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에 보도된 히딩크 감독과 동점골을 터트린 해리 큐엘.
잘 알려진 대로 히딩크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그의 조국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렸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개최국 한국을 4강에 진출시키는 기적을 이뤄냈다. 덕분에 '월드컵 4강 청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이번에 호주 팀을 또 다시 4강에 올리면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올라간 그의 명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월드컵 4강 고지를 향한 첫 관문인 16강 진출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걸로 그가 입에 달고다니는 말 '꿈★은 이루어진다'가 성취된 것일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는 짐짓 엄살부터 내비친다.
히딩크 감독이 크로아티와의 경기 전에 "오늘의 경기결과가 월드컵 캠페인의 성공여부를 재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이미 호주는 예상을 넘는 성적을 얻었고 더없이 멋진 축구를 보여주었다"고 말한 것.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팀이 우승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이기는 게임보다 후회없는(no regret)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박진감 넘치는 공격형 축구를 택한다. 오늘의 호주를 보라.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축구가 호주 최고의 스포츠로 탄생하지 않았는가."
히딩크 감독의 발언이 크로아티아와의 시합에서 패배할 경우를 대비한 '한 자락 깔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가 호주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변함없이 강조해온 내용인 것을 보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축구 세계인' 히딩크의 진정성이 담긴 고백으로 들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는 월드컵 16강 진출의 대가로 받게 될 보너스 약 6억8천만원을 포함해서 천문학적인 보수를 확보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독일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러시아 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독일월드컵이 개막된 이래 호주에서 히딩크보다 귀한 사람은 없다. 축구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언론이 그를 칭송하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하물며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한 게임에 2억4천만원이라니, 히딩크의 보수가 너무 센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히딩크는 충분히 그만한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히딩크 감독이 독일로 떠나기 전에 축구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때 많은 축구팬들이 "호주 팀의 목표가 16강 진출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히딩크 감독은 특유의 능청스런 웃음을 웃으면서 "조금 더(more)"라고 답했다.
그러자 축구팬들이 "8강이나 4강이냐"고 묻자, 그는 또 다시 "조금만 더(a little bit more)"라고 대답했다. 급기야 "우승이냐"라는 물음이 나왔고, 히딩크는 엄지손가락을 올리면서 "기왕이면 우승까지 가자"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한 히딩크 감독이 막상 16강 진출을 목전에 두고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축구는 이기는 것보다 멋진 경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승리가 따라온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동양사상을 많이 익힌 것 같다.
승부를 초월한 화끈한 공격형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승리를 이끌어내는 마력의 '축구 세계인'이 축구불모지 호주에서 '축구사랑'의 불을 당기고 있다. 히딩크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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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더, 조금더"... 히딩크의 꿈★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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