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사람들', 임기말 최전선으로

청와대·여당 출신이 내각의 75%.... 이번에도 '돌려막기'식 인사

등록 2006.07.03 15:47수정 2006.07.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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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7월 3일 청와대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을,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후임 정책실장으로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내정됐다. 김병준, 권오규, 변양균 내정자(왼쪽부터).

7월 3일 청와대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을,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후임 정책실장으로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내정됐다. 김병준, 권오규, 변양균 내정자(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이종호/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3일 오후 재정경제·교육인적자원·기획예산의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과 함께 청와대 정책실장(장관급)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인 국세청장 인사도 함께 발표했다.

5·31 지방선거 이후 한 달여만에 이뤄진 7·3 개각으로 임기를 1년 반 정도 앞둔 참여정부 집권 말기의 새 내각은 '노무현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전면적 반대와 여당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병준·권오규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라는 핵심 포스트에 전진 배치했다.

또 한 달여 사이에 3명이 바뀐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기획예산처 장관에는 장병완 차관이 승진 기용되었다. 이주성 청장이 돌연 사퇴한 국세청장에는 전군표 국세청 차장이 승진 기용되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멤버→국무회의 멤버

인사 형식으로 보면 부총리급 2명과 정책실장이 청와대와 정부를 오가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이고, 다른 2명은 내부 승진 기용이다. 사실상 '마지막 판짜기'인 이번 인사로 집권 후반기 내각의 색채와 운용 방향에 대한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을 중용한 것은 임기 후반기 최대 국정과제인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동산 안정 및 교육개혁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내부 승진을 단행함으로써 관료사회의 사기를 진작하면서 임기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막겠다는 목적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번 인사로 국무위원 20명 가운데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로 근무한 인사는 무려 8명에 이른다. 특히 경제·교육·과기 부총리 등 내각의 핵심 포스트가 모두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정책실장 출신으로 채워졌다. 학자로서, 혹은 관료로서 그간 노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해온 '브레인'을 '현장 사령관'으로 배치한 것이다.

신임 경제·교육부총리를 포함, 현재 국무위원 중에서 김우식 과기부총리(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종석 통일부장관(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반기문 외교부장관(전 외교보좌관), 윤광웅 국방장관(전 국방보좌관), 이용섭 행자부장관(전 혁신관리수석), 김성진 해수부장관(전 산업정책비서관) 등 8명(40%)이 청와대 출신이다.


내각의 팀장격인 부총리 3명과 외교안보라인 장관 전원, 그리고 각 부처의 정책조정을 맡는 장관급 요직인 국무조정실장(김영주 전 경제정책수석)까지 청와대 수석 혹은 보좌관 출신이니 과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멤버가 그대로 국무회의 멤버가 된 셈이다.

a 지난 2004년 6월 김병준 신임 정책실장이 임명장 수여후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후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은 대거 국무위원으로 발탁됐다.

지난 2004년 6월 김병준 신임 정책실장이 임명장 수여후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후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은 대거 국무위원으로 발탁됐다. ⓒ 청와대

내각 20명 중 청와대·여당 출신이 15명

또 열린우리당 전·현직 의원 등 여당 출신 국무위원이 7명이나 된다. 이를 합치면 청와대·여당 출신은 모두 15명으로 국무위원의 75%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친위 내각'은 조각이나 임기 중반이라면 모르지만 임기말 인사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의 임기 말에 청와대·여당 출신 국무위원의 비중은 각각 55%와 45%였다. 여야 정치권의 단임제 대통령에 대한 임기말 탈당 및 선거관리 중립내각 구성 요구가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임기말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악순환'이라고 하면서 "탈당은 절대 하지 않고 당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 5월말 장·차관들이 참석한 정부혁신토론회에서 "나와 부침을 같이 할 참모들이 전면에 나서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국무위원(2006년 7월 3일 현재)

직 위

이 름(나 이)

출 신 지

주 요 경 력

국 무 총 리

한 명 숙(62)

평남 평양

열린우리당 의원(현)

경제부총리(내정)

권 오 규(54)

강원 강릉

관료, 청와대정책실장

교육부총리(내정)

김 병 준(52)

경북 고령

교수, 청와대정책실장

과기부총리

김 우 식(66)

충남 공주

교수, 청와대비서실장

통일부장관

이 종 석(48)

경기 남양주

NSC 사무차장

외교부장관

반 기 문(62)

충북 음성

관료, 청 외교보좌관

법무부장관

천 정 배(52)

전남 신안

열린우리당 의원(현)

국방부장관

윤 광 웅(64)

부산

군장성, 국방보좌관

행자부장관

이 용 섭(55)

전남 함평

관료, 청와대혁신수석

문화부장관

김 명 곤(54)

전북 전주

국립중앙극장장

농림부장관

박 홍 수(51)

경남 남해

열린우리당 의원

산자부장관

정 세 균(56)

전북 장수

열린우리당 의원(현)

정통부장관

노 준 형(52)

서울

관료, 정통부차관

복지부장관

유 시 민(47)

경북 경주

열린우리당 의원(현)

환경부장관

이 치 범(52)

충남 예산

노무현후보 특보

노동부장관

이 상 수(60)

전남 여수

열린우리당 의원

여성부장관

장 하 진(55)

광주

충남대 교수

건교부장관

추 병 직(57)

경북 구미

관료, 총선 출마

해수부장관

김 성 진(56)

경남 통영

관료, 청와대비서관

예산처장관(내정)

장 병 완(51)

전남 곡성

관료, 기획예산처차관

ⓒ 오마이뉴스
물론 청와대 출신이라고 해서 대선 전부터 노 대통령과 '코드'를 맞췄던 정치색 짙은 인사들은 아니다. 대부분은 관료나 교수 출신으로 현 정부 출범후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또 참모들을 전투현장에 배치한 것은 갈 길이 바쁜 임기말에 참여정부 국정운영 철학에 대한 '학습시간'을 단축시키는 효율성을 있는 실용인사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참여정부 후반기 내각의 당·청 출신 비중은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개각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번 보각도 참여정부의 협소한 인재풀과 '돌려막기식'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조각(組閣) 때만 인재를 두루 찾았을 뿐, 그 이후부터는 자신과 호흡을 맞춰온 '편한 사람'들만을 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소한 인재풀에 기반한 '동종교배' 인사는 임기말 정책 수행의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경직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인사청문회 등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보각으로 올초 1·2개각으로 시작된 임기 후반기 국무위원 진용 구성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건교·여성·농림부 등 일부 장기 재직 중인 장관들과 천정배 법무장관의 거취가 변수로 남았다. 천 장관은 연내에 당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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