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게서 배워라평단문화사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축구라지만, 나는 언제나 재정적인 어려움에 허덕여야 했다. 부평동중 2학년 당시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아버지가 해고된 이후 나는 축구부 합숙비를 내 본 적이 없다. 내 뒷바라지를 위해 두 살 터울인 우리 형(이천석)은 어린 나이에도 월미도와 영종도 부둣가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부평고 3학년 때인 99년 교육감배 결승전에서 깁스를 찢고 경기에 출전 해 결승골을 터뜨리거나, 공동묘지에서 훈련을 하며 악바리 근성을 키워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에게서 배워라> 중 이천수의 일화.
이천수는 또한, 고려대 1년 선배인 차두리를 볼 때마다 한국 최고의 선수였던 그의 아버지와 넉넉한 가정형편이 정말 부러웠노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면서 ‘나도 저런 집에서 태어나 축구를 했다면’하고 바랐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몇 년이 지난 현재,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이천수는 종횡무진 활약하며 우리 팀의 원정 첫 승을 이끈 주역이 되었다. 만약 그가 헝그리 정신과 악바리 근성 없이 축구를 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는 이천수와 같은 스포츠 스타, 영화 배우, 유명 인사들의 일화를 소개하며 독자에게 흥미와 배울 점을 선사한다. 성공한 그들의 모습 뒤의 고생스러웠던 과거와 혼신의 노력에 주목하며, 게으름을 버리고 목표를 향해 매진하라고 충고한다.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저자의 직업을 감안하지 않아도, 이 책은 구절구절 다분히 교육적이며 교훈적이다. ‘현재 학생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적인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와 같은 주장이 책 중간중간 눈에 띄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목표가 공부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닐 텐데도, 스타 이야기를 하며 학창시절 공부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책 읽는 재미를 다소 반감시킨다.
이와 더불어,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발로 뛰었는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이야기는 거의가 연예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언급되었던 것이라 새로움을 느끼기 힘들다. 더구나 64살에 작고한 오드리 햅번을 80살까지 살았다고 써 놓은 것이라든가, 채 퇴고되지 않은 듯한 문장들은 저자의 노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자칫하면 ‘나도 성실하게 노력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 는 꿈을 꿀까 우려되기도 한다. 물론 저자의 주장처럼 끈기와 노력,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가 스타되기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노력과 정신력만 갖춘다고 해서 스타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같은 노력을 한다 해도 우수한 조건을 부여받은 사람이 월등한 발전을 보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스타가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 이면의 선척적인 외모라든가, 운 등의 요소를 배제한 채 ‘노력이 최고’ 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야기이다.
‘스타’를 제재로 삼고 이야기를 풀어나갔음에도, 사실 이 책은 교육 서적이나 다름없다. 여느 성공관련 서적처럼 ‘노력, 끈기, 인내’를 강조하는 너무도 익숙한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손에서 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별들의 이야기가 책 속 가득 실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에게서 배워라
유미현 지음,
평단(평단문화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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