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부관련 전문가로 나가보시죠"

'우리 부부야, 웬수야?' 연재를 마치면서

등록 2006.06.29 15:25수정 2006.06.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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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 부부야, 웬수야?'의 여러 이미지들

'우리 부부야, 웬수야?'의 여러 이미지들 ⓒ 강인춘

밤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떠 있다. 그들은 밤사이 생기고 없어지고를 반복한다. 인간도 이렇게 별들처럼 태어났다가 지고, 또 다른 별로 태어나기도 한다. 그 별들은 나름대로 서로 많은 얘기들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네도 밤하늘의 별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수많은 인간들이 남녀라는 이름으로 서로 짝을 이루기도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그것을 우리는 '부부'라고 부른다.

부부들이 쏟아내는 이야기 중 똑같은 내용은 하나도 없다. 각기 나름대로 자기만의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러는 이렇게 생각하는 이도 있다.


"살아가는 것도 비슷하니까 내 얘기와 이웃들의 얘기가 거의 똑 같을지도 몰라."
"105호나, 1104호나 한 아파트 한 동인데 다를 게 뭐가 있어?"


그러나 틀린 말이다. '부부'란 묘한 것이라서 파고들면 들수록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함부로 주위에서 "감 놔라, 배 놔라"며 참견하지 못한다. 나는 단지 현실적인 '부부상'을 온라인상에 적나라하게 옮겨놓았을 뿐이다. 판단은 오직 네티즌인 독자들 몫이다.

'부부'에 대한 편향된 의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또 실제로 그렇게 생활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의 '부부'라고 불리는 이들 중에는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직도 갓 결혼한 남성중에서는 '남성우월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고, 여성 역시 대대로 내려온 보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의 젊고 파릇파릇한 남성, 여성들은 그런 풍습에 대해 저돌적으로 공격해왔다. 나의 고부간의 미묘한 갈등을 그린 그림 한 장을 놓고 네티즌과 블로거들이 '댓글'로 격돌하는 장면은 그동안 수시로 있었다.

또 지방에 사는 어느 주부는 필자만 볼 수 있는 '쪽지'로 말 못 할 사연을 보내오기도 했다.


남편의 폭력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주부는 남편의 배신에 몸을 떨며 며칠을 고민하다 하소연을 해왔다. 안타까웠지만 난 전문적으로 부부 문제를 상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신 '저주받는 남편의 폭력'이라는 항의조의 그림 에세이를 그려서 온라인상에 올려놓고 그 주부를 위안했었다. 며칠 후 자기의 사연을 그림으로 본 주부는 고맙다는 인사의 쪽지를 보내왔다.

그동안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속에서 1년 동안을 사랑 받았던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매주 3회씩 나름대로 열심히 그렸다. 그러다보니 '부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새로 배웠고 한편으론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림 에세이 <우리 부부야, 웬수야?>에 대한 네티즌들의 조회 수는 블로그 포함해서 그림 한 컷 당 평균 3천~5천이나 되었다. 어느 그림은 1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조회를 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a 한권의 책으로 묶어져 나온 단행본과 필자

한권의 책으로 묶어져 나온 단행본과 필자 ⓒ 강인춘

조회 수가 올라갈수록 이 사회의 수많은 '부부사이'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부 문제는 그만큼 너나 나나 예민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부부'.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한편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름이다. 또 결혼을 매개로 싫으나 좋으나 자연적으로 얻어지는 이름이기도 하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주어진 '부부'의 길을 손잡고 걸어가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그림에세이로 조금이나마 '부부사이'의 틈이 좁아졌으면 좋겠다. 다행이도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오프라인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됐다.

누가 나보고 그랬다. "이제 부부관련 전문가로 나가보시죠." 웃기는 소리다. 나 역시 가끔가다 한 번씩은 아내와 '냉전'을 치르며 며칠 동안이나 말을 않고 지내는 여느 부부들과 똑같다. 중이 제 머리 깎는 것 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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