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위협론, 과잉은 위기를 악화한다

[진단] 북 미사일,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탑재 가능한가

등록 2006.07.05 22:52수정 2006.07.0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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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북한이 7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1호의 모습.
5일 북한이 7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1호의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단·중·장거리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 이외에도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과 FROG, KN-02 등 지대지 미사일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 단거리(1000km 미만), 중거리(1000km~3000km), 중장거리(3000km~5500km), 대륙간탄도미사일(5500km 이상)로 구분된다. 이러한 구분에 따를 때, 북한의 스커드는 단거리에, 노동미사일은 중거리에, 대포동1호는 중거리나 중장거리에, 대포동2호는 중장거리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참고로 대포동1호는 1단계 로켓으로 노동을, 2단계 로켓으로 스커드 개량형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포동1호의 사거리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번에 발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대포동2호가 신형 로켓을 사용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과 스커드를 묶어 사용하는 2단계 대포동1호의 최대 사거리는 2200km 정도이기 때문에,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신형 로켓이 필요하다.

대미 억제력 확보를 위한 '맞춤형' 미사일로 가나?

북한의 미사일을 잠재적 타격 지역으로 분류해보면, 스커드는 주한미군 기지를 포함해 남한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고, 노동과 대포동1호는 주일미군 기지를 포함한 일본 전역을, 3단계 대포동1호와 2단계 대포동2호는 괌과 하와이, 그리고 알래스카와 미국 서부지역 일부를, 3단계 로켓을 사용하는 대포동2호는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2005년 5월과 2006년 3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미사일(KN-02)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미사일의 최대 사정거리는 120km로 평택에 있는 오산 공군기지와 캠프 험프리까지 도달할 수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비해 미사일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의 실전 배치 여부도 관심거리이다. 이와 관련해 미 공군의 국립항공우주정보센터는 2006년 미사일 위협 보고서를 통해 스커드와 노동은 각각 50대 미만의 발사대를 갖추고 있는 반면에, 대포동1호와 2호는 아직 실전배치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스커드는 600기, 노동은 200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량살상무기(WMD) 탑재 능력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생화학무기는 물론 핵무기의 탑재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대량살상무기 운반 수단을 개발한다는 것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는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보고서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미사일 탄두의 3분의 2 정도는 탄두를 보호할 수 있는 탄피로 구성되기 때문에 실제 무기 중량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즉 탄두가 1톤이라면 실제 탑재 가능한 무기는 300kg~400kg 정도인데, 북한의 탄도미사일 탄두는 1톤을 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소형 핵탄두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탑재 가능성 신중하게 접근해야

생화학무기의 탑재 가능성 및 그 위협에 대한 평가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존 뮬러와 칼 뮬러는 "효과적으로 생화학무기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탄두가 지상에 떨어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저고도에서 뿌려져야 하는데, 이것은 대단한 기술적인 정교함이 필요한 것이라 현실적인 위협이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하버드 대학교의 생물학자인 매튜 메슬손에 따르면, 1평방 킬로미터의 개방된 공간에서 많은 살상자를 내려면 1톤의 신경가스나 5톤의 이피리트(독가스의 일종)가 사용해되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탑재할 수 있는 실제 무기 중량은 300kg~400kg 수준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CEP)는 2km~4km 정도로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ICBM급으로 늘릴 경우 40km 안팎까지 정확도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은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테러무기'는 될 수 있어도,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유용한 수단은 되기 어렵다는 분석들이 많이 나온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1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이스라엘에 수십발의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제 살상력은 거의 없었다. 미사일 공격에 의한 직접 사망자보다 심장마비와 생화학무기가 장착되었을 것이라는 공포심으로 방독면을 장시간 쓰고 있다가 질식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기로 극에 달할 '북한미사일위협론'에 대해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과장된 위협 인식은 과잉대응을 낳을 수 있고, 이는 한반도 위기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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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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