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론 '대략 인정' 한편으론 '대략 난감'

[기고-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 신문법 헌재판결 무엇이 문제였나

등록 2006.06.29 18:54수정 2006.06.2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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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헌법재판소에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한 일부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신문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으로서 유감스럽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이 헌재에서 몇 조항이라도 위헌 판결을 받는 것은 모든 것을 떠나서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대부분의 조항이 합헌 판결을 받은 것은 다행이다. 원래 헌법소원을 제기한 측에서는 언론관계법 대부분인 77개 조문중 34개 조항에 대해 위헌시비를 걸었다. 한마디로 이들은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우선 새로운 신문법의 공포로 바뀌게 되는 조항(합헌)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우선 신문사들은 올해부터 경영자료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그동안 신문사들은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명경영을 요구하며 조금이라도 재무제표에 어긋나거나 비자금 조성 등이 확인되면 강한 메스를 들이댔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경영상태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그 결과 <조선일보>가 전체 몇 부를 발행하는지, 유가 부수는 얼마인지, 구독료 수입은 얼마이고 광고료는 얼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을 공개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이고 언론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항변해 왔다. 금단의 땅이었고 성역이었다. 이제 신문법의 통과로 신문사들은 신문발전위원회에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전체발행부수, 유가부수, 구독료 수입, 광고료 수입을 신고해야 한다. 불성실 신고를 하면 신문발전위의 결정으로 직권조사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위헌소송을 냈던 거대 신문사들은 정말 이 부분만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나 헌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베일에 싸인 언론사 속살 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었던 소위 메이저 신문사들의 속살을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안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은 뻔한 이유이지 않겠는가? 온갖 불법과 탈법의 흔적들을 어쩌면 우리는 확연하게 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언론재단 통계자료에 의하면 찍어내는 전체 발행부수 중 절반인 51%가 돈을 받지 않고 뿌려대는 무가지라 한다. 놀랍지 않은가?

그러면 이들 신문사들은 왜 무슨 이유로 자선사업(?)을 한다는 말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구독료 수입은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수입 중 광고료 수입이 거의 80~90%을 차지하니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만큼 많이 찍어내니 광고 단가는 이만큼 올려서 내시오'하려고 폐지창으로 직행하는 신문을 찍어내는 것이다. 어차피 신문을 찍어 폐지창으로 가는 것인데 판촉을 위해서도, 인심이나 쓰자는 차원에서도 공짜신문을 뿌려대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런 탈법 행위를 앞으로는 못하게 되었다.


그동안 거대 신문사들은 끊임없이 방송에 진출하려고 애를 썼다. 신문시장의 독점을 넘어 방송까지 진출해 신문과 방송을 틀어쥐려는 꿈을 꾸어 왔다. 이것을 금지하기 위해 신문법에서 신문·방송 겸영금지 조항을 넣었다. 이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이었지만 헌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방송으로의 진출이 다시 한 번 좌절된 것이다.

그런데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위헌 판결을 받았다. 안타깝다. 사실상 소유구조 분산까지 목표로 했었지만 위헌 판결 우려 때문에 이것을 빼고 시장점유율 강화로 갔는데 이 조항마저 위헌 판결을 받았다. 공정거래법상 다른 여타의 상품의 경우 1개사가 50%, 3개사가 75%를 점유하면 시장 독과점으로 보고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신문의 경우 다른 상품과 달리 공익적 차원에서의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1개사 30%, 3개사 60%로 독과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으나 이를 헌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쉽다.


신문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더라도 그것을 불법으로 인정해 곧바로 규제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지배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을 저질렀을 경우 범칙금을 더 내라는 것 정도인데 이 부분을 헌재에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지만 헌재의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사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신문사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여론을 독점하는 현상은 국익적 차원에서도 독자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공동배달제를 골자로 한 신문유통원까지 설립하지 않았는가? 유통원은 합헌이고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위헌이고 고개가 갸우뚱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통원 합헌인데 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위헌인가

언론의 피해에서 국민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 언론중재법이다. 요즘의 언론에 대한 피해는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진행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는 지난번 만두파동을 겪으면서 만두업체 사장의 자살사건을 보았다. 만두업체 사장을 자살로까지 몰고 갔던 만두소 파동은 결국 만두소가 아무 문제가 없던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만두업체 사장은 이 사실도 모른 체 유명을 달리했다. 과도한 언론의 공격과 피해의 단적인 한 사례이다. 그렇다고 만두소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언론이 이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이것을 미연에 방지 하자는 취지가 바로 언론피해 구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이다. 이에 신속한 정정보도권, 인격권 보장, 시정권고, 손해배상 청구 절차의 간소화 등을 법에 담았는데 대부분 합헌 판정을 받았다. 다만 고의나 과실이 입증되지 않아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가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과도하다는 헌재의 의견인 것 같다. 이 부분은 손질을 해야겠다.

정청래 의원
정청래 의원
언론관계법 77개 조문중 무려 34개 조문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한 측으로서는 매우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아연실색하게도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은 마치 신문법 전체가 폐지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부분이 합헌이고 극히 일부가 위헌내지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략 85%는 합헌 15%는 위헌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언론개혁과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서 신문법은 분명히 기능할 것이다. 일부 고칠 조항은 취지에 맞게 손질하면 된다.

2006년 6월 29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정청래 올림.

덧붙이는 글 | 신문시장 정상화와 여론다양성 보장에 신문법은 기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신문시장 정상화와 여론다양성 보장에 신문법은 기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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