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뮤직 코리아
백지영이 6년만에 다시 떴다. 그 유명한 비디오 사건 이후 6년 만이다. '사랑 안 해' 노래가 떴다. 지난 4일 SBS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톱 됐다. 온라인 음악 사이트 벅스에서도 톱 됐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떴지? 사람들 성의식이 변해서? 한 일간지 말마따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 여자 연예인의 몰카 비디오에 이제 우리 사회도 관대해진 방증?
천만에다. 다 웃긴 이야기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슨 얼어죽을 패러다임이냐? 남자들 성의식이 여자에게 관대해질 때는 같이 자고 싶은 여자를 만났을 때뿐이다. 같이 자려니 여자의 성의식에 관대해야지 별 수 있나?
하지만 그 때뿐이다. 일반 여자 이야기엔 다르다. 얼른 공자 찾고 말세 찾고, 여성의 문란한 성의식을 개탄한다. 한 손으론 '야동'을 내려받고, 다른 손으론 여자들을 손가락질한다. 그게 대한민국 평균 남자다. 그게 아니면? 평균이 아니겠지.
변한 건 남자나 사회적 시각이 아니다. 시간이다. 기억이다. 6년이 흘러서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시간이, 뇌세포를 죽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흐릿해진다.
백지영의 노래는 좋았다, 그래서 떴다
백지영이 다시 뜬 건? 간단하다. 이번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다. 노래 좋아할 때, 그 노래 부른 가수의 인간성, 노래가 주는 사회적 의미 따진 뒤에 좋아하나? 좋아할지 말지 고민하고 심사숙고 뒤에 좋아하나? 그렇게 노래 듣는 사람 있다면 소개시켜 달라. 음악평론 글 좀 부탁하게.
노래는 노래다. 들어서 좋으면 좋은 거다. 그게 왜 좋냐? 그거야 알 수 없다. "나는 왜 사랑하는가?" 인류 역사가 이걸 파헤치는데 수억년 쏟아부었다. 하지만 아직 답이 없다. 이 '필'이 감성의 문제지 이성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지영이 그 때 그 뒤로 6년 아니라 60년이 흘렀어봐라. 노래가 꽝이었다면 재기는 없었다. 제기랄만 뇌까리다 갔을 거다. 그런데? 노래가 좋았다. 가수가 가수로 성공하는 데 딴 거 없다. 노래가 좋으면 장땡이다.
"탁월함은 모든 차별을 압도한다." 흑인 여성으로 온갖 차별과 고통을 딛고 성공한 오프라 윈프리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바꾸면 이렇게 된다. "노래가 좋으면 딴 소릴 압도한다."
"옛날에 지영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금 백지영 좋다는 팬들은? 과거 백지영의 섹시함에 눈 벌겋던 아저씨들이 아니다. 대개 10대다. 왜냐? 지금 가요 시장은 10대의 세계다.
백지영이 음악 사이트 벅스에서 정상을 물리쳤다고 하는 가수가 누군가? SG워너비다. 백지영의 '사랑 안 해'가 SBS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톱에 뽑혔을 때, 후보는 SG워너비, 버즈, 토니 안, 신화, 거미였다. 10대 가수다. 10대가 좋아하는 가수다. SG워너비 노래가 뭔지 아는 30대? 별로 없다. 가요 음반 사는 30대? 천연기념물이다. 그래도 샀다면? 조카 선물이다.
백지영 좋다는 팬들만 봐도 그렇다. '백지영' 혹은 '백지영씨'라 부르는 팬? 없다. 대개 '지영 언니' '지영누나'다.
포털 사이트에서 '백지영' 눌러봐도 안다. "옛날에 백지영 무슨 사건이 있었나요?" 이런 거 묻는 애들이 줄을 잇는다. "제가 초등학교 3·4학년 때 언니 좋아했거든요." 이런 말하는 10대들이 지금 백지영 팬이다. 그들이 11살 무렵 일어난 일이다.
그 때 백지영 사건은 '18금' 사건이었다. 미성년자 관심 불가 사건이었다. 관심 있어도 시청이 불가능했다. 인터넷에 널리 퍼진 동영상에 접근이 쉬웠던 초등학생이 얼마나 있었겠나? 이들이 지금 음악을 듣는 세대가 됐다. 소비하는 세대가 됐다.
이제 문제는 노래다. 사건이 아니라 노래다. 더구나 이들은 10대다. 쿨하다는 세대다. 성의식엔 더욱 쿨한 세대다. '노래가 좋으면 됐지, 무슨 상관이삼?' 이러고도 남을 세대다. 원래 늙을수록 과거에 집착한다. 사생활에 집착한다.
노래만이 그녀를 구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