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안티문화 초심으로 '유턴'

등록 2006.07.06 14:15수정 2006.07.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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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최희영 기자] 쌍방향 미디어 매체인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안티문화는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만큼 부정적인 측면도 드러나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대안이 없는 반대를 쏟아내면서 사회 전반의 냉소주의와 배타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것. 이러한 시점에서 건강한 안티문화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건강한 안티문화의 예는 수없이 많다. 여성 비하, 인신공격 등 부정적인 안티문화에 가려져 있지만 안티문화의 본질을 잊지 않는 사회적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안티문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소수의 매체가 지니고 있던 문화권력을 다수의 네티즌이 나누어 가지기 시작하면서 안티문화가 발전했다"고 입을 모은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과거에는 지식인과 전문가가 독점적인 문화 담론을 형성했지만 지금은 소수의 전문가보다 다수의 대중이 더 사회적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소수에게 집중됐던 발언권을 나눠 가진 네티즌은 끊임없이 절대 강자를 견제하고 비판해 왔다. 그것은 건강한 사회를 가리키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안티 조선'은 안티문화의 대표적인 예다. 1990년 후반부터 시작된 안티조선운동은 조선일보를 수구 기득권 세력의 대표적인 언론으로 설정하고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시민운동이다. 이념의 성향에 따라 찬반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론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시민운동으로 이어진 안티문화는 많다. 학벌중심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는 안티 학벌, 역사를 재정립하기 위해 뛰는 안티 친일파,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안티 새만금 등은 안티문화가 시민운동으로 확산된 예다. 소비자권리 보호 차원에서 악덕 기업의 불량 서비스와 상품에 반대하는 안티 사이트의 활동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좀 더 새로운 형식의 안티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최악의 딴따라 워스트 어워드' 등의 안티 시상식이 그 예. 이 시상식에서는 기존 언론에서 포장된 상품으로만 머물고 있는 음악성 부족한 가수, 인권의식 없이 연예기사를 쓴 최악의 기자,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무분별하게 거래하는 매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연예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안티를 넘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야와 미디어 전반을 감시해 건강한 대중문화를 자리 잡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악의 영화와 배우를 영화팬들이 직접 선정하는 '레디 스톱 영화제'도 소비자 중심의 건강한 대중문화를 만들기 위한 행사다.

안티문화는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음악인, 미술가, 영화감독 등이 함께 모여 전시회를 여는 '안티 문화 게릴라'는 주류 중심의 문화를 비판하며 새로운 형식의 대안을 보여주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이끌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약자를 가학하는 안티는 폭력"이라고 못 박는다. 여성가족부, 특정 여대, 여성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반복해서 벌어지는 테러는 안티문화가 아닌 폭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약자가 아닌 강자를 비판하면서 세상의 모든 사회적 약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안티문화의 또 다른 본질인지도 모른다.

이프의 '안티를 넘어서'
외모·성역할·가부장 타파등 여성문화예술축제로 거듭나

▲ 올 6월‘성벽을 넘어서’를 진행한 김현숙, 홍석천씨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건강한 안티문화의 대표적인 예다. 1999년 페미니즘 저널 '이프' 주최로 시작된 '안티미스코리아'는 여성이 주축이 되어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의 성 상품화를 경계하는 행사였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시키는 사회에 대해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1회는 '34-23-34'라는 남성이 요구하는 전형적 여성의 몸 사이즈를 비판했다. 2회는 여성이 아가씨, 아줌마, 할머니만이 아니라 인격체를 지닌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3회는 여성 버스기사, 남성 간호사, 유아교육 전공 남학생 등을 통해 고정된 성역할을 넘어선 새로운 사회질서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다. 남성 중심인 스포츠에서 소외된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성매매, 성폭력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참가자들의 퍼포먼스 등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 행사는 공중파 방송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중계를 없애고, 수영복 공개심사를 폐지시키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여성들이 남성 중심 사회논리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이다. 남성들이 요구하는 획일적 미의 잣대에 저항하면서 여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제시한 것.

또 하나의 성과는 여성축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주장을 핏대 높여 일방적으로 전하지 않고 웃고, 놀고, 즐기는 축제의 형식을 통해 양성평등 감수성을 확산시켰다는 평가다.

6회로 막을 내린 이 행사는 '안티를 넘어서!'를 외치며 새롭게 거듭났다. 작년에 왜곡된 가부장적 성 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포르노 포르나'를 진행해 숨고르기를 하더니, 올해 6월 또 다른 의미를 사회에 던졌다. '성벽을 넘어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축제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의미의 성 담론을 제시했다.

또 가부장제의 성벽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발랄한 발걸음과 가벼운 호흡이 돋보이는 참가자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져 큰 호응을 얻었다. 웃고, 놀고, 즐기면서 기존의 문화를 뒤집는 여성문화예술축제로서 거듭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프'는 대회 전후로 수없이 많은 남성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못생겨서 이런 행사 하냐?", "남자들을 전부 적으로 만들 셈이냐"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노출하는 남성 네티즌들의 안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남성들의 안티를 넘어 안티문화의 새로운 대안을 어떠한 형식으로 제시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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