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올인, 너무 많은 것을 놓치지 않았나"

[시민기자편집위] 3기 편집위 1차 회의... 뉴블로그, 조직 개편 평가도

등록 2006.06.28 17:02수정 2006.06.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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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5명으로 구성된 <오마이뉴스> 제3기 시민기자 편집위원회(이하 편집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5월 26일 열린 준비 모임에서 3기 편집위는 한성희 시민기자를 간사로 선정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지난 24일 오후 7시 오마이뉴스 광화문 사무실에서 3기 편집위 첫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한성희 간사를 비롯 곽교신, 김용국, 김정혜, 김현자, 박병춘, 신희철, 안윤학, 이명옥, 이정희, 하성태 시민기자 등 11명의 편집위원과 오마이뉴스 천호영 뉴스게릴라본부 부본부장 등 상근기자 5명이 함께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열려 있고 참여하는 3기 편집위원회

a 제3기 시민기자편집위원회가 지난 23일 오마이뉴스 광화문 본사에서 열렸다.

제3기 시민기자편집위원회가 지난 23일 오마이뉴스 광화문 본사에서 열렸다. ⓒ 나영준

편집위원들은 먼저 3기 편집위의 활동 목표를 토론했다. 편집위원들은 3기 편집위가 시민기자와 오마이뉴스 본사(편집부)의 간극을 좁히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편집위에서 논의된 사항이 실제로 실현되게 하는 등 영향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편집위는 시민기자들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하고 '열려 있고 참여하는 3기 편집위원회'라는 편집위의 방향을 정했다.

한 편집위원은 "지금까지는 (편집위) 논의 자체가 내부에만 한정돼 시민기자들에게 전파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편집위에서 논의된 것들이 되도록 오마이뉴스에서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편집위의 본래 위상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책동네, 신간 서평 벗어나 기획 기사 등 다양해져야

한 편집위원은 책동네 기사에 대해 "신간이 아닌 책에 대한 서평 기사도 육성하자. 책동네 섹션에는 소신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보통의 출판사들이 <오마이뉴스> 책동네 기사를 인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편집위원은 "책동네 기사는 새 책을 사서 서평을 쓰거나 작가를 인터뷰하는 등 두 가지 방식뿐이다. 개인이 이슈를 만들지 않는 한 다양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이 있다. 책동네 섹션에서 소메뉴를 마련해 세분화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20대에 내가 감동받은 책' 등 이슈가 마련되면 다양한 서평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또 신간 위주의 기사들이 너무 많다. 출판사나 출판인 이야기 등 책동네 섹션에 걸맞은 기사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난 전문기자 연수 등 오프라인 모임에서 책동네 섹션에 대한 의견 등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냐는 한 편집위원의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천호영 부본부장은 "조직이 개편되면서 과도기적으로 업무상 공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책 기사 검색 기능 향상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다소 어려움이 있다. 좀 더 의견을 경청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혜준 종합편집팀장은 "책동네 섹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오마이뉴스로 들어온 책들을 시민기자들에게 나눠 주고 서평 기사를 올리는 식인데 요즘에는 새 책 서평에만 매달리는 경향도 보인다. 그리고 주요하게 다루어야 할 책보다는 자잘한 서평이 많은 편이다. 책동네 기사가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작가 인터뷰, 출판사 탐방 등 기획 기사가 필요하다. 신간 서평 위주의 기사가 주를 이루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민기자들이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신간 서평 기사에 대해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지 상업적인 부분을 꼭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오마이뉴스로부터 받은 책이 서평을 쓸 수 없는, 함량 미달일 경우에는 굳이 서평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월드컵 올인, 너무 많은 것을 놓치지 않았나

조직 개편 이후 사회 기사에 대해 한 편집위원은 연합뉴스 기사나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평택 미군기지나 월드컵을 제외하면 오마이뉴스만의 기사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특정 사안이 있을 경우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환상적으로 결합해 기사를 생산하자고 제안했다.

메인 화면을 꾸준히 모니터했다는 한 편집위원은 "6월에는 5·31지방 선거, 한미 FTA, 외환은행 감사, 안마사 위헌 판결, 북한 로켓 발사 문제, 부동산 정책, 6·15 관련 행사 등이 기사화됐지만 가장 압도적인 것은 월드컵으로, 메인 화면에서 총 70꼭지 이상이나 배치돼 월드컵 관련 기사 편중이 심했다"고 지적했다.

"마치 월드컵 슈퍼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월드컵에 매몰된 가운데 사립학교법 관련 기사가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또 "외환은행 감사도 예견된 일이었다면 미리 준비해 심층적으로 파헤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미 FTA의 경우 심층적이고 구체적 보도가 미흡했다. 오마이뉴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또 "안마사 위헌 판결의 경우 온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보다 냉정하게 다루어야 했다. 비판은 하지만 대안이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정책 유턴 문제를 다루는 기사 중에서 부동산 정책을 부녀회 수준에서 분석한 것이 아쉬웠다.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어 전문가의 입장이 반영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조직 개편 이후 메인 화면에 상근기자들이 움직이는 게 나타나지 않는다. 상근기자들이 기사를 제대로 생산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성·장애, 클릭 수 상관없이 전진 배치를

한 편집위원은 "여성 섹션에 기사를 쓰는 사람이 부족하다. 여성과 장애 문제 등은 메인 화면에서 다른 톱 기사에 묻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성과 장애 문제는 클릭 수에 관계 없이 메인서브라도 배치했으면 좋겠다. 일정 기간 주요하게 배치될 수 있게 배분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혜준 종합편집팀장은 "현재 오마이뉴스 여성 섹션은 시민기자 기사가 거의 없고 타 매체와의 제휴 기사가 대부분이다. 여성과 장애 문제는 전략적으로 배치하려고 하지만 기사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말랑말랑' '까칠까칠'?... 사는이야기, 균형감각 필요하다

a 시민기자편집위원회 회의 모습.

시민기자편집위원회 회의 모습. ⓒ 박병춘

이날 회의에서는 사는이야기 기사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한 편집위원은 "사는이야기 기사의 경우 아줌마들이 우물가에서 하는 이야기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는이야기의 패턴을 바꾸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또 다른 편집위원은 "사는이야기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쓴 기자들은 주로 살림 등 집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주로 써 왔다. 얼마 전부터 그런 류의 사는이야기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민기자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혹자는 사는이야기와 사회 문제를 접목해 새로운 글쓰기를 하라고 하나 그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는이야기 기사를 놓고 눈물을 짜낸다느니 감동을 팔아 먹는다느니 하는 말은 일부 시민기자들에게는 절망적인 비난이다. 그 기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호영 부본부장은 "그건 오해다. 사는이야기는 오마이뉴스의 특산품으로 '이런 이야기도 기사가 되는구나'를 보여주는 차별적인 분야다. 다만 사는 이야기에도 나름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형식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사는이야기도 더욱 풍요롭게 생산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점점 멀어지는 젊은 층 확보, 시급하다

한 편집위원은 젊은 세대 영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내 주변 대학생이나 언론고시 준비생 등 많은 젊은 층이 오마이뉴스에서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사의 전문성 부분에서는 차라리 조중동이 도움이 된다. 개편 이후에도 젊은층이 흡수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대학에는 워낙 많은 캠퍼스 잡지가 있다. 오마이뉴스 주간지를 대학에 배급하는 건 어떤가. 대학 섹션을 마련하고 대학 학보사 등을 중심으로 기사를 공급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한 또 다른 편집위원은 "오마이뉴스는 우선 정치면이 강해 대학생들에게 선입견이 있다. 다른 종이 신문과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층은 문화면 등을 선호하니 문화면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특히 영화 분야는 참여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상근기자와 시민기자들이 결합하는 방법은 어떨까. 문화 섹션에도 전문 필진을 영입하는 등 차별화된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뉴블로그 오픈 한 달, 너무 어렵다

a 오픈 한 달을 넘긴 오마이뉴스 뉴 블로그.

오픈 한 달을 넘긴 오마이뉴스 뉴 블로그.

이날 회의에서는 오픈 한달을 넘긴 새로운 오마이뉴스 뉴블로그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편집위원은 "컴퓨터를 다루는 수준이 부족한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오마이뉴스 뉴블로그에 사진 찍고 글 올리는 것은 너무 전문적이다. 이 같은 느낌은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본다. 남의 집에 온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이 든다. 글 올리기나 스킨 바꾸는 것 등 안내를 보면 더 답답하다. 충분한 준비를 했겠지만 심각한 문제다. 내 블로그 방문자 수를 보면 이전보다 1/3 정도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편집위원도 "오마이뉴스 뉴블로그가 세상과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꽉 막힌 느낌이 든다. 아래 공간 여백이 너무 많고 즐겨찾기한 다른 블로그 상황도 알 수 없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하다.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천호영 부본부장은 "뉴블로그 오픈 이후 전체적으로는 클릭 수가 올라간 것으로 안다. 오늘 나온 사항들을 블로그 팀에 전달하겠다. 뉴블로그 오픈 전에 충분한 준비를 거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또 블로그 팀에서 의도했던 대로 완성되지 않은 점이 있는데 보완하겠다"고 답변했다.

조직 개편, 그 과감함만큼 큰 성과를

블로그와 함께 조직 개편 두 달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한 편집위원은 4월 중순경 단행된 오마이뉴스 조직 개편에 대해 "효율성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시민기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인원이 문제겠지만 상근기자와 시민기자가 결합해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여러 매체에 글을 쓰는 시민기자들이 많은데 오직 오마이뉴스에만 글을 쓰는 기자들에게는 차별화된 대우가 필요하다. 편집부가 고민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유혜준 종합편집팀장은 "편집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오마이뉴스에만 기사를 송고하는 시민기자를 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의견을 내달라"며 함께 고민해 갈 것을 제안했다.

다른 편집위원은 "오마이뉴스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에 발 빠르고 생동감 있게 대처해 왔다. 단 사회적 이슈가 없는 동안에는 밋밋한 뉴스가 많은 편이다. 이 부분 또한 조직이 개편되면서 보완될 거라고 믿는다. 일주일 단위로 심층 기사를 생산하는 태스크포스 팀은 어떤가? 공중파 방송처럼 기획 기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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