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인도인들은 주인 없이 방황하는 소를 보면 좀 잡아먹지 왜 먼저 가라 길 비켜주며 숭상하고, 이슬람인들은 배고플 때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돼지고기를 왜 마다하는지? 프랑스인들은 전통적으로 말고기를 즐기는데 그 이웃동네에서 건너간 미국인들은 말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할 수 없다는데 그것은 또 왜 그런 것일까?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는 이러한 각 나라가 가진 음식문화의 호불호와 특이사항을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대며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인도인들의 경우 그들이 목숨보다 더 소를 신성시하고 경외하는 것은 결국은 그것이 그들의 삶에 더 유리하고 그들을 지켜준 전통 때문이었다. 사막의 마른 기후에는 낙타가 적합하듯이, 인도의 토양과 기후에는 소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게다가 소들은 인간의 먹을거리와는 상관이 없는 풀들을 먹으며, 쓰러질 때까지 일하는 그들의 근면성은 가난한 인도민의 생활에는 아주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특히 암소를 숭배하는 이유는, 그들이 일은 일대로 하면서 우유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송아지를 낳는데 있었다. 그들이 낳은 송아지들은 당연 자라서 그들 어미의 역할을 소화해 낼 터이므로 인도인에게 소는 복덩이이자 든든한 존경의 대상인 것이었다. 그 뿐인가. 똥도 버릴게 없다는 말은 인도의 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농부들이 소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단지 쟁기를 끄는 힘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생산하는 거름과 연료 때문이기도 하다. 소똥은 지금도 인도의 주요한 거름원이다. 게다가 나무와 석탄, 그리고 연료용 기름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백만의 인도 가정주부들은 요리에 마른 소똥을 이용하고 있다. 소똥을 연료로 쓰면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깨끗하고 지속적이며 냄새가 없는 불꽃이 나오는데 야채요리를 끓이는 데는 아주 적당하다. - 64쪽
인도인의 소 숭배는 그렇다 치고, 이슬람 인들은 왜 돼지고기를 금지하고 혐오하는 것일까. 인도의 소에 견주자면 돼지는 한없이 미련하고 더럽기도 하고 수선스러운 등 수준이,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그 못난 돼지도 예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다산이다.
소는 1년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지만 돼지는 ‘4개월 임신에 한번 낳을 때마다 여덟 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고 그 새끼는 또 얼마나 빨리 포동포동 살이 찌는지. 인도의 소는 근면으로서 인간에게 보답하지만 돼지는 살신성인(?)으로서 인간에게 보답한다.
그러나 아무리 ‘살신’으로 보답한다 해도 이슬람과 중동인들이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즉 이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소, 양, 염소 등은 돼지와 달리 풀을 먹고 되새김을 하는 초식동물들로 인간의 먹을거리를 침해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중동의 기후와 생태에 맞았다. 그에 비해 ‘털이 성긴’ 돼지는 인간의 먹을거리를 축낼 뿐더러 덥고 건조한 중동의 기후에 맞지 않았고 유목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았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 전쟁의 도구로만 생각되었던 말을 백성들이 기근으로 아우성치자 ‘과학자들과 지식인들’은 말고기 장려를 외쳤다. 영국은 양모 획득을 위하여 농민들에게 농업대신 ‘목축을 강요’하여 역시 농민들이 굶주림에 처하게 대자 ‘양고기를 허용’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말을 사랑하던 미국인들은 말고기의 금지를 동의했고 양고기, 염소고기마저 별로 인기 없게 된 이유는 돼지고기, 소고기의 물량이 워낙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돼지와 소가 번성하게 된 것은 드넓은 초원과 숲, 곡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가 하면, 동남아시아나 중국, 혹은 아마존강 유역의 사람들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인 곤충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다. 라오스인들은 바퀴벌레 알을 볶아서 먹는가 하면 중국인들은 최근까지도 번데기, 매미, 귀뚜라미, 물방개, 파리의 구더기 등을 먹었다고 한다. 번데기는 우리의 기호식품이기도 하다. 이 지역 나라들이 곤충을 즐기게 된 것은 당연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의 물량부족 때문이고 그것을 보충하고자 함이었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먹는 먹을거리들도 있지만 타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음식들을 먹기도 한다. 각 나라는 그 나라만의 특별식이 있고 나름의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일련의 기호습관엔 주어진 환경과 그에 대한 작용이라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지구촌 사람들의 선호하는 먹을거리와 그와 관계된 그들의 역사와 환경 등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목조목 설득력 있게 파헤쳐 주고 있다. 제목 그대로 ‘음식과 문화의 수수께끼’를 속 시원히 풀어준다.
보너스로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아즈텍’ 인들의 ‘식인풍습’이었다. 사라진 문명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주는 아즈텍 인들이 인육을 먹었다니….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서진영 옮김,
한길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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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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