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열린우리당사에서 열린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근태 의장과 LG-CNS 대표출신인 오해진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절묘하게 하셨다는데요?"(이계안)
"삼성만 빠졌나? 그럼 진대제 장관만 데려오면 되겠네.(웃음)"(김근태)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서민경제회복위원회 출범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는 길에 이계안 비서실장(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김근태 의장이 나눈 대화다. 옆에 있던 조우현 교수의 "(이번 위원회 인선이) 절묘하게 구성됐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말이다.
예정보다 열흘 늦게 출범한 열린우리당의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 김근태 의장이 지방선거로 드러난 민심을 받들겠다며 구성한 의장 직속 기구다. 외부인사들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위원회 구성이 늦어졌다.
김근태 의장이 오해진 전 LG CNS 사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으로는 안병엽·이목희·채수찬 의원과 광주시장 후보로 나섰던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 경실련 정책위에서 활동한 조우현 숭실대 교수가 선임되었다.
정부에겐 공공부문 쓴소리, 기업에겐 규제완화 당근책
오해진 전 사장은 김근태 의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로, 조순 전 부총리, 정운찬 서울대총장과 함께 김 의장의 경제쪽 자문그룹으로 꼽혀왔다.
오 전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IMF 9년이 지났는데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졸업한 걸로 알고 있지만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민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민의 분노가 폭발할 지경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김 의장은 "당대표로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공동위원장을 자청했다"며 "열린우리당의 희망본부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김근태·오해진 공동위원장은 "정부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IMF 이후 서민경제가 파탄난 주된 원인으로 '공공부문'을 꼽은 것.
반면 기업에게는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조우현 교수는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와 외국인 투자유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개정,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의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민경제위는 주거, 교육, 부동산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도 속도감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보수적 색채 우려도... 당 체제정비도 마무리 단계
서민경제위는 주1회 정례회의(수요일 오전 9시) 외에도 수시로 회의를 열어 7월말, 8월초쯤 정책을 가시화해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기업, 노조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당 의결기구인 비대위에서 논의한 뒤 당 정책위에서 법안을 만들면 원내대표단이 여야 협상에 나서는 절차로 진행된다.
당 일각에선 서민경제위의 '색깔'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의 관료인 안병엽 의원은 당내 보수성향의 '안개모' 소속이고, 지역구(전주 덕진)를 물려받을 정도로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채수찬 의원은 DY(정동영)계로 꼽힌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의 한 측근은 "GT(김근태)만큼 개혁적인 인물이 어딨냐"며 "보이지 않는 자문그룹과도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선은 관료, 기업인, 학자 등 분야별, 과제별 안배 외에도 당내 계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범 GT계로 분류되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이목희 의원은 노사관계 전문가로, 비대위 간사를 맡았다.
한편 비대위 구성이 완료되면서 당 체제정비도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 전국을 돌며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 의장은 7월초로 예정된 국회의원-중앙위원 전체 워크숍을 28일로 앞당겨 당 운영 방향에 대한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
이튿날인 29일엔 노 대통령과의 만찬도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에는 김 의장을 비롯해 15명의 비대위원, 당 3역이 참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