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되어버린 이름, 모차르트

[서평] 파울 바르츠 <소설 모차르트>

등록 2006.06.27 18:26수정 2006.06.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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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 강남역을 빠져나오는데 문득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강남역 지하통로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한 무리 현악기 군단의 감미로운 선율. 아, 이 음악이 뭐더라. 음을 음미하면서 걷기를 일 분, 나는 그 음악이 모차르트의 교향곡- 일명 <주피터>라 불리는 드라마틱한 교향곡임을 알 수 있었다.

<소설 모차르트>
<소설 모차르트>자음과 모음
살면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한번도 듣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음악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의 음악과 함께 하게 된다. 약혼식장에서, 은행에서, 각종 관공서 건물에서, 이동전화 연결음에서, 심지어는 출퇴근길 전철역에서.


어린시절에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한 사람이 인생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클래식 음악이 모차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음악은 우리의 일상에 깊게 스며 있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차르트는 ‘원점’같은 존재로 각인된다. ‘라 트라비아타’라는 아름다운 베르디의 오페라로 클래식에 다가갔던 사람이 푸치니, 도니제티, 바그너의 오페라에 빠져들게 되고 오페라라는 장르의 아름다움과 특성에 대해서 익숙해질 때쯤 되면 그 장르의 한 코너에 거대한 산처럼 서있는 모차르트와 만나게 되는 것.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오페라만이 아니라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플루트 협주곡, 실내악 등 거의 전 분야의 음악에 해당된다.

그는 음악의 각 장르에서 이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절대적 아름다움을 구축했고, 다양한 악기를 활용하여 후세에 소개했다. 그의 음악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동시에 동심이 살아있는 것 같은 동화적인 미를 품고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워지는 절대적인 아름다움.

<소설 모차르트>는 그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다. 가족사, 사랑, 성, 성격적 결함, 베토벤이나 하이든과의 관계 등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서 그려낸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평생 헤어 나오지 못했음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흔히 부모가 자식 인생의 반을 형성한다고 하는데 모차르트의 경우를 보면 거의 전부를 결정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의 아버지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발견하는 즉시 재산을 모두 털어서 유럽 일주에 들어갔다. 많은 여행과 경험이 그의 감수성을 증폭시키리라는 것을 간파한 영리한 아버지의 최선의 대처방식이었던 것이다.


…옆에 누운 아들이 어둠 속에서 박자를 두드리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타일렀다. 아버지 역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두려웠다. 이 오페라는 꼭 성공해야만 했다. 걸작이 나와야 할텐데. 이 작품은 명예와 돈이 비 오듯 쏟아지는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로 들어가는 열쇠가 되어야 할텐데…

아버지의 염원과는 달리 모차르트는 생전에 명예와 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사후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불멸의 명성을 얻어 인류의 가슴에 두고두고 되살아나게 되었다. 아버지의 의도와는 달랐지만 결국 아버지는 모차르트에게 어느 누구도 해줄 수 없는 큰 선물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이 모차르트에게는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남았다.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과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아야 하다는 의무감이 그의 인생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다. 만일 모차르트에게 그 같은 아버지가 없었다면 모차르트는 과연 오늘날에도 ‘천재’의 대명사로 불릴 수 있을까? 개인 인생에는 고통이었을 수도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결국 인류 예술사에 지울 수 없는 획을 긋는 원천이 되는 것을 보면 천재란 개인의 인생을 담보로 영원한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무절제하고 강박관념에서 오락가락했던 그의 인생사를 돌아보고 나서도 그의 작품에 대한 경외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말해 왔듯, 모차르트라는 개인은 그의 작품과는 완전히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의 현존이라고 불릴 정도인 그의 음악의 완벽성에 반해 그의 인생은 너무나 허접했던 것이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모차르트라는 신화적인 존재의 일생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은 에피소드들을 섞어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음악가 개인에 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의 음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촉매제가 되어 줄 것. 그리고 어느 순간, 양파 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새 살이 나오는 모차르트 음악의 달콤함을 선물처럼 맛보게 될 것이다.

소설 모차르트 - 왕자와 파파게노

파울 바르츠 지음, 오영훈.변경원 옮김,
자음과모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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