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2006년 5월 10일한국일보
오늘날은 기술 발전 혹은 공정상의 생산성의 발전으로 성장이 되더라도 그만큼의 고용 창출이 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선진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이미 한국 그리고 중국에도 해당되는 얘기이다. 이러한 가운데 연평균 설비투자의 증가율이 1.1% 수준일 때 과연 어느 만큼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인지, 또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낮은 설비투자율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진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성장보다는 분배에 중심이 있었지 않느냐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또 그러한 정책들도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었느냐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재산이 있는 사람들은 이 땅에서의 재산을 정리해서 외국으로 떠나자는 얘기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현재가 성장정책만으로 성취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그렇게 되기까지 왕성한 자본축적 못지않게 고통스런 노사쟁의, 그리고 그에 따른 복지정책의 확립이 있어왔다.
오늘날 복지정책이 잘 갖춰진 서유럽 선진국들의 담세율이 40~50%에 달하고, 상대적으로 시장경쟁원리가 지배한다는 미국의 복지정책조차도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잘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그 방면의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정한다.
우리가 선진국을 여행해보면 길 가의 보도블록 하나하나, 해변의 휴양시설들 하나하나가 모두 깔끔하고 견고하게 되어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반면 소위 후진국이라 평가되는 나라들을 여행해보면 그런 것들이 상당히 부실하게 되어있거나 아예 시설조차 되어 있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우리 눈에 얼핏 보이지 않는 그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또 갖가지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형성되어 가는 간접적인 발전과정을 못 견뎌하고,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 좀 더 나가는 것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해외부동산 투자로 자금을 유출시키면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선진국으로 되는 시기는 그만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과 같이 상품과 자본의 흐름에 국경이 없이 세계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국경개념을 고집할 수는 없고,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또 그 기법을 발전시켜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선진국들의 과거 부유층들이 힘들더라도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분투한 그 과정을 겪는 가운데 그런 것들이 진행되어야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투자로서의 위험성
그런데 판매자가 누리는 이러한 불로소득 자체도 사실은 그다지 안전한 것도 아니라는 데에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해외부동산 투자의 경우 현지 부동산 가격의 변동과 환율의 변동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부동산시장에서 우리나라만큼의 수요가 항시 대기 중인 것이 아니어서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예상하기 어렵다. 실제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 이후였다.
저금리 정책으로 풀려나온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일부 지역은 50%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말과 2005년을 고비로 금리 정책이 변화, 이자율이 계속 올라가면서 결국 단기투자자들이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다.
나머지 하나의 변수는 환율변동이다. 최근 한국 부유층들이 미국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주요한 동기는 최근 2년 사이에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20% 하락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 평가되고 있다.
현재 하락세인 달러 가치가 반등할 경우 미국의 부동산 시세가 상승하지 않더라도 많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원화가치가 상승한 것은 한국 수출기업의 대외경쟁력을 어느 정도는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무역수지 흑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상태가 외환시장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추가적인 환차손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환율이 과거로 혹은 그에 가깝게 되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렇게 볼 때 시세 차익을 노리고 해외 특히 미국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수익성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임대료 못지않게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된다. 세금과 관리비, 보험료, 또 그 밖에도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투자하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보는 관점은 미국이란 국가에 대한 과도한 믿음의 한 표현일 뿐이다. 미국의 거대한 경제규모, 사회의 안정성과 별개로 시장은 어디까지나 그 시세변동에 따라 수익도 손실도 가져다주는 시장일 뿐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는 시점에서 한국인들이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고 함부로 부동산 투자를 하다가는 1990년대 초 일본의 전철을 밟을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최근 국제 원자재 혹은 부동산 시장에서의 국제투자금융가들의 움직임도 한국의 투자자들에게는 또 다른 위험요인이다.
이미 국제투자 금융가들이 선점해 놓은 원자재 혹은 부동산 시장이 세계적인 불확실성 속에 빠져드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몰려드는 것은 그들이 수익 실현을 하며 철수하는 과정을 도와줄 가능성도 크다.
이른바 시장에서 큰손을 따라가다가 상투를 잡는 낭패를 보기 쉽다는 것이다.
국제투자자들의 전략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이, 따라서 아무런 구체적인 투자전략도 없이 무턱대고 투자를 벌였다가 어떤 곤경에 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선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엔화 가치 급등 속에 막대한 자금을 미국 등 해외 부동산 투자에 쏟아부었다가 10년 이상의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일본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또 한국경제에서도 무모한 투자가 어떤 위험성을 갖는지 처절하게 겪은 사례들이 있다.
1980년대 중반 중동 건설붐 속에 너도나도 중동으로 달려갔다가 한꺼번에 부실화해서 강제 정리되어야 했던 50여개의 건설 관련 부실기업들, 또 1990년대 소련 동유럽 지역에 무모하게 투자를 하다가 그룹 전체가 부실에 빠져 해체되기도 했다.
열기를 부추키는 중개업자들, 그리고 언론