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내 안마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긴 통나무가 두 개 가로 놓여 있다. 제주도식 대문. 통나무 세 개면 집주인이 멀리 가고 없음을 나타낸다. 이곳엔 두 개만 설치되어 있다.박태신
그런데 이 두 공간 앞에 전혀 다른 시공간이 존재합니다. 석탑과 한옥입니다. 이 건축물도 같이 조성되었습니다. 바로 구사옥의 안마당 역할을 합니다. 구사옥의 입구는 푹 패어 있습니다. <공간 사옥>이라는 책을 보면 이 부분을 대청마루와 마당의 성격을 지닌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협소한 대지에서 진입부에 별도의 외부공간을 계획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길과 내부공간이 바로 만나는 것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입니다.
이 공간 사옥을 둘러보고 인근 북촌 마을과 창덕궁을, 또 반대방향으로 인사동 주변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또 발품을 판다면 경복궁과 삼청동을 둘러보아도 좋겠지요.
아니면 차를 타고 조금 가서 사직터널 주변 인왕산 아래 옥인동, 누상동, 누하동 주변을 보아도 좋습니다. 이곳에는 북촌과는 달리 소박한 한옥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골목을 여러 번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김수근은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김수근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대로를, 골목을 걸어가면서 이 말을 음미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여유가 되시면 김수근 타계 20주년을 맞이해서 열리는 전시회 '지금 여기: 김수근'(7월 28일까지 동숭동 문예진흥원 옆 아르코 미술관)에도 한번 가보십시오. 이 문예진흥원 건축물도 그의 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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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번역가이자, 산문 쓰기를 즐기는 자칭 낭만주의자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여행, 책 소개, 전시 평 등의 글을 썼습니다. 『보따니스트』 등 다섯 권의 번역서가 있고, 다음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https://brunch.co.kr/@brunocloud). 번역은 지금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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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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