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 고려 금속활자 보실래요?

금속활자와 도조사 철불

등록 2006.06.21 09:06수정 2006.06.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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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금속활자가 세계 최초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은 약탈당해 프랑스에 있고 금속활자의 실체를 볼 수 없어 답답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고려 금속활자가 딱 한 개 있다. 어디에? 북한 개성 고려박물관이다. 지난 4월 21일 취재차 찾은 고려박물관에서 금속활자를 보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이런 이런, 정말 있을 줄이야.


a 고려 금속활자  이마 ‘전(顚)’

고려 금속활자 이마 ‘전(顚)’ ⓒ 한성희

동활자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0mm이다. 너무 작아 확대경을 위에 씌워놓은 이 금속활자를 대하자 충격을 받고 너무 놀라 카메라를 든 손이 급해져 정신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아하! 이게 고려의 금속활자란 말이지. 당연히 북한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셔터를 누르면서도 유리로 씌워진 진열관 안의 문화재들이 제대로 사진이 나올 리 없는 게 안타까웠다.

이 작은 활자에 새겨진 글자는 이마 '전(顚)'자다. 이 금속활자는 고려 12세기 초기의 유물로 1958년에 북한 개성시 만월동 만월대 신봉문 터 서쪽 약300m 지점에서 출토된 것이다. 물론 현존하는 금속활자 가운데 가장 오랜 것이고 활자의 주성분은 동, 주석, 연이며 부성분은 규소, 철, 알루미늄 등이다.

고려박물관의 유물은 개성이라는 특성상 고려의 빼어난 도자기와 불상 등이 넘쳤다. 그중 가장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이 금속활자다.

1377년 고려의 뛰어난 인쇄술의 결과로 직지가 탄생했고 이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인정을 받았다면, 이 작은 활자는 그보다 최소한 150년 전에 만들어진 인류 문명의 보배다. 이 활자의 실체가 왜 인정받지 못했을까. 더욱이 이 활자는 우리나라 금속활자가 최초로 만들어진 시기로 추정하는 12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고려박물관의 안내판에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이며 11~12세기 것이라고 설명이 붙어있다.

a 고려박물관 고려청자(유리를 씌운 전시관 안의 사진이라 선명하지 못하다.)

고려박물관 고려청자(유리를 씌운 전시관 안의 사진이라 선명하지 못하다.) ⓒ 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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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박물관에서 고려청자와 금속활자가 전시된 곳은, 명륜당 뒤 내삼문을 지나면 정면에 있는 건물인 공자를 제사 지내던 대성전이다. 고려자기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청자들의 빼어난 자태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금속활자와 고려청자가 전시된 것을 보아 중요한 유물을 이곳에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a 고려청자와 금속활자가 전시된 고려박물관 대성전.

고려청자와 금속활자가 전시된 고려박물관 대성전. ⓒ 한성희

내가 금속활자 다음으로 반했던 건 도조사 '쇠부처'다. 명륜당 왼쪽 작은 독채에 홀로 모셔져 있는 검은 철불이다. 이 검은 철불은, 지금까지 보아온 온화하고 풍만하며 여성성을 겸비한 보통 부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검고 묵직한 철불은 보는 순간,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남성적 카리스마와 힘이 나를 압도했다. 불교국가였던 고려의 부처다.

a 도조사 검은 철불에서 남성의 강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도조사 검은 철불에서 남성의 강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 한성희

가느다란 눈, 야무지게 다문 단아한 입매는 단정한 선비를 연상케 했지만 검은 철불은 여전히 압도하는 힘을 내뿜고 있었다. 편안하게 앉아있는 1천여 년 전 불상이 이렇게 강한 힘으로 끌어당기다니. 넋을 잃고 들여다 볼 정도로 나를 매료시켰던 검은 철불은 개성시 박연리 도조사 터에 있던 것으로 높이 1.6m에 무게 1t이며 고려 초기의 불상이며 북한의 국보로 지정돼 있다.


"저기 멋진 부처 오빠 있어요."
"선생님, 보실 줄 아시네요."

안내원의 안내를 무시하고 박물관을 홀로 돌아다니던 내가 도조사 철불에 매료되어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마주친 북의 안내원에게 말을 건네자 다 안다는 듯 웃으며 받아넘겼다. 남이나 북이나 오랜 전통의 유적을 보는 시선과 감상은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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