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배해선.신시뮤지컬컴퍼니
"서른이 넘은 나이에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 배우 배해선(32)이 로댕의 여인 까미유 끌로델의 입을 빌려 여자를 말했다. 지난 7일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에서 여주인공(까미유 끌로델)으로 출연한 것.
이 작품은 19세기 최고의 여류조각가였던 실존인물 까미유 끌로델의 비극적인 인생행로를 그려냈다. 또 이자벨 아자니와 제라르 드 빠르디유 주연의 프랑스 영화로도 소개됐다. 2002년 벨기에서 뮤지컬로 초연된 작품이다.
뮤지컬에 작은 관심이라도 있다면, 배해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그만큼 그녀는 뮤지컬 무대에서 어엿한 스타가 됐다.
올해로 경력 10년차인 그녀의 뮤지컬 인생은 한국뮤지컬의 급속한 발전을 일궈낸 지난 3년의 흥행역사와 함께 했다. 배해선은 <토요일밤의 열기>(스테파니), <맘마미아>(소피), <아이다>(암네리스 공주) 등 매년 굵직한 뮤지컬의 주연을 꿰찼다.
그런 그녀가 음악극에 가까운 까미유 끌로델에 출연한 것은 오로지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란다.
"까미유가 로댕의 여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그것보다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예술계의 '잔다르크'라고 생각해요."
자극적인 동시에 에너지가 확확 달아오르는 뮤지컬 장르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관객들에게 이 뮤지컬은 그 동안 맛보기 힘들었던 뮤지컬일 것이다. 배우로서도 상상력을 총 동원해 까미유의 내면세계를 뮤지컬로 표현해야 터라 섬세한 감정표현이 받쳐주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연기가 힘든 작품이다.
배해선은 그래서 이번 역할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살아오면서 벽을 뛰어넘지 못해 허덕이는 내 모습을 볼 때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어요. 예술적인 견지에서 로댕과의 사랑은 분명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지만, 여자가 넘어야 할 벽이 너무나 높았던 시대에 태어나 예술 혼을 펼치려고 거칠게 몸부림쳤던 천재 조각가의 삶은 저한테는 벅찬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