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맹형규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반증이 있다.
열린우리당은 7·26재보선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다가 결국 청와대 비서 출신들에게 공천장을 줬다.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나서봤자 백전백패라고 생각했기에 모두가 손사래를 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는 차려진 밥상머리에 앉아 숟가락만 들면 된다. 더구나 그 곳이 서울 송파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나라당 아성인 곳이다.
당이 어렵다는 맹형규 전 의원의 주장이 급박성을 뜻한 것인지 모른다. 후보 등록 마감 이틀을 남겨 두고 정인봉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철회됐으니 시간에 쫓긴 건 사실이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도 그렇게 말했다. "후보 등록일이 임박했고, 새 인물을 찾아 검증하기엔 시간이 짧아 검증된 사람인 맹형규 전 의원을 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아니다. <한겨레>는 정인봉 전 의원 외에도 박모 변호사 등 서너 명의 공천 신청자가 있었고, 지난달에 이미 공천심사위의 검증을 거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급할 게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한겨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한나라당 안팎에서 제기된다며, "정인봉 전 의원의 공천을 번복한 뒤 열린 공천심사위의 분위기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공천하자'는 쪽이었다"는 한 공천심사위원의 말을 전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심사위의 분위기를 뒤집었다는 얘기로, <한겨레>는 그 정황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몇몇 인사들은 9일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맹형규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을 들었다.
명분 내던진 뒤 펼쳐진 '명분있는 정치'는
전언이니까 확인은 필수다. 하지만 이건 후순위다.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맹형규 전 의원의 앞뒤 안 맞는 주장이다.
맹형규 전 의원은 "당인의 도리"를 공천 수락의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른 '도리'를 내세웠다. 서울시장에 나가려고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했는데 그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맹 전 의원은 결국 유권자에 대한 도리를 버리고 당에 대한 도리를 택했다. 어렵지도 않은 당을 돕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뒤집었다.
그러려니 하자. 식언(食言) 사례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맹형규 전 의원은 "명분있는 정치를 해 나라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내건 명분조차 몇 시간 만에 뒤집어놓고선 명분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이건 교언(巧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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