시 부산진구 가야동)옹과 노태운(75·부산시 동래구 명륜1동)옹도 함께 훈장과 훈장 증서를 53사단장으로부터 전달 받았다.

지난 1953년 6월에 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됐으나 뒤늦게 훈장을 찾은 김성호옹. 그는 전쟁이 나자 인민군을 피해 숨어지내다가 월남하여 입대했다. 7사단 8연대 수색중대 소총수로 참전,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하고 포위망을 뚫는 등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영월지구와 수많은 전투에서 머리와 팔다리에 입은 파편상으로 지금도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김옹은 "1952년 6월경 양구 전투에서 소대장과 함께 포로로 잡혔는데 자살하려다 밤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죽을 각오로 탈출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에는 이런 무기도 없었다오!
당시에는 이런 무기도 없었다오!조수일
이날 행사에 참석한 3명의 노병들은 군악대의 연주 속에 열병차에 올라 후배 장병들로부터 경례를 받자 "충성"이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를 하며 현역장병 못지 않은 당당함을 보여줬다. 특히, 부대를 찾은 양운초등학교 250여 명의 학생에게는 살아 있는 안보교육이자 6·25 전쟁의 교훈을 상기할 수 있는 현장 학습의 좋은 계기가 됐다.


이밖에 부대는 기동대대 장병들의 특공무술 시범과 현대화된 우리 군의 장비와 물자 전시 등 참전용사들과 호국보훈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6·25전쟁 동안 전공을 세운 수훈자에게 발급된 무공훈장은 16만2천여 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아직 주인의 품에 안기지 못한 훈장이 아직도 8만여 개가 된다.


창군 당시에는 상훈법이 제정되지 않았고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18일이 되어서야 대통령령으로 법령이 제정되었으며, 무공훈장은 전쟁 기간 중에는 가수여증과 약장만 지급했다. 정전 후 1955년 3월부터 1959년까지 1차로 현역 복무자에게 정식 훈장증과 정장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99년부터 육군과 국가보훈처가 '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53단에서도 2002년에는 296명, 2003년 55명, 2004년 27명, 2005년에는 16명, 올해에는 4차례에 걸쳐 11명의 수훈 사실을 확인하여 부대 초청이나 방문을 통해 훈장을 전달한 바 있다.

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훈장 찾아주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무공수훈자와 유가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훈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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