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대교에서 안양천으로 이어진다. 성산대교 계단을 자전거를 밀면서 오르는 김관식씨.김대홍
원래 오전 8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장비를 설치하느라 시간이 늦춰져 결국 8시 25분에 출발했다. 자동차 출근족들이 끝물을 타는 시간이기 때문에 자동차에게 조금은 더 유리한 상황. 어차피 자전거의 승리를 예상했으니 이 정도쯤이야.
그런데 '거북이'는 여유 넘쳤다. '밤안개' 김관식씨는 가파른 내리막길에선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백련산 중턱에 위치한 집에서 그는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내려갔다. '토끼'를 잡겠다는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거북이'의 지나친 여유가 느껴지는 상황.
아무튼 경기는 시작됐다. '거북이'는 홍제천을 따라 성산대교 방향으로 나아갔다. '토끼'는 홍제동에서 연희교차로를 타고 양화대교 쪽으로 달렸다.
홍제천 자전거도로는 2차선으로 비교적 폭이 좁다. 게다가 사람이 많아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 자전거는 시속 20km 안팎의 속도를 냈다. 그 순간 자동차는 출근길 끝물에 막혀 약간 밀리고 있었다.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김관식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페달을 밟았다. 짧은 내리막길에서 잠시 시속 22km를 찍는가 싶더니 다시 시속 20km로 돌아갔다.
성산대교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끌고 인도로 올라갔다. 약 3분의 1가량 되는 지점이었다. 그 순간 자동차가 어디쯤 도착했는지 궁금했다. 이제 막 양화대교에 들어섰다는 답변이 왔다. 지금까지는 무승부. 남은 거리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는 뜻이다.
성산대교를 건너 안양천에 진입했다. 진입계단엔 자전거를 끌고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자전거족을 위한 배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