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청와대 보고서'는
건보공단 이사장 연임 저지용인가

피감기관과 다른 버전... 공단-노조 "표적감사" - 복지부 "사실무근"

등록 2006.06.30 13:54수정 2006.06.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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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계 악화는 이성재 이사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힘 겨루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 유시민 장관.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계 악화는 이성재 이사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힘 겨루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 유시민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6월 30일로 임기가 만료된 이성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과 건보공단은 지난 3~4월에 실시된 복지부 감사와 이사장추천위원회 구성 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복지부가 이사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이사장에 대한 '표적감사'를 실시하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건보공단은 물론 노조에서도 복지부의 조처에 대해 반발하고, 건강세상네트워크와 민주노총 공공연맹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복지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해왔다. 그런데 복지부가 건보공단에 공식 통보한 감사처분 결과에는 없는 이사장의 근태 및 조직관리 행태가 담긴 별도의 감사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복지부 "인사권자에 대한 참고자료라서 다를 수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건보공단 등 재정효율화 감사 요약보고'(이하 '감사요약보고')는 복지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22쪽짜리 감사결과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에는 복지부가 지난 5월 9일 피감기관인 건보공단에 통보한 94쪽 분량의 '재정운영 효율화 정책감사 실시결과 처분요구사항 통보'(이하 '감사처분사항')에는 없는 '이사장 조직관리 및 기강 행태'(4쪽 분량) 부분이 들어가 있다. 복지부가 감사보고서를 이중으로 만들어 피감기관과 상급기관에 각각 다른 '버전'의 보고서를 보냈다는 얘기이다.

이와 관련 J 감사팀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건보공단에 통보한) '감사처분사항'과 (청와대에 제출한) '감사요약보고'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지만 기관장에 대한 부분은 인사권자에 대한 참고자료로서 보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이사장의 비위사실이 담긴 별도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인사권자인 청와대(대통령)에 제출한 것은 감사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를 모르는 당사자로서는 이의신청 등 감사절차에 보장된 최소한의 방어권조차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지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감사요약보고'에는 감사보고서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목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감사요약보고'는 이사장의 조직관리 행태 및 비위 혐의를 지적하면서 ▲내외부로부터 '비판' ▲과음 때문이라는 '여론' ▲이사장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 ▲이사장이 노조간부와 수시 술자리 등 2005년 하반기 이후 과잉밀착 '정보' 등의 주관적인 평가를 내세워 감사결과가 상당 부분 '풍문'과 '첩보'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a 보건복지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건보공단 등 재정효율화 감사 요약보고'(22쪽)에는 건보공단에 통보한 '감사처분사항'(94쪽)에는 없는 '이사장 조직관리 및 기강 행태'(4쪽 분량) 부분이 들어가 있어 '표적감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건보공단 등 재정효율화 감사 요약보고'(22쪽)에는 건보공단에 통보한 '감사처분사항'(94쪽)에는 없는 '이사장 조직관리 및 기강 행태'(4쪽 분량) 부분이 들어가 있어 '표적감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당


감사보고서의 기본요건 갖추지 못한 '주관적 과장 보고' 논란

더 큰 문제는 그 내용을 뒤늦게 접한 당사자들이 "대부분 허위과장되었다"고 주장할 만큼 사실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복지부는 '감사요약보고'에서 '이사장 출퇴근 등 근태 및 기강문란'을 지적하며 그 근거를 이렇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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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이후, 잦은 이석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평소 11시경 출근, 15∼16시 퇴근하는 근무행태 등으로 내·외부로부터 많은 비판.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채, 즉흥적이고 자의적으로 행동. 또한 출근이 늦는 것은 대부분 전날 과음 때문이라는 여론."

이사장에 대한 출퇴근 근태 지적은 차량일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건보공단 비서실 관계자는 "이사장은 결근을 하거나 늑장 출근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차량일지 상에 이사장이 출근시간 이후에 공단에 도착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것은 모두 출근 전 공단업무와 관련된 외부인사(국회의원, 의약·시민사회단체장 등)와의 조찬모임을 하거나 지방에서 직원 대상의 '이사장 특강'을 하고 원거리 출근을 한 경우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사장 출퇴근 기강이 해이한 이유가 과음 때문이라는 지적은 감사의 목적 자체가 정책감사라기보다는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한 감사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J 감사팀장은 "감사는 칭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고, "무슨 감사든 감사를 나가면 지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건보공단측, 이의신청 및 진정 안 받아들여지면 행정소송 및 형사고소 방침

복지부는 또 '감사요약보고'에서 이사장의 '업무 추진비 과다 및 부적절한 사용'의 근거를 이렇게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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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연 3억여원의 업무 추진비(경조비 제외)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공공기관 카드로서는 자제해야 할 호텔(팔레스호텔 등)에서 연 8000만원(3년간 2억3200만원) 사용. 업무 추진비 등으로 주점에서 사용한 3억1600만원 중 상당 부분(약 20∼30% 추정)을 이사장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

이에 대해 건보공단 비서실 관계자는 "2003년부터 3년간 호텔에서 사용한 업무 추진비 2억3200만원 중 이사장이 사용한 액수는 8890만원(38%)이고 나머지 1억4310만원(62%)은 회의 경비인데, 대외 유관기관 인사와 업무협의시 장애인 이동시설이 갖춰져 있는 호텔을 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이성재 이사장은 15대 국회 당시 장애인 대표(비례대표 의원)로 영입되어 성실한 의정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또 "3년간 주점 등에서 사용된 업무 추진비 3억1600만원 중 이사장이 사용한 액수는 1800여만원(5.8%)에 불과한데, 그것도 2004년 하반기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첨예하게 대립한 노사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주점을 이용한 실정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현재 이성재 이사장과 건보공단은 복지부의 '감사처분사항'에 불복해 이의신청과 함께 진행근 복지부 감사관과 장병원 감사팀장을 감사규정을 무시한 채 위법·부당한 감사를 주도한 혐의로 청와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서는 진정 내용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국무총리실에 이첩해 총리실에서 6월 28일부터 사실관계를 조사중이다. 건보공단측은 이의신청과 진정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과 함께 감사 관련자들을 형사고소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진정 내용 상당한 이유있다" 총리실에 이첩

a 이성재 국민건강보함공단 이사장은 6월 30일로 3년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이사장 선임 절차가 40여 일이나 지연돼 건보공단 이사장직의 공백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성재 국민건강보함공단 이사장은 6월 30일로 3년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이사장 선임 절차가 40여 일이나 지연돼 건보공단 이사장직의 공백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복지부와 산하기관의 관계가 이처럼 송사를 피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된 데는 이성재 이사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힘 겨루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이사장은 6월30일로 3년 임기가 만료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측은 지난 5월부터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이하 정산법)에 따라 이사장 선출을 위한 정관 개정 등 '이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복지부는 건보공단 이사회가 의결한 정관 일부 개정안을 '이사장추천위원회 위원의 과반수는 복지부 장관이 추천하는 자로 한다'로 수정 인가함으로써 이사회의 반발을 초래했다. 복지부는 기획예산처로부터도 '정산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자 이를 철회했으나 이사장 선임 절차가 40여일이나 지연되어 건보공단 이사장의 공백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공공연맹 산하 전국사회보험노조는 6월 20일 성명을 내고 "자신들이 의도하는 바대로 이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단의 차기 이사장을 앉히려는 복지부의 산하기관 지배야욕은 '정산법' 파괴는 물론, 각계 대표로 구성된 공단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와의 기본적인 약속마저도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회보험노조는 "'정부산하기관의 장의 선임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정산법에 명시된 취지이자 목적이다"고 강조하고, "특히 기관장추천위원회는 정산법의 모든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삽입한 조항인데 이 조항마저도 청와대 실세라는 일개 정치장관과 이에 편승한 복지부의 정치관료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측이 "이번 감사가 노인수발보험을 건보공단이 주도적으로 처리하려 하고 의약계보다는 국민의 입장에 서서 약가 개혁을 추진하고 복지부와의 관계를 지배관계에서 자율적 보완관계로 바꾸려고 노력해온 이사장을 낙마시키기 위한 표적감사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당시 이사장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어 복지부장관이 감사를 해서 결과를 보고 연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그때 이미 연임 불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사와 이사장 선임의 상관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사회보험노조 성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는 공단의 후임 이사장으로 5·31지방선거 이후 정치인의 자리보존과 정치세력화를 목적으로 부적격 인사를 내세워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철저히 관철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진낙철 전국사회보험노조 정책실장은 "복지부의 의도적인 이사장 선임 지연으로 이사장 공백상태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후임으로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이 거론된다"고 전제하고 "이 전 장관은 전문성도 부족하고 정치인이어서 부적합하다"면서 "공론화되면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낙마했다. '파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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